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투데이 로고
[기자의 눈] 3개월 넘긴 롯데수사, 용두사미 돼선 안된다

[기자의 눈] 3개월 넘긴 롯데수사, 용두사미 돼선 안된다

기사승인 2016. 09. 22. 06:00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톡 링크
  • 주소복사
  • 기사듣기실행 기사듣기중지
  • 글자사이즈
  • 기사프린트
아시아투데이_이진규
사회부 이진규 기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소환조사가 마무리되면서 3개월 넘게 진행된 검찰의 롯데그룹 수사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신 회장은 20일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소환돼 18시간 동안 조사를 받았지만 롯데건설이 조성한 비자금 등 대부분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검찰은 롯데그룹 정책본부와 그룹 계열사들에 대해 전방위 수사를 벌여왔지만 신 회장의 신병처리 문제를 놓고 적잖이 고민하는 모습이다.

검찰은 비자금의 실체를 확인하고도 제2롯데월드 인허가 비리 등 롯데그룹의 정관계 로비 의혹에 대해서는 아예 수사 성과를 내지 못했다. 아니 못했다기보다 안 했다는 게 정확한 표현일지 모르겠다.

로비 수사에 있어 금품 공여자의 신병 확보는 기본이다. 그런데도 검찰이 신 회장의 신병처리를 놓고 주저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에 대해 일각에선 수사 초반 혐의 입증을 자신했던 검찰이 신 회장의 직접적인 연관성을 밝히는데 실패한 것 아니냐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이번 수사가 김수남 검찰총장 취임 이후 이뤄진 첫 번째 재벌기업 수사라는 점에서 검찰로서도 특별한 의미가 있다.

수사 과정에서 드러난 신 회장의 횡령·배임 규모는 2000억원대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결코 적은 액수가 아니다.

롯데는 최근 언론플레이를 통해 ‘신 회장이 구속되면 롯데가 일본 회사로 전락할 것’이라는 논리로 신 회장 방어에 나섰다. 하지만 회사 자금 수백억원을 빼돌리고 회사에 1000억원이 넘는 손실을 끼쳐도 경영권이 위태로우면 오너를 구속해선 안 된다는 논리는 성립하지 않는다.

만약 이런 우려를 내세워 아직까지 풀리지 않은 의혹들을 덮고 수사를 마무리한다면 3개월간 진행된 수사의 진정성에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수사 때문에 경영권이 넘어가는 게 맞는지, 또 이런 문제가 생길 때마다 계속 일본으로 경영권 넘어간다고 문제를 삼을 건지 모르겠다. 언제까지 경영권 넘어간다는 이유로 면책해달라거나 선처해달라고 얘기할 것인지 참 답답하다”는 서울중앙지검 3차장검사의 푸념은 현재 수사팀의 상황을 말해준다.

분명 무리한 수사로 기업의 경영활동에 타격을 입혀선 안 된다. 하지만 경영활동 지장을 핑계로 제기된 의혹들을 무작정 덮는 일이 있어선 안 된다. 이번 수사가 대기업 오너들의 불투명한 경영활동에 경종을 울릴 수 있을지 여부는 검찰의 손에 달려있다. 검찰 수뇌부가 준엄한 법의 형평성을 생각해야 할 때다.
후원하기 기사제보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