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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소상공인, “삶의 질이라는 게 뭔가요?”

[칼럼]소상공인, “삶의 질이라는 게 뭔가요?”

기사승인 2014. 08. 28.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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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재 회장
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 공동회장
“엄마, 아빠 가게 보느라 바쁘니까 점심은 대충 라면 끓여 먹고, 저녁은 국 데워서 챙겨먹고 숙제 하고 있어.” 수도권에서 작은 슈퍼마켓을 운영하고 있는 K씨의 중학교 2학년 된 아들 K군은 오늘도 어김없이 엄마한테 전화를 받았다. 방학도 끝나가는데 가족끼리 오붓하게 야외캠핑까지는 아니더라도 경치 좋은 곳에 바람쐬러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만 아침 일찍 나가 새벽에 들어오시는 부모님을 보며 꾹 참는다. “또 라면 먹어야 하나…그냥 대충 햄버거로 때우고 애들 불러서 PC방이나 갈까.” 흔한 소상공인 가정의 모습이다.

지난 4월 ‘세월호’ 참사 이후 안산을 시작으로 전국적으로 추도 분위기가 이어지고 각종 행사 및 여행 취소가 잇따르면서 내수 경제에 적지 않은 타격을 줬다. 경기침체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소상공인들의 손실은 더욱 크다. 일 매출이 반으로 줄었다는 소상공인들도 부지기수며 월드컵 특수를 노렸던 치킨집 등 음식업종 소상공인들도 사라진 특수에 울상이다. 정부가 최근 세제개편안과 함께 내수 경제 활성화 방안을 내놓았지만 대기업이나 임금소득자에 치우진 정책에 소상공인은 더욱 소외감을 느끼고 있다.
물론 내수 경제가 살아나면 소상공인에게도 나쁠 건 없다. 하지만 내수 부양책에 따른 경기 활성화가 소상공인에게 단기적으로 긍정적이지만, 보다 근본적이고 뿌리 깊은 문제가 ‘삶의 질’과 ‘행복’ 문제다. 시쳇말로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소상공인에게 ‘삶의 질’과 ‘행복’은 매출 장부와 계산기에 묻혀 버리고 만다.

이같은 사실은 최근 공개된 중소기업중앙회 실태조사 결과에서 확인됐다. ‘소상공인의 행복한 사업과 삶을 위한 정책방향’의 주제로 진행된 이번 실태조사는 도매 및 소매업, 숙박 및 음식점업, 수리 및 기타개인서비스업 3개 업종 1500개 사업체를 대상으로 이뤄졌다.

소상공인의 가족경영 현황 및 개인 행복감 등을 중심으로 분석한 결과, 취미 생활을 누리냐는 질문에 긍정적인 대답은 29%에 불과했다. 현재 소득으로 가족생활이 유지가 가능하느냐는 질문에는 27%만이 긍정적이라고 답했다.

또 소상공인들 중 월 1회 영화 관람 등 문화생활을 하지 않는 이들이 절반 정도인 것으로 나타났다. 일일 근무시간 또한 사업주의 경우 평균 10.5시간으로 생각보다는 많지 않았지만 가족종사자의 근무시간이 평균 8.8시간으로 가족의 근무시간이 만만치 않음을 알 수 있었다.

이번 실태조사 결과와 실제 소상공인들의 생활을 감안해 볼 때 소상공인이 한국경제의 중요한 기반이라는 공감대 형성을 토대로 소상공인을 위한 정부 차원의 복지 지원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가족경영이 대다수인 소상공인 특성에 맞춘 문화 및 여가 정책 등을 장기적으로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물론 소상공인을 위한 각종 세제혜택과 금융지원 정책 등은 더욱 시급한 것도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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