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투데이 로고
정부 국책은행 출자 압박에 ‘자본확충펀드’ 꺼낸 이주열

정부 국책은행 출자 압박에 ‘자본확충펀드’ 꺼낸 이주열

기사승인 2016. 05. 09. 06:00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톡 링크
  • 주소복사
  • 기사듣기실행 기사듣기중지
  • 글자사이즈
  • 기사프린트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사진=송의주 기자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정부의 국책은행에 대한 출자 압박에 ‘반격 카드’를 꺼냈다. 자금 회수 가능성이 적은 출자 대신 ‘자본확충펀드’를 대안으로 제시한 것이다. 이는 한은이 채권을 담보로 은행에 대출해 주고 은행은 이를 바탕으로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이 낮은 은행을 다시 지원하는 방식이다.

이 총재는 4일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기업 구조조정에 발권력을 이용하려면 납득할 만한 타당성이 필요하다”며 “중앙은행이 투입한 돈의 손실이 최소화해야 한다는 게 기본원칙”이라고 밝혔다.

이어 “손실 최소화 원칙에서 보면 아무래도 출자보다 대출이 부합한다”며 자본확충펀드를 일례로 들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민간회사인 AIG나 제너럴일렉트릭(GE) 등을 지원할 때도 출자보다 대출 방식을 주로 택했다는 게 이 총재의 설명이었다.

자본확충펀드는 국내에선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은행의 건전성 등을 제고하기 위해 조성된 바 있다. 당시 한은은 산업은행에 3조3000억원을 대출해줬다. 이로 인해 은행들의 자본 조달이 원활해지자 한은은 대출금을 회수했다.

이는 한은의 출자 등을 기대하고 있는 정부의 시각과 사뭇 배치되는 양상이다.

4일 기획재정부·금융위원회·한은·산은·수출입은행 등이 참여하는 ‘국책은행 자본확충 협의체’가 출범했다. 이들은 다음달 말까지 자구노력 최우선과 국민부담 최소화라는 원칙에 맞는 해법을 도출하기로 했다. 이와 관련 한은의 수은 추가 출자 또는 산은 조건부 자본증권(코코본드) 매입이 유력한 방안으로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같은 날 있었던 이 총재의 발언은 ‘기업 구조조정 관련 한은이 적극적인 역할을 하겠다’는 입장을 견지하면서도 발권력 동원엔 사실상 난색을 표명한 것으로 풀이된다.

대신 그는 금융안정을 중앙은행의 가장 중요한 역할로 강조했다. “구조조정이 진전되면 기업의 신용 리스크를 정확히 측정하기 어려워지면서 금융이 불안해질 가능성이 있다”며 “정상적 기업조차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고 실물경제가 위축되는 상황을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이 총재는 한은의 국책은행 출자 가능성도 열어놓았다. 그는 “출자 방식을 100% 배제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타당성이 있으면 그것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후원하기 기사제보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