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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은 없다, 월 37만원으로 미래준비”

“희망은 없다, 월 37만원으로 미래준비”

기사승인 2014. 11. 24.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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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15시간 이상 일하지만 생활비 빼고 남는 돈 37만원뿐, 우울한 서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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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가구의 높은 빈곤율은 미래를 대비할 수 없을 정도로 팍팍한 서민들의 생활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버는대로 하루하루를 써야만 생활이 가능한 서민들이 늘어나면서 미래를 위한 대비도, 수익을 얻기 위한 투자도 쉽지 않은 상황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소득이 갑자기 줄어들거나 질병 등에 걸려 큰 돈이 필요하게 되면 언제라도 빈곤층으로 빠져들 수 있다.

대구에 사는 조 모씨(33·여)는 식당일을 돕고 아르바이트로 영어과외를 하며 생계를 이어간다.

매일 15시간 이상씩 일하고 토요일에도 오후 2시까지 쉴새가 없지만 그가 손에 쥘 수 있는 돈은 월 220만원이 전부다.

하지만 조 씨가 매달 고정적으로 쓰는 돈은 183만원.

월세 30만원을 포함해 전기세나 핸드폰 비용, 식료품비, 부모님 용돈 등 생활비를 제외하고 조 씨가 저축 등 미래를 위해 준비할 수 있는 돈은 매달 37만원이다.

고단한 하루하루를 보내지만 그에게 남은 건 37만원 짜리 미래다. 조 씨에게 결혼이나 아이는 꿈속에서의 일이다.

그는 “결혼과 아이는 관심도 없다. 그냥 이대로 살겠다”며 체념한 듯 말한다.

조 씨처럼 대다수의 서민층은 소득이 있으면 그대로 소비와 지출로 사용해야만 생계를 꾸려갈 수 있다.

실제 한국은행 조사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가계소득에 대한 지출비율은 78.8%에 달했다. 100만원을 벌면 78만8000원을 쓰는 셈이다.

이마저도 2010년 81.1%에 비해 다소 나아진 상황이다.

버는 대로 쓰는 현상은 가계소득증가율과 소비증가율이 함께 움직인다는 데서도 확인된다.

2010년 상반기 가계소득이 7.5% 늘자 지출은 8.3%가 증가했다. 그 해 하반기 소득 증가율이 4.2%로 떨어지자 지출 증가율도 5.2%로 내려갔다. 2010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이런 추세는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이어져오고 있다.

이렇게 소득이 대부분 소비로 나가버리는데는 가계부채 상환부담이 자리한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기준 의원실에 따르면 부채를 가지고 있는 소득 1분위 계층(하위 20%)의 가처분소득에 대한 원리금상환 비율(DSR)은 2012년 45.3%에서 올해 68.7%까지 올랐다.

소득의 70% 가까이는 빚을 갚는데 사용하고 나머지로 생활비 등을 충당하는 구조인 셈이다.

보험설계사 정성욱 씨(34)는 주말도 없이 일하지만 주거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서울 외곽지역에 10평남짓한 신접살림을 차렸다.

그는 “언제까지 이런 생활을 해야 할지 모른다. 차라리 농촌에 들어가서 농사나 지었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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