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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회 리더십 위기, 슈틸리케에게 배워라

한국사회 리더십 위기, 슈틸리케에게 배워라

기사승인 2015. 02. 01.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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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적 영역 침범하는 '사심 망국병' '인맥자본주의' 염증
"정치권도 사심없는 정치로 진정성 추구해야" 자성
울리 슈틸리케 감독(61·독일)이 이끄는 한국 축구 대표팀이 지난달 31일(현지시간) 2015 호주 아시안컵에서 준우승을 차지했다. 비록 우승컵을 들어올리진 못했지만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 ‘파벌축구’라는 한국 축구계의 민낯을 드러냈던 국가대표팀이 혁신에 성공했다는 박수가 쏟아졌다. 국민들의 온갖 질타가 쏟아졌던 대표팀을 단시간에 박수 받는 팀으로 바꿔낸 슈틸리케의 리더십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해 9월 한국 대표팀 감독을 맡은 슈틸리케 감독은 이번 아시안컵을 통해 ‘실학축구(경기내용과 상관없이 가장 실용적인 축구를 한다는 뜻)를 이끄는 ‘다산(茶山) 슈틸리케 선생’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특히 한번도 대표팀 경기를 뛰어본 적이 없는 이정협(상주 상무)과 왼쪽 무릎 연골 제거 수술을 받은 후 대부분의 시간을 벤치에서 보낸 김진현(일본 세레소 오사카)의 선발을 두고는 2002 한·일월드컵 4강 신화를 이룬 거스 히딩크(네덜란드) 감독과 박지성을 떠올리게 한다는 평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슈틸리케 감독의 인재 등용 방식과 공동체를 이끄는 리더십을 배워야 한다고 지적한다. 특히 혈연·지연·학연 등 사적 관계가 공적 영역을 침범하는 고질적 ‘망국병’에 대한 국민들의 염증이 슈틸리케 리더십에 열광하는 이유라고 분석한다.

이택광 경희대 교수(글로벌커뮤니케이션)는 슈틸리케 리더십의 인기 비결에 대해 “원로가 원로의 역할을 못하고 리더가 리더의 역할을 하지 못하는 데 대한 불만이 투영된 것”이라고 평했다. 이 교수는 “한국 사람들 사이에선 합리적인 사회 운영, 합리적인 국가 운영이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는 불만이 강하다”며 “소위 인맥축구, 자기 출신 학교, 자기가 좋아하는 내 편만 골라쓰는 인맥자본주의를 타파해야 한다는 열망이 높다”고 설명했다.

신율 명지대 교수(정치외교학)는 우리 정치권이 슈틸리케 감독의 ‘사람 쓰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신 교수는 “대한민국 축구 파벌과 무관하게 선수를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선발했던 슈틸리케의 리더십을 정치권이 닮아야 한다”며 “그 사람의 능력을 봐야지 자기에 대한 충성도를 보고 판단하면 일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리더들이 국민 집단 이성에 대한 신뢰를 가져야 하는데 자신들이 국민들을 일방적으로 이끌어갈 수 있다는 오만을 버려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치권에서도 자성의 목소리가 나왔다.

정치권의 대표적인 ‘축구광’인 정갑윤 국회부의장은 “축구를 워낙 좋아해 웬만한 축구 선수들 이름을 다 아는데 내가 잘 들어보지 못한 선수들도 국가대표로 선발됐다. 그야말로 실력 위주의 선발과정이라고 본다”며 ‘사심(私心)’ 없는 선수 선발을 슈틸리케 리더십의 핵심으로 꼽았다.

정 부의장은 “특히 축구는 11명의 팀워크가 중요한 스포츠다. 지도자가 어느 특정인에게 사심을 갖고 있다는 것이 드러나면 소외됐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지도자에게 ‘잘 보여야 겠다’는 생각만 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최근 정치권에서도 지도자의 사심이 개입돼 일어나는 사고가 많다. 작은 지도자든 큰 지도자든 사심으로 일을 그르치는 경우가 많다”며 “우리 정치권도 사심없는 정치로 진정성을 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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