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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몽골, 혼인·역사동맹 넘어 가치동맹 가자”

“한국·몽골, 혼인·역사동맹 넘어 가치동맹 가자”

기사승인 2015. 01. 19.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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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몽수교 25주년 기념 한·몽·미 국제토론회] 한몽 비자문제 해결 급선무...한국에 대한 국민감정 나빠져, 새마을운동, KOICA 성과 미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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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 울란바토르 과학기술대에서 지난 18일 한국과 몽골 미국의 전문가들이 한몽 수교 25주년을 기념하는 국제토론회를 열고 있다/사진=최영재 기자
<창간 10주년 특별기획> ‘팍스 몽골리카나’에서 ‘팍스 코리아나’를 보다.

몽골 울란바토르/아시아투데이 최영재 기자 = 올해는 한·몽골 수교 25주년이 되는 해다. 아시아투데이는 창간 10주년을 맞는다. 이에 아시아투데이와 (사)코리아글로브(이사장 조민)는 한·몽 양국 정부와 민간을 망라하는 수교 25주년 첫행사로 지난 1월 18일, 영하 30도를 오르내리는 혹한의 몽골 ‘울란바토르 과학기술대’에서 국제토론회를 열었다. 양국의 공동번영을 기원하는 이 토론회에는 한국과 몽골, 미국 등 3국의 전문가들이 참여했다.

다음은 토론회 내용 요약

◇ 김석규 코리아글로브 상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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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규 코리아글로브 상임이사/사진=최영재 기자
“1990년 3월 26일 한·몽 수교는 역사의 기념비와도 같다. 스탈린주의에서 대러시아주의까지 살을 에는 눈보라 속에서 한국과 몽골 두 나라는 살아남았다. 또 모택동주의에도 두 나라는 죽지 않았다. 이런 두 나라가 800여년 전의 인연을 이어 다시 만난 사건이 한·몽 수교다.

반만년을 이어온 유라시아 기마문명의 흐름에서 코리아와 몽골은 하나다. 두 나라는 동몽골 초원을 넘나들며 한 지붕 아래 가족으로 살다가 날이 추워지고 시대가 바뀌며 몽골은 저 넓은 서쪽 초원으로 뻗어나갈 때 코리아는 동쪽에서 그 나름의 삼한을 일구었다.

세월이 흘러 칭기즈칸이라는 영웅이 나타나 유라시아를 하나의 인연으로 묶었다. 이 때 ‘맥코리아(몽골 측’)가 ‘고코리아(한국 측)’를 잊지 않고 유라시아 경략의 벗으로 함께 했음은 잊을 수 없는 우정의 징표다. 고려와 몽골의 혼인동맹 앞에서 오늘날 한·미동맹이 어찌 명함을 내밀겠는가.

그 뒤 우리는 서로 잊고 살았다. 조선은 중원보다 더한 중화의 본향이 되었고, 몽골은 이름뿐인 혼인동맹 아래 금나라보다 더 잔인한 압제에 시달렸다.

지난 20세기는 양국한테는 힘든 시기였다. 코리아는 역사 이래 처음 식민지가 되었고, 독립의 부푼 꿈을 펼친 몽골은 바이칼까지 갖다 바쳤음에도 러시아에 능욕 당했다.

그런데 1990년, 대한민국과 몽골은 영화처럼 만났다. 피보다 진했던 동맹이 600여년 만에 다시 만난 것이다. 역사 이래 단군의 자손과 칭기즈칸의 자손이 가장 어려울 때 만나 푸른 하늘과 솔롱고스의 꿈을 키우고 있다.

그러나 기대가 큰 만큼 실망도 크다. 아직도 식민사관과 민중사관에서 못 벗어난 코리아에게 몽골은 형제가 아니라 그저 멀리 떨어진, 가난한 이웃으로 여기고 있다.

예나 오늘이나 지정학의 요충인 몽골 또한 강대국들과 달리 관심도 없는 형제 나라 한국의 손길만 기다리기엔 너무 힘들었다. 이제 25주년이 흐른 올해의 첫 달, 우리는 살을 에는 추위만큼 냉정해야 한다. 더 이상 역사의 자산과 들뜬 기대만으로는 우리에게 미래는 없다.

대한민국의 꿈은 무엇인가. 몽골의 꿈은 무엇인가. 대한민국에 몽골은 누구인가. 몽골에 대한민국은 누구인가. 두 나라와 두 겨레는 어떤 미래를 만들어갈 것인가.

이제 우리는 함께 혼인동맹과 역사동맹을 넘어 가치동맹으로 나아가야 한다. 울란바토르의 친한파와 서울의 친몽파가 만나는 이 귀한 역사의 자리부터 반드시 이 절체절명의 물음에 답을 찾아 나서야 한다. 그리고 무엇을 매듭짓든 우리는 함께 따라야 한다. 그것이 곧 코리아의 ‘화백’과 몽골의 ‘코릴타이’다.

두 나라는 우선 혼인동맹부터 오늘에 맞게 되살려야 한다. 한 집안처럼 오고감이 자유로워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독점 노선으로 비싼 항공료와 비자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 한국으로 오기 위해 왜 몽골의 엘리트들이 이를 악물어야 하나. 몽골의 영토는 한국의 17배나 넓고 인구는 300만이 채 안되는데 코리아가 쓸데 없는 걱정을 하고 있다.

역사동맹은 발등의 불이다. 동몽골 프로젝트를 반드시 이뤄내야 한다. 대한민국의 꿈은 무엇인가. 몽골의 꿈은 무엇인가. 대한민국에 몽골은 누구인가. 몽골에 대한민국은 누구인가. 두 나라와 두 겨레는 어떤 미래를 만들어갈 것인가. 가치동맹은 이 다섯가지 물음에 대한 답이다.

이 자리에 함께 한 우리 친몽파와 친한파가 서로 힘을 모아 이런 문제를 풀어야 한다. 혼인동맹과 역사동맹의 되살림은 친몽파가 먼저 나설 일이다.”

◇ 앵크출룬 Muchworks LLC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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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크출룬 Muchworks LLC 사장 /사진=최영재 기자
“한국 유학 시절 네이버에서 일했다. 현재 몽골의 한국유학생 모임인 ‘매지코 협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한국과 몽골 두 나라 관계가 발전하려면 민간교류도 중요하지만 비즈니스 교류가 활발하게 일어나야 한다. 세계적으로 발전한 한국의 정보통신(IT) 기업이 몽골에 관심을 갖기를 바란다.


몽골은 IT 기업들에는 기회의 땅이다. 북쪽으로는 러시아라는 배후 시장이 있고 서쪽으로는 카자흐스탄이라는 배후시장이 있다. 이곳 한국의 IT 기업들이 몽골에 투자하면 몽골을 건너 중앙아시아로 갈 수 있다. 최근 몇 년 사이에 몽골의 경제는 뒷걸음치고 있다. 몽골 경제에 투자하려면 지금이 가장 좋은 시기다.”

◇ 남버치 몽골 다한시 시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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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버치 몽골 다한시 시의원/사진=최영재 기자
“최근 몇 년 사이 몽골에서는 한국에 대한 국민 감정이 나빠지고 있다. 몽·한 수교 초창기에는 관계가 좋다가 최근 한국의 경제가 뒷걸음치고 한국에 일하러 가거나 공동사업을 하던 몽골 사람들이 피해를 많이 보면서 생긴 결과다.

또 한국의 ‘새마을 운동’같은 근대화 운동이 몽골에 많이 수입돼 많은 비용과 투자가 있었는데도 뚜렷한 결과와 성과물을 내지 못했다. 특히 한국의 국제협력단(KOICA)은 많은 금액을 몽골에 투자했지만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몽골 국민들이 피부로 실감할 수 있는 성과물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부 주도가 아닌 대한민국의 시민사회, 지식인사회, 코리아글로브 같은 비정부기구(NGO)들이 나서서 근대화와 민주화 경험을 몽골에 이식시켜 주면 고맙겠다.”

◇ 피터 벡 전 미 국무부 아시아재단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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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 벡 전 미 국무부 아시아재단 대표/사진=최영재 기자
“한국과 몽골이 얼마나 가까운지는 제 3자인 미국인 입장에서 보면 가장 잘 알 수 있다. 몽골의 고비사막 같은 유목민 지역과 제주도 등 한국의 시골에 가보면 두 나라가 얼마나 닮았는지 잘 알 수 있다. 한국의 소주는 그 기원이 몽골에서 왔다. 제주도의 말은 모두 몽골 말이다.

현재 남·북한 관계에서, 특히 통일로 가는 길목에서 몽골의 역할이 상당히 중요하다. 몽골은 남·북한과 미국 등 남북 통일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나라와 모두 관계가 좋다. 몽골은 한반도 통일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몽골은 북한과 대화를 할 수도 있다. 그런 측면에서 한국과 몽골은 밀접한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

◇ 송의민 몽골국립사범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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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의민 몽골국립사범대학교 교수/사진=최영재 기자
“한국과 몽골의 관계는 몽골제국을 일으켰던 칭기즈칸과 쿠빌라이칸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고려와 몽골은 혼인동맹으로서 어느 나라보다도 밀접한 관계를 유지했다. 당시 고려와 몽골이 함께 꿈꾸었던 것이 ‘아시아 공동체’였다.

아시아는 현재의 유럽연합(EU)처럼 아시아공동체로 가는 길을 닦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한국과 몽골의 우호친선협력이 매우 중요하다. 현재 한·몽 간의 가장 큰 문제는 비자 문제인데 이것들을 하루빨리 해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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