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투데이 로고
유학파 기자가 소개하는 런던의 숨은 명소 5곳

유학파 기자가 소개하는 런던의 숨은 명소 5곳

기사승인 2014. 11. 14. 17:24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톡 링크
  • 주소복사
  • 기사듣기실행 기사듣기중지
  • 글자사이즈
  • 기사프린트

기자는 2006년 5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영국 런던에서 공부했다. 직장 생활이 고단할 때마다 런던 생각이 먼저 난다.


예술적인 디자인이 인상적인 영국 대학, 밤마다 별처럼 빛나는 런던 금융가 등은 뇌리에 남아있다. 실연에 빠져 런던 탬즈강을 바라본 나날은 이제 추억이 됐다. 사실 런던 시계탑(빅뱅) 등 관광서적에 나오는 명소는 크게 기억나지 않는다.


오로지 기자의 주관적 취향으로 정한 런던 관공 명소 5곳을 소개한다. 취향은 저마다 다르므로, 이 글에 소개된 명소를 찾아다가 실망할 수도 있다는 점을 유념하길! 사실 이 소개글은 20대 청춘을 보낸 나날을 더듬는 과정이다.


1. 런던 골드스미스 대학교(Goldsmiths, University of London)


데미안 허스트, 사라 루카스, 앤소니 곰리. 이들의 이름을 들어본 사람이라면 현대 예술에 일가견이 있는 사람일 것이다. 1990년대 활동을 본격화한 ‘젊은 예술가군(Young British Artist)’으로 불렸지만, 어느덧 중견 작가로 세계 예술계를 주무르고 있다.  특히 데미안 허스트는 세계에서 작품값이 가장 비싼 현대 작가다. 이들의 공통점은 영국인이라는 것이고, 런던 골드스미드 대학교 출신이라는 것이다.


당대 영국 예술가의 진앙지라 불릴 만큼 런던 골드스미드대는 현대 미술관 같다. 본관 바닥은 격자무늬로 디자인돼 러시아 모던니즘 작가 몬드리안의 작품을 보는 듯하고, 이 대학 미대 건물에는 조각의 거장인 곰리가 만든 형이상학적 조각이 설치됐다. 어렵게 말해 형이상학적이지, 사실 재학생들은 ‘스파게티’라고 불렀다. 학교 내부에는 타투를 새기고 빈티지 스타일의 패션을 추구하는 재학생들로 가득하다. 학교 주변에도 홍익대학교의 빈티지 카페를 그대로 옮겨놓은 카페 등이 많다. 굳이 표현하면 이 학교는 하나의 패션가를 형성하고 있다.


이 학교 주변을 어슬렁거리다 보면 귀에다 ‘위드'라고 속삭이며 지나가는 이가 있다. 위드는 대마초의 은어로 거리에서 마약 거래가 이루지고 있는 셈이다. 눈이 풀린 학생이 있다면 그는 술이 아닌 대마초에 취했을 수도 있다.


주소: Goldsmiths, University of London, New Cross, London, SE14 6NW



                 <캠든 아트센터 안 카페> 



2. 런던 캠든 아트 센터(Camden Art Center)


런던의 첫 느낌은 ‘여기에 런던 맞아?’였다. 파키스탄, 인도, 한국 등 이민자나 외국인이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순혈 영국 백인은 런던 인구(800만 중) 중 45% 정도에 그친다.


런던 북부 부촌 햄스테드 인근 미술관을 가면 사정이 달라진다. 미술관에는 아시안이나 흑인들이 찾기 어려울 만큼 백인 관람객들이 많다.


이 미술관은 신진 작가의 작품을 주로 전시하는 만큼 현대 예술의 새 흐름을 보여주고 있다. 미술관 입구로 들어서면 책장에는 수잔 손택의 ‘해석에 반대한다’ 등 미학‧철학 서적들이 진열돼 있다. 정원과 이어지는 미술관 카페에는 종종 지역 신문기자들이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기도 하다.


그렇다. 이 미술관에는 상류 백인들의 문화적 감성이 살아 숨쉬고 있다. 상류층이 아닌 기자가 이 미술관을 좋아하는 이유는 한때나마 백인 주류 사회를 체험하고 싶은 ‘된장기’ 때문이다. 이 철없던 기억조차 이제는 추억이 되었으니, 이제 철이 좀 든 걸까?


주소: Arkwright Rd, London NW3 6DG, 020 7472 5500






3. 뉴스마트(Newsmart)


한국인이 런던에 오면 가장 불편한 점이 있다. 지하철에서 휴대 전화가 안 터져 인터넷을 하지 못 한다는 것. 지하에서 세상 소식이 궁금하다면 종이 신문을 펼칠 수밖에 없다. 덕분에 우굴거리는 지하철에서 신문 펼쳐든 풍경은 영국에서는 현재 진행형이다.


시내 곳곳에 있는 ‘뉴스마트’는 수 백 부의 신문, 잡지를 파는 종이 매체의 전시장이다. 이곳에 오면 신문의 특징을 한 눈에 확인할 수 있다. 사진은 영국 삼대 일간지 중 하나인 가디언지 1면이다. 가디언은 영국 정부의 보수성을 강도 높게 비판하는 진보 매체인데, 한 번 펼쳐 넘겨보면 패션지라 해도 좋을 만큼 미적이고 세련된 모습이다. 이념적 노선에 경직돼 딱딱한 느낌을 주는 것과 상반된다. 영국도 신문 사업이 쇠락하고 있지만 사가사각, 마찰음을 내는 종이 매체가 있다면 이곳에 올 만하다. 이곳에서 기자의 꿈을 키웠다.


주소: 7 Harewood Place, Mayfair, London, W1S 1BZ



                 소호 게이 클럽 안 


4. 소호 게이(G-A-Y)


런던 유학 시절, 모 매체에 글을 쓰기로 했다. 당시 영국에서 동성결혼 합법화 논란이 일고 있어 ‘게이’ 관련 글을 쓰려 했는데 해당 매체에서 ‘동성애 이슈는 부담스러우니 다른 걸 쓰자’고 했다. 보수적인 성향의 영국에서도 동성애에 대한 거부감이 많지만, 시내 한복판에 게이 클럽이 있을 정도로 동성 사랑이 음지에 묻혀있지는 않다.


금요일 밤이면 런던 중심가 소호의 동성애자 클럽 '게이' 입구 앞에는 기다린 줄을 볼 수 있다. 동성끼리 농밀한 춤을 추고 술에 취해 껴안는 풍경은 처음에는 사실 당혹스러웠지만 시간이 지나니 자연스러웠다. 이른바 ‘헌팅’도 이뤄진다. 맥주를 산다거나 합석하자고 하는 수법도 한국이나 영국이나, 이태원 클럽이나 런던 게이 클럽이나 대동소이하다. 호기심 때문에 여성, 남성 친구들과 함께 몰려갔지만 그 안에서 헌팅을 받지 못한 남성이 기자 뿐이었다. 얼굴이 작고 몸매가 좋은 사람이 우대받은 건 이성이나 동성에게 똑같다는 생각을 했다.


주소: 30 Old Compton St, London W1D 4UR




5. 카나리 워프(Canary Wharf)


오전 7시 무렵, 런던 남동부 카나리 워프 역 안에는 정장 차림의 남성들이 쏟아져 나온다. 한손에는 신문을, 다른 한손에는 가방을 든 남성의 모습이 너무 멋스러워 일부러 출근길 이곳을 찾는다는 친구도 있었다. 하지만 HSBC, 바클레이 등 런던 금융업체가 몰린 카나리 워크의 진 면모는 밤에 드러난다.


밤이 되면 금융가 건물은 별처럼 불이 들어오고, 그 불빛은 금융가 아래 도도히 흐르는 강물에 비친다. 펍(영국 술집) 안에는 넥타이를 풀어 제킨 직장인들이 맥주를 들이킨다. 오전과 오후 시간대에 번잡했던 모습은 사라지고, 지역 전체에 잔잔한 물결이 흐르는 느낌이다. 이곳을 마지막으로 정한 이유는 영국 직장인의 애환이 있기 때문이다. 영국이 여전히 금융업으로 위세를 떨치는 비밀은 이곳 직장인들이 술집에서 털어놓는 속내에 숨겨져 있다.


  

후원하기 기사제보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