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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100일] 슬픈 적막감 도는 팽목항

[세월호 참사 100일] 슬픈 적막감 도는 팽목항

기사승인 2014. 07. 24. 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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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종자 가족보다 정부와 자원봉사자 인원 더 많아 안타까움 더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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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100일을 앞둔 진도 팽목항의 모습. / 사진=박용준·신종명 기자
23일 전남 팽목항과 진도체육관에는 아직 수습되지 않은 10명의 실종자를 기다리듯 적막감이 흘렀다.

지난 4월 16일 경기도 안산시 단원고 학생 등 476명을 태운 세월호가 인천을 출발 제주도로 가던 중 맹골수도 해역에서 침몰, 단 172명만 목숨을 건졌다.

사고 당일부터 현재까지 경찰과 군, 민간 등이 구조작업에 나섰지만 추가 생존자는 발견하지 못하고 294구의 시신만을 건져냈다.

아직 세월호 내부에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10명의 실종자는 사건 발생 100일 째가 될 때까지 배 안에 갇혀 있을 가능성이 크다.

이날 팽목항에는 (사)한국불자약사회와 조계종, 원불교 등 불교계가 마련한 천막에서 사망자의 천도와 실종자 수습을 위한 불공을 진행하고 있었다.

팽목항 바닷가를 바라보고 차려진 제단에는 각종 음료수와 과자, 소주, 물 등이 차려졌고, 불일법사가 100일 기도를 진행했다.

사고 발생 후 2개였던 재단은 1개로 줄었고, 참사발생 직후 치킨과 피자, 요구르트, 침낭, 쌀, 케이크에 수박과 귤 등 각종 과일이 올려 놓여졌던 것과 비교하면 현재는 상당히 초라해진 모습이었다.

팽목항 등대로 이어지는 방파제 옆 난간에는 희생자를 기리는 내용을 담은 노란천과 녹색과 노랑색 별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었다.

하지만 이 곳을 지나는 피해자 유가족이나 실종자 가족의 발길은 뜸했고 다만, 조도 등 인근 섬으로 가기 위해 배를 기다리던 사람들이 몇몇이 둘러볼 뿐이었다.

방파제에서 근무를 서고 있던 한 소방관은 “실종자가 10명 정도로 줄면서 오가는 사람들도 별로 없다”고 말했다.

지난 5월 30일 팽목항이 정상 운영되기 시작했지만, 사고 여파로 인한 무거운 분위기는 바뀌지 않았다. 특히, 여름 휴가철이 시작됐다는 것이 무색할 정도로 한산했다.

팽목항에서 공영주차장으로 자리를 옮긴 실종자 가족들은 외부와의 연락을 차단한 채 생활하고 있다.

한때 팽목항을 빼곡히 메웠던 경찰과 소방관, 의료지원단, 자원봉사자들이 사용하던 각종 천막들도 주차장으로 이동해 실종자 가족들을 돕고 있다.

실종자 수습작업이 지지부진해 지면서 팽목항 입구는 사고 이전처럼 말끔해졌지만, 관광객 등 외부인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다 보니 적막한 시골의 작은 항구 모습을 연출하고 있었다.

팽목항 인근에서 낚시도구 등을 판매하는 상인은 여름철을 맞아 이달 초 문을 열었지만 개점휴업 상태다.

낚시도구 판매 상인 A씨(73)는 “처음 (세월호 참사)사고가 발생한 후 2개월 동안 목포에서 생활한 뒤 이달 초 가게를 열었는데 물건이 전혀 팔리지 않는다”며 “마냥 쉴 수도 없고 해서 문만 열고 있을 뿐이다”고 푸념했다.

한때 실종자 가족 대부분이 생활했던 진도군실내체육관 또한 사정은 마찬가지.

진도체육관 주차장 한 켠 이동 빨래차량 옆에는 실종자 가족들이 사용했던 담요와 수건 수십장이 걸려 있어, 가족을 기다리는 안타까움을 보여주고 있다.

또 전국에서 도움의 손길을 내 놓던 자원봉사자들도 천주교와 불교 등 종교단체 중심으로 바뀌었다.

당초 천여명 가량의 실종자 가족들이 생활했던 체육관 내부에는 자원봉사자 인원이 실종자 가족보다 많을 정도다.

게다가 안전행정부, 보건복지부, 해양수산부, 노동부, 여성가족부, 경기도교육청, 안산시, 진도군청 등에서 파견 나온 공무원 20여명이 현장에서 실종자 가족들의 민원을 상담 받고 있었다.

상담을 담당하던 공무원 B씨는 “실종자 가족 수가 워낙 적다보니 하루 종일 한 사람의 민원도 접수하지 못하는 사례도 있다고 했다”고 말했다.

사고 발생 50여일까지 매일 수백여명이 투입됐던 진도군실내체육관과 팽목항의 경찰병력 또한 수십명 수준으로 줄었다.

경찰 관계자는 “실종자 가족이 급속히 줄면서 현재 체육관에는 약 20여명, 팽목항에는 30여명의 경찰이 매일 순찰한다”고 말했다.

가족의 생사를 확인하지 못한 실종자 가족들은 긴 한 숨과 함께 기약 없는 기다림을 이어가고 있다.

지금 당장 인양을 시작하더라도 연내 마무리되기가 어렵기 때문에 수습 이외에 선택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단원고 학부모 B씨는 “인양을 하려면 6개월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다는데 가족으로서 어떻게 인양을 선택할 수 있겠나”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정부의 실종자 수습대책에 아쉬움을 토로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일반인 피해자 가족 C씨는 “4월 사고가 발생하자 정부는 인양에만 신경을 썼지, 아무런 구조대책 조차 없었다”며 “이러한 상황은 실종자가 10명 밖에 안남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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