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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톡톡! 시사상식] 亞 개도국 경제발전을 위한 국제기구, AIIB와 ADB

[톡톡! 시사상식] 亞 개도국 경제발전을 위한 국제기구, AIIB와 ADB

기사승인 2017. 05. 13.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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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IB OPENING
지난해 1월 16일 중국 베이징 댜오위타이(釣魚臺) 국빈관에서 개최된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개소식 모습. / 사진출처=신화통신, 연합뉴스
중국이 주도해 설립한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Asian Infrastructure Investment Bank)의 2017년 연차총회가 오는 6월 16~18일 사흘간 우리나라 제주도에서 개최됩니다. 이번 연차총회를 주관하는 기획재정부 측은 “중국 이외 지역에서 열리는 첫 총회라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따지고 보면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로 열리는 연차총회이지만, 기재부가 ‘중국 이외 지역에서의 첫 총회’를 강조하는 것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57개국에 달하는 회원국 중 5번째로 많은 지분(4.07%)을 갖고 있음에도 그에 걸맞는 위상을 갖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사실 우리나라는 AIIB 설립에 참여하는 과정에서 초대 부총재(리스크 담당)로 선임됐던 홍기택 전 KDB산업은행 회장이 낙마하는 등 적지 않은 우여곡절을 겪었습니다. 더욱이 정식 회원국으로 가입한 이후에도 인프라 투자사업 수주와 관련해 이렇다 할 성과도 거두지 못했습니다. 지난달 17일 개최된 AIIB 투자위원회에서 한국수자원공사의 조지아(옛 그루지아) 넨스크라 수력발전 사업에 8700만달러 규모의 융자를 결정한 게 우리 기업이 수주한 개발사업에 대한 첫 금융지원 사례입니다.

AIIB는 상대적으로 뒤떨어진 아시아 지역 개발도상국을 대상으로 인프라 투자를 통해 경제성장을 지원하려는 목적으로 중국 정부가 주도해 설립한 다자개발은행입니다.

AIIB 설립에 관한 논의가 시작된 것은 2013년 10월 아시아 순방에 나섰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밤방 유도요노 당시 인도네시아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처음 제안한 게 시초입니다. 그리고 1년 만인 2014년 10월 500억달러 규모의 국제기구로서 설립을 공식 선언한 이후 2016년 1월 16일 베이징에서 개소식과 함께 창립총회를 열고 출범했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가 AIIB 참여를 공식 발표한 것은 2015년 3월 26일입니다. 중국 정부가 AIIB 설립을 공식 선언한 후 반년에 가까운 기간 동안 장고를 거듭하다 비아시아 국가인 영국, 프랑스 등이 회원국에 가입하는 것을 지켜본 후에야 비로소 참여를 결정한 것입니다. 이유는 바로 중국 주도의 국제기구 설립을 탐탁치 않게 생각하는 미국과 일본의 눈치를 봤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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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일본 요코하마 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아시아개발은행(ADB) 연차총회에 참석한 각국 대표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제공=기획재정부
AIIB과 비슷한 성격의 국제기구는 이전에도 있었습니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경제성장 및 경제협력을 목적으로 일본이 주도해 1966년에 출범시킨 아시아개발은행(ADB, Asian Development Bank)이 바로 그것입니다.

중국이 AIIB를 설립한 것은 일본이 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ADB에 대항하기 위해서입니다. ADB는 아시아 개도국 지원을 목적으로 하는 국제기구이지만, 창설 이후 5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수장인 총재 자리를 한번도 예외없이 일본인들이 차지할 정도로 일본의 입김이 강하게 씌워져 있었습니다. 2000년 이후 경제력이 급격히 성장한 중국이 ADB 내에서 영향력을 키우려 했지만, 헤게모니를 놓치지 않으려는 일본의 벽을 결국 넘지 못하고 AIIB라는 별도의 국제기구 창설로 방향을 선회한 것이죠.

아시아 개도국을 대상으로 한 ADB의 자금지원 조건이 까다로웠던 것도 중국이 AIIB 창설에 나선 요인 중 하나입니다. 그간 ADB는 자금지원 대상 개발사업이 환경을 파괴하거나 인권을 침해할 가능성은 없는지를 주된 심사조건을 내세웠습니다. 이는 일본에 이어 ADB 내에서 두 번째로 많은 지분을 갖고 있는 미국의 영향 때문이기도 합니다.

이처럼 까다로운 심사조건 때문에 자금지원을 신청한 후 실제 지원이 이뤄지기까지 기간이 1년 이상 지체되는 경우가 허다했습니다. 하루라도 빨리 자금을 빌려 인프라 등의 개발에 착수하려는 아시아 개도국 입장에서는 속터질만도 했던 것이죠.

일본은 지난 6일 요코하마에서 열린 ADB 연차총회에서 4000만달러를 추가 출연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갈수록 확대되고 있는 중국 주도의 AIIB 영향력을 견제하기 위해 덩치부터 키우기 위한 조치인 셈입니다.

특히 일본은 질적인 측면을 차별화 포인트로 내세웠습니다. 자금지원 물량에서는 중국(AIIB)에 뒤지지만 기술력에 바탕을 둔 투자의 질에서는 일본(ADB)이 더 낫다는 것입니다. 이번 연차총회에 참석한 아소 다로 일본 부총리 겸 재무상이 “질 높은 인프라 정비를 위해 ‘고도기술지원기금’을 설립하는 등 ADB를 강화하겠다”고 발언한 것은 이를 잘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어쨌든 주된 고객이라 할 수 있는 아시아 개도국의 환심(?)을 사기 위한 AIIB와 ADB의 경쟁은 앞으로 치열해질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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