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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귓속말’ 이상윤 “처음부터 밑바닥…새로운 도전이었다”

[인터뷰] ‘귓속말’ 이상윤 “처음부터 밑바닥…새로운 도전이었다”

기사승인 2017. 06. 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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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드라마 '귓속말'에서 이동준 역을 연기한 배우 이상윤 인터뷰
'귓속말' 이상윤 /사진=제이와이드컴퍼니

 지난달 23일 종영된 SBS 드라마 '귓속말'(극본 박경수, 연출 이명우)은 쉴새 없이 반전의 반전을 거듭했다. 따라가는 시청자는 물론 배역을 소화해야 하는 배우에게도 쉬운 작품은 결코 아니었다. 


'귓속말'은 법률회사 '태백'을 배경으로 적에서 동지로, 그리고 결국 연인으로 발전하는 두 남녀가 인생과 목숨을 건 사랑을 통해 법비를 통쾌하게 응징하는 이야기를 그렸다. 이상윤은 서울지방법원 판사 이동준 역을 맡아 연기했다. 이동준은 뛰어난 두뇌를 가졌으면서도 약자의 말에 귀 기울일 줄 아는 가슴 따뜻한 사람이었지만 '태백'과 얽히면서 그의 인생은 완전히 다른 길을 걷게 된다. 


"힘이 많이 필요한 작품이었어요. 작품을 하는 내내 인물들과 신경전을 벌여야 했죠. 한시도 쉴틈없이 사건이 빠르게 진행되다보니 늘 집중하고 있어야 했어요. 좀 더 잘했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은 남지만 후회는 없어요."


'귓속말'은 '추적자' '펀치' 등을 집필한 박경수 작가의 작품이다. 그간 강자들이 무너지며 사회의 이면을 바라보게 한 작품을 써왔던 박 작가는 이번에도 '이동준'을 통해 정의롭지만은 않은 사회를 바라봤다. 


"대본이 어렵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어요. 작가님만의 스타일이 있는데, 이해하고 연기하는데 초반엔 어려웠죠. 사실 대부분의 대본은 인물을 따라가는 경향이 있는 박경수 작가님의 대본은 사건이 크게 흘러가고 거기에 인물들이 관여하는 방식이에요. 처음엔 굉장히 헷갈렸어요. 그런데 3~4회쯤 가니 작가님의 의도를 알겠더라고요."


이동준은 태백의 딸 최수연(박세영)과 결혼을 하며 올곧게 살아왔던 삶을 스스로 무너뜨리게 됐다. 살기 위해선 자신이 지켜왔던 신의를 져버려야 했다. 이동준에게는 선택권이 없었다. 그래서 동준은 청부 재판을 받아들였고 이후 계속 그 재판이 그의 발목을 잡아 의도치 않은 악행을 저지르기도 했다.


"동준의 상황은 이판사판이었던 것 같아요. 첫 회에서 청부 재판을 받아들이는 과정이 실제 제가 생각해봐도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봐요. 자신이 살아온 인생 전부가 부정되는 상황이었죠. 어쩔 수 없이 태백에 들어가고 원치 않는 수연과 결혼을 해요. 동준은 충분한 신념을 가진 인물이었지만 자신이 죽을 상황에 처했을 땐 누구나 마찬가지일 것 같아요."



이상윤의 말대로 동준은 처음부터 바닥이었다. 물론 신념이 강하고 자신의 도덕적인 지점을 지켜온 인물이지만 낭떠러지에 떨어질 위험해 처하자 악과 손을 잡을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시작했기에 동준에게선 상할 자존심조차 없었다.


"동준의 자존심은 이미 극 초반부터 밑바닥에서 시작한 것 같아요(웃음). 정일(권율)이 같은 경우에는 높은 곳에 있다가 밑바닥에 있던 동준에게 당하니 자존심이 많이 상했겠지만 저는 처음부터 눌려있어서 '어디까지 눌려야 하나'라는 느낌이었어요. 물론 인물간의 공수가 바뀌면서 제가 주도권을 쥘 때도 있었지만 아주 짧은 순간이어서 실망한 적도 있어요. 작품을 보신 시청자분들은 아시겠지만, 누군가를 공격하고 당하는 상황이 반복되고 또 계속 뒤통수를 맞아요. 어느 순간엔 굉장히 멍해져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더라고요. 극한점까지 가봤던 것 같아요."


하지만 그런 동준은 청부 재판의 시작, 영주(이보영)와 복수를 함께 하면서 사랑도 찾았다. 결코 이어질 수 없었을 거라 생각했던 관계라 시청자들은 동준과 영주의 러브라인이 낯설게 느껴지기도 했다.


"남자와 여자의 사랑보다는 동료애에 더 가깝다고 봐요. 두 사람은 계속 우여곡절을 함께 겪어나가잖아요. 전우애 같은 것들이 쌓였죠. 실제로 보영 누나와 멜로적인 부분에 대해 생각도 해봤는데 역시나 박경수 작가님의 멜로는 방식이 다르더라고요. 혹여나 시청자들이 갑작스럽게 느껴지지 않을까 해서 보영 누나와 열심히 이야기를 나눴던 것 같아요."


반듯한 이미지의 이상윤은 이번 작품을 통해 새로운 도전을 이뤄냈다. 처절하게 빌어도 보고, 밑바닥까지 추락도 해봤다. 처음에는 비슷한 배역들을 하는 것에 부담을 느꼈지만 자신이 가진 장점을 극대화 하는 방법을 깨닫고 지금껏 배우의 길을 걸어왔다.


"필모그래피에 변화를 주려고 계속 노력하고 있어요. 이번에 '귓속말'을 하면서 이명우 감독님이 '표현의 바운더리가 좀 더 넓어졌으면 좋겠다'고 하셨어요. 그 조언은 제가 가진 상식선이 좁기도 하고 또, 인물의 튀는 행동을 허용하는 범위가 좁다는 것을 뜻하기도 해요. 저도 모르게 제가 하는 역할이 할 수 있는 범위를 정해뒀던 것 같아요. 지금껏 제가 가진 지식과 경험을 활용해 잘 해나갈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앞으로는 더 고민해야할 것 같아요.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단계를 밟고 있는 중이에요."


데뷔한 지 어느덧 11년차. 이상윤은 스스로 자신에 대해 "재능이 뛰어난 편은 아니"라고 했다. 아직도 자신을 채찍질하며 발전하고 싶어 하는, 노력형 배우인 이상윤의 앞날은 더욱 창창해보였다.


"11년간 계속 열심히 해왔어요. 재능이 뛰어난 편이 아니어서 노력은 많이 했는데 잘 된 작품도 있지만 그렇다고 아주 욕을 먹을 정도로 망한 작품도 없더라고요. 큰 굴곡이 없는 만큼 큰 인상도 없는?(웃음). 이명우 감독님이 하신 조언을 잘 받들어 새로운 캐릭터를 만났을 때 계속 꾸준히 고민하는 것이 필요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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