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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천문’ 최민식 “한석규와의 작업, 예전으로 돌아간 것 같아 좋았죠”

[인터뷰] ‘천문’ 최민식 “한석규와의 작업, 예전으로 돌아간 것 같아 좋았죠”

기사승인 2020. 01. 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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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문' 최민식
‘천문’ 최민식/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대중들이 한 스크린에서 보고 싶어하는 두 배우가 만났다. 그 주인공은 최민식과 한석규. 두 사람은 영화 ‘천문’(감독 허진호)을 통해 장영실과 세종으로 변신했다. 배우들 역시 작품에서 함께 할 수 있다는 생각만으로 출연을 결정했고 선택은 옳았다.

지난달 26일 개봉된 ‘천문’은 조선의 시간과 하늘을 만들고자 했던 세종(한석규)과 장영실(최민식)의 숨겨진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두 사람의 첫 만남부터 세종 24년에 일어난 안여사건(임금이 타는 가마 안여(安與)가 부서지는 사건)으로 인해 장영실이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과정을 담는다. 실제 역사와 영화적인 상상력을 동원해 완성한 픽션 사극이다.

영화는 한석규와 최민식의 만남으로 캐스팅 단계부터 화제가 됐다. 1999년 영화 ‘쉬리’ 이후 20년만에 다시 만났기 때문이다. 최민식과 한석규는 함께하는 것에 의미를 두고 캐릭터에 연연하지 않았다. 함께 만나 세종과 장영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허 감독이 세종과 장영실의 이야기를 다룬다며 저와 (한)석규에게 시나리오를 줬죠. 그러면서 세종과 장영실을 누가할지 정하라고 하더라고요. ‘천문’이 아니더라도 석규와 함께 하고 싶었어요. ‘이제는 둘이 같이 할 때가 됐다’고 생각했고, 시나리오를 읽어보니 괜찮았어요. 그래서 석규에게 ‘세종 할래, 영실이를 할래?’라고 물었는데 세종을 하겠다 하더라고요.”

최민식은 세종 역할에 욕심이 있었지만, 한석규와 함께 호흡을 맞춘 것만으로도 좋았다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세종이 처해져 있는 정치·외교적인 상황이 있는데, ‘천문’에서 가장 비정치적인 건 장영실인 것 같아요. 그는 무언가를 만들고 재미에 취해 사는 사람이고 알아주는 것에 고마움을 느끼죠. 자신을 알아주는 사람 옆에서 실력을 뽐내고 싶어 하고, 그걸로 인해 세종과 인간관계가 형성되죠.”

최민식은 모두가 아는 천재 과학자 장영실이 아닌 순수한 열정이 있는 장영실에서 매력을 느꼈고 궁금증이 생겼다.

“세종과 장영실의 관계가 궁금했던 것이 출발점이었어요. 장영실의 출몰 과정은 기록도 없는 미스터리에요. 아무리 찾아봐도 생가가 없죠. 세종이 타던 안여(安與, 수레)가 부서지는 사건으로 장영실이 곤장 80대를 맞았다는 기록뿐이었어요. 장영실은 내관과 더불어 세종의 지근거리에서 생활했다고 해요. 임금과 가까이 접근할 수 있는 사람은 한정 돼 있는데 그만큼 아꼈다는 말이잖아요. 조선의 신분 사회에서 가장 높은 지위인 왕과 가장 낮은 계급의 사람과 만나 어마 무시한 업적을 이뤄냈죠.”

'천문' 최민식
‘천문’ 최민식/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이처럼 최민식은 세종과 장영실의 관계를 대중들에게 흥미롭게 전달하고 싶었다. 모두가 아는 그들의 업적을 만들어낸 ‘과정’에 포커스를 맞췄다.

“왕과 신하의 관계는 뻔하죠, 임무를 수행하고. 세종과 장영실의 업적들은 익히 알고 있고 그 업적을 만들어내기까지의 관계를 다양하게 표현하고 싶었어요. 둘만 있을 때 어떤 이야기가 오갈까에 대한 궁금증이 많았죠.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장영실, 세종의 이야기를 영화로 다시 만들 때엔 포커스를 새롭게 가져가야 하지 않을까 싶었죠. 정치·외교적인 상황과 압박이 있어도 두 사람만의 드라마틱한 장치를 새롭게 표현하고 싶었죠. 예술을 하는 사람과 과학자는 무언가 창조한다는 점에서 공통분모가 느껴졌어요. 제가 해석하는 장영실은 독창적인 자부심도 있었을 것 같았어요. 세종 곁에서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사는 인물인데 얼마나 행복했겠어요?”

하지만 ‘천문’은 세종과 장영실 사이에 존재했을 군신 관계를 넘어서 브로맨스(Bromance) 그 이상을 보여준다. 두 사람이 보내는 눈빛과 표정, 대사는 마치 로맨스를 떠오르게 한다. 이에 최민식은 세종과 장영실의 관계 표현에 있어 수위조절을 했다.

“이렇게 조심스러울 필요가 있을까 싶은 아쉬움이 있었죠. 조금 더 자유롭게 표현하고 싶었어요. 세종과 장영실은 격이 없는, 허물없는 걸 상상했어요. 장영실은 항상 내관과 같이 가까이서 이야기를 주고 받았는데 그 대목에서 보통 사이가 아님을 알았고 제대로 묘사가 된다면 재미있을 것 같았죠. ‘궁궐 내에서 우리가 보지 못했던 두 사람의 시간과 관계가 누적됐다면 더 애틋하게 느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어요. 원래 시나리오는 조금 담담했어요. 실제 세종과 장영실은 더 애틋했을 것 같아요.”

장영실을 마음껏 표현하기 위해 도와준 건 한석규였다. 20대 초반에 만난 두 사람은 연기에 대한 공통분모를 가지고 긴 세월을 함께 해오며 의지했다.

“제가 대학교 2학년때 석규가 입학했죠. 서로의 스무 살을 기억해요. 이제 우리는 50대 후반이 됐는데 그 세월이 많은 도움이 됐어요. 다 커서 사회에서 만난 동료 배우와 달라요. 열악하던 상황에서 연기를 배웠고, 20년만에 작품을 다시 하게 됐지만 엊그제 만나서 이야기를 한 것 같고 예전으로 돌아간 기분이에요. 석규는 제가 하는 연기를 고스란히 받아줬죠.”

그가 생각하는 후배 한석규는 “한결 같은 사람이다”이다. “연예계라는 동네에서 변함없는 철학과 자세로, 변함없는 톤으로 한결같이 자신의 일에 매진하는 사람을 많이 본 적이 없어요. 비록 학교 후배지만 그런 동료가 곁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든든해요. 어릴 때도 ‘형은 왜 연극하려고 해요?’ ‘형은 연기 하려고 해요?’ 끊임없이 물어보는데 그건 본인에게 물어 보는 것 같았어요. 성실한 후배라 작품을 함께 안 할 수 없죠.”

1982년 극단활동으로 배우의 길을 걸은 최민식은 어느덧 데뷔 58주년을 맞이했고, 대한민국 영화계의 살아있는 역사이자 전설이 됐다. 하지만 최민식은 자신의 필모그라피는 잘 돌아보지 않는다는 시원한 답변을 털어놨다.

“저는 지나간 것들에 연연해하지 않아요. 사실 흥행해서 안 좋은 배우가 어디 있나요. 결과에 대해 복기는 하지만 빨리 잊으려 해요. 다만 어떤 부분이 소통이 안 됐는지, 관객들을 불편하게 하는지에 대한 인식은 필요해요. 대중들의 트렌드를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가지로 분석해볼 필요가 있어요. 저는 굉장히 이기적인 사람이에요. 연극의 3대 요소 중 관객이 있다고 하지만 저는 관객이 아닌 스스로를 위해 일해요. 오로지 연기로 이야기하고 싶어요. 이는 제 인생을 위한 것이고, 이를 위해 공부하고 연기해요.”

'천문' 최민식
‘천문’ 최민식/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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