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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 강조하는 금감원장 vs 금융업계는 ‘뜬구름 잡는 이야기’

‘자율’ 강조하는 금감원장 vs 금융업계는 ‘뜬구름 잡는 이야기’

기사승인 2015. 01. 0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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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축은행 사태 부른 김종창 전 원장 사례는 '반면교사'해야
진웅섭
진웅섭 금융감독원장<사진>의 새해 화두는 ‘자율’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강요와 제재를 통한 금융사 통제에서 벗어나 자율적으로 금융서비스를 운영하는 금융사들을 만들겠다는 포부를 수차례 밝혀온 바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진 원장의 포부대로 스스로 문제를 해결해 나갈 시스템 구축이 가능할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일각에서는 자율적 시스템을 운용하기에는 아직 준비가 덜 된 금융사들에게 ‘강요된 자율’을 압박할 경우 자칫 엉뚱한 방향에서 문제가 불거질 지도 모른다는 우려도 나온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진 원장은 취임 직후 임원회의에서 “감독 당국이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것을 훈계하고 개입하는 ‘담임 선생님’ 같은 역할을 하기보다는 자율과 창의의 관점에서 시장 자율을 존중하고 촉진하도록 감독 방향을 재정립 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더 이상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것을 지시하고 관리·감독하는 일은 하지도 않고 할 필요도 없다는 것이 진 원장의 생각이다.

모든 금융업권의 금융회사들을 세세한 부분까지 다 감시·감독하고 지시하는 건 금감원 인력이 지금의 10배가 되더라도 불가능하기 때문.

문제는 지금까지 법이 정한 한도를 넘어 인사권과 경영권까지 모든 부분을 지시하고 간섭했던 금융당국이 갑자기 ‘자율’을 이야기한다는 점이다.

실제 지난해 금융권의 뜨거운 논란을 불러온 KB금융사태의 경우 금융당국은 회장과 은행장의 3개월 업무정지(법이 정한 권한)를 내린데 이어 사외이사들로 구성된 이사회를 이용해 임영록 전 회장을 사퇴시킨 바 있다.

또 당사자 간의 계약을 마무리한 LIG손해보험의 자회사 편입 승인을 4개월여 간이나 미루며 사외이사진들의 퇴진을 강요하기도 했다.

우리은행 민영화 역시 관심을 가지고 입찰에 참여하려는 교보생명에 대해 인수와 관련, 부정적 입장을 내비쳐 우리은행 경영권 입찰의 유효경쟁을 깨뜨리는 등 끊임없이 개입했다.

이처럼 업무방식에서부터 임직원에 대한 규제까지 금융당국의 통제 아래 있던 금융사들은 갑작스레 스스로 잘하라는 요구를 해오는 당국에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한 민간연구기관 관계자는 “감독당국이 금융사별로 시스템을 개선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알고 있다”면서도 “구체적으로 어떻게 금융사들이 개별 시스템을 만들라고 하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도 “구체적인 시행방안을 제시하지 않고 자율적으로 하라고 하니 구름 잡는 이야기가 되는 것 같다”며 “설사 자율이 맞다 하더라도 과거의 관행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구체적인 지침과 당국의 의도를 제공해야 하는데 구체적으로 이야기하지 않고 자율로 하라고 하면 업계는 어디서부터 어디까지를 자율로 해야하는지 선뜻 나서지 못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섣부른 자율 시스템은 화를 불러올 수도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과거의 예를 보면 김종창 전 금감원장도 금융업계에 진 원장과 비슷한 요구를 했다. 김 전 원장은 시장의 자율과 책임을 강조했다.

김 전 원장은 취임 직후 “금감원의 고객인 금융회사도 기업”이라면서 기업 친화적이고 시장 자율에 맡기도록 감독당국의 패러다임을 변화시키겠다고 밝혔었다.

금감원 관계자는 당시 상황과 관련, “금융사에 대한 지적보다는 잘못된 방식을 개선토록 해주는 방식으로 금감원 업무가 이뤄졌다”고 전했다.

하지만 김 전 원장이 퇴임하기 직전인 2011년 초 저축은행들의 부실대출이 드러나면서 집단으로 영업정지가 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금감원 직원들 중 일부는 저축은행업계에서 금품을 수수해 수사를 받기도 했다.

금융권이 알아서 잘하라는 감독당국 수뇌부의 요청을 금융업권과 일부 감독당국 관계자들이 악용한 대표적 사례다.

이와 관련, 금융당국의 한 관계자는 “어떻게 하면 자율과 창의를 이뤄낼 지 어려운 부분이 있다”면서도 “앞으로 더욱 고민해야 할 과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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