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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뒷담화]한은 ‘경제성장률 전망치’ 유통기한은 3개월?

[취재뒷담화]한은 ‘경제성장률 전망치’ 유통기한은 3개월?

기사승인 2016. 04. 1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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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후
“올해 중 경제성장률은 3%를 다소 밑돌 가능성이 있다.”

지난 3월 열린 취임 2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부담스러운 속내를 밝혔습니다. 그의 한마디로 한은의 올 경제전망은 발표된 지 2개월 만에 공신력을 잃었습니다.

한은의 예측이 실제와 동떨어진다는 지적은 매년 나왔습니다. 2014년 10월 한은은 지난해 성장률을 3.9%로 잡았습니다. 이 수치는 수정을 거듭하면서 2.7%까지 낮아졌습니다. 이마저도 실제 기록한 2.6%보다 0.1%포인트 높은 수준이었습니다. 지난해 10월 제시된 올해 전망치 3.2%가 3.0%로 낮춰지기까지 불과 3개월밖에 걸리지 않았습니다.

이렇다 보니 발표 때마다 하향조정되는 한은의 경제전망을 두고 사실상 수명이 3개월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최근 주요 연구기관들이 앞다퉈 성장률 전망을 낮추면서 한은도 경제전망치를 하향조정할 것이라는 관측은 기정사실화됐습니다. 국제통화기금(IMF)이 기존 3.2%에서 2.7%로 0.5% 내린데 이어 금융연구원 2.6%(기존 3.0%)·LG경제연구원 2.4%(2.7%)·현대경제연구원 2.5%(2.8%)로 줄줄이 낮췄습니다.

시장에서는 한은 또한 2.8% 수준으로 전망치를 내릴 것으로 내다보지만 여전히 다른 기관들보다 낙관적인 수치입니다. 이는 앞으로도 수정할 여지가 남아 있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경제성장을 정확히 예상하기란 불가능합니다. 수 백개의 정교한 경제예측 모델을 활용하더라도 예기치 못한 변수에 결과가 뒤집힙니다. 2014년 세월호 참사와 2015년 메르스 사태, 글로벌 경제위기 등을 한은이 예견할 순 없었습니다.

그러나 한은의 예측은 다른 기관보다 정확성이 떨어지는 게 현실입니다. 유독 후한 전망에 ‘정부 눈치보기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기까지 합니다.

거시경제를 총괄하는 중앙은행의 번복에 시장의 불신은 커지고 있습니다. 이 같은 행보가 지속되면 신뢰성이 생명인 통화정책도 치명상을 입기 마련입니다.

이제 3%대 성장률을 기대하는 곳은 한은과 정부뿐입니다. 저성장 시기에 장밋빛 미래를 내다본 한은이 어떤 선택을 할지 관심입니다. 한은이 ‘양치기 소년’으로 전락할지, 독립기관의 위상을 지킬지는 외풍에 흔들리지 않는 냉철한 판단 여부에 달려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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