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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內憂外患’ 저축은행…해결책없는 금융당국

‘內憂外患’ 저축은행…해결책없는 금융당국

기사승인 2015. 03. 0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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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간 1조5000억원 적자에 약탈적 대출로 취약계층 노려
저축은행
저축은행이 다시 한국 금융권의 ‘뇌관’으로 변하고 있다.

최근 2년 동안 적자규모만도 1조5000억원 가량에 달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금융당국은 부실채권 정리와 자산건전성 강화를 압박하고 있어 수익성은 더욱 악화될 전망이다.

굶주림에 허덕이는 저축은행업계에 다이어트를 요구하는 금융당국의 처방전으로 생사 기로에 직면한 저축은행들은 대학생과 주부 등 금융취약계층에 대한 약탈적 대출을 감행하고 있다.

내우외환(內憂外患)의 저축은행 업계를 살려보려는 당국의 정책도 드문드문 있었지만 늪에 빠진 업계를 살리기에는 역부족이다.

◇ 적자 눈덩이처럼 쌓이지만 다이어트 요구하는 당국

저축은행업계의 최근 2년간 영업손실 규모는 1조5534억원이다.

같은기간인 2013년과 2014년 국내 보험사는 10조4508억원의 순익을 냈다.

극심한 불황을 겪어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는 증권사(1조9624억원)와 은행(10조1000억원)의 순익도 저축은행업계의 마이너스 행진과는 비교할 수 없다.

이처럼 2011년부터 진행됐던 부실 저축은행의 폐업과 퇴출이 일단락됐지만 업계의 위기는 현재진행형인 상태다.

저축은행 업계의 수익성 위기는 부동산 경기하락과 고객 신뢰상실 등이 맞물린 결과로 보는 시각이 많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에 의존하던 수익구조가 건설경기 침체 등으로 이어지기 힘들어진데다 부실저축은행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금융소비자들의 뇌리에 깊숙이 각인돼 웬만하면 저축은행을 이용하지 않으려는 심리가 강하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아사(餓死) 위기에 빠진 저축은행들에 다이어트를 요구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지난해 4월 발표한 저축은행 부실채권 감축계획을 보면 당국은 저축은행업계에 2016년까지 반기별로 부실채권 목표비율을 설정해 제시했다.

내년 말까지 6조3000억원을 대손상각과 담보물 처분 등으로 정리하라는 명령이다.

부실채권을 매각·정리하면 건전성은 개선될 수 있다.

하지만 받을 수 있는 원금과 이자(채권)는 크게 줄어들어 수익성은 더욱 악화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받을 수 있는 원리금이 100원이라면 10원 정도만 받고 헐값으로 채권을 넘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저축은행들은 더욱 존폐 위기로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


대학생-신용대출-2
◇ 굶주린 저축은행의 먹잇감은 ‘취약계층’

위기에 몰린 업계가 찾은 것은 대학생 등 금융취약계층들이었다.

최근 금감원 저축은행감독국 등 4개 부서가 합동으로 현장 점검한 결과에 따르면 대학생 신용대출을 취급하는 저축은행은 2011년 12월 23개 업체에서 지난해 11월 27개 업체로 늘었다.

금리도 연 27.7%로 법정 최고 수준에 육박하는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대출을 대신 받아주면 수수료 100만원을 준다는 말에 속아 3개 저축은행에서 1800만원을 대출받은 대학생 황 모(전주대)씨는 “사기를 당해 대출을 받은 것도 억울하지만 아무 능력없는 학생에게 거짓신분까지 만들어주면서 대출이 진행되는 과정을 이해할 수 없다”며 “불과 한 두 시간이면 모든 대출절차가 끝나고 제대로 된 신분확인이 이뤄지지 않아 큰 피해를 봤다”고 전했다.

이런 현상에 대해 금융권의 관계자는 “저축은행들이 대학생을 선호하는 이유는 연체가 돼 금융채무불이행자(신용불량자)가 되는 수준까지 가지 않도록 부모나 친척들이 어떻게 해 줄 것을 기대하는 것”이라며 “제대로 된 신용정보평가시스템을 갖추지 못한 저축은행들의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말했다.

대학생 이외에도 주부 등 취약계층을 상대로 한 금리장사는 계속되고 있다.

A저축은행의 취업준비생을 위한 대출상품의 금리는 연28%다. 6개월 이상 연체되면 추가 6%의 금리가 더 얹어져 최대 34%까지 금리를 물어야한다.

B저축은행에서 주부와 프리랜서 등에게 제공하는 최근 3개월간 대출평균금리는 30.2%를 기록했다.

회사가 어려워 급여를 받지 못하는 상황이었던 박 모(50·서울 강서구)씨는 저축은행 대출금이 연체되자 사전 통보도 없이 가압류 조치를 당했다며 “법적 조치를 하겠다는 예고라도 했어야 하는데 그런 말 한마디 없었다”고 주장했다.

살기위한 전쟁의 희생양으로 금융취약계층에 대한 무차별 대출이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 당국의 업계 살리기 대책도 약발 미흡

하지만 금융당국은 뾰족한 대책이 없다.

업계의 정화를 위해 수익성을 살려줘야만 근본적으로 영업 관행이 개선되는 것임을 알고 각종 대책을 마련해 줬지만 이렇다 할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이 저축은행 업계의 숨통을 터주기 위한 대표적 조치가 점포설치 규제완화다.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10월 출장소와 여신전문출장소를 설치하기 위해서는 증자를 해야 했던 의무를 폐지하는 내용의 상호저축은행법 시행령과 감독규정 개정안을 내놨다.

개정 이유는 고객과의 접점 확대를 쉽게 해 저축은행들의 영업을 돕겠다는 취지였다.

이에 따라 작년 11월부터는 증자없이도 출장소 등을 개설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기준 저축은행의 출장소(31개)는 9월말과 비교해서 단 한 곳도 늘지 않았다.

저축은행의 신용공여 성과보수 규제제한 폐지도 금융당국이 업계를 살리기 위한 고육지책이었다.

이 조치는 대출금에 대한 이자뿐 아니라 저축은행이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사업 등에 참여해 투자수익을 얻을 경우 사업수익의 5%까지만 받을 수 있던 성과보수 제한을 풀어준 것이다.

하지만 업계의 반응은 냉랭하기만 한다.

한 저축은행 부사장은 “PF에 대한 수익이 살아나지 못하고 있다. 업계의 수익성 회복은 쉽게 풀릴 문제가 아니다”고 말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도 “소규모 개인시설이나 복지시설을 몇몇 업체에서 PF로 참여하고 있지만 사업수익을 얻는 것은 쉽지가 않다. 업계 전체적으로도 수익성을 회복한다는 것은 아직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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