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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란법 시행 첫날…혼란·기대감 교차 속 변화 모습

김영란법 시행 첫날…혼란·기대감 교차 속 변화 모습

기사승인 2016. 09. 28.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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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기관 밀집한 시청역 부근 고급식당 단체석 텅텅…문의 전화만 올 뿐
텅빈 한정식당<YONHAP NO-2784>
김영란법 시행 첫날인 28일, 서울 시내의 한 한정식당의 단체석이 텅 비어있다. /사진=연합
부정청탁과 금품수수 행위를 금지하는 ‘김영란법’ 시행 첫날인 28일, 대부분 국민은 혼란과 기대감 속에서 하루를 보냈다. 법 적용 대상인 공직사회와 교육계, 언론계 등은 광범위한 법 규정에 대한 해석과 대응 방식을 두고 온종일 설왕설래했다. 반면 일반시민들은 김영란법이 가져올 청렴사회에 대한 희망을 감추지 않았다.

이 가운데 특히 김영란법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게된 식당가는 법 시행 전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을 보였다. 일반 음식점은 평소와 큰 차이가 없었지만 고급식당엔 손님 발길이 뚝 끊겼다. 구청 등 관공서 구내식당은 예상만큼은 아니지만 많은 사람으로 붐볐다.

이날 오전 11시50분께 서울 종로구 내수동, 인사동, 계동 등 언론사와 공공기관이 밀집한 지역 인근의 고급 한정식집은 하나같이 울상이었다. 식비 3만원 이상 메뉴를 판매하는 이들 음식점들은 찾는 손님이 거의 없어 한산한 모습이었다.

서울정부종합청사 뒤편 A한정식집 관계자는 “주말 매출이 40% 이상 떨어졌던 지난해 민중총궐기 때보다 더 심각하다”며 “조용한 자리를 원하는 손님들이 많은데 예약이 뚝 끊겼다”고 푸념했다.

평소 고위공직자와 기업인들이 많이 찾는 것으로 알려진 C 한정식집도 정오가 다 되도록 빈 방이 많았다. 간간이 외국인 관광객들이 눈에 띌 뿐 단체 손님으로 보이는 무리는 거의 보이지 않았다.

직원들은 “평소 때면 좌석이 100% 차는데 오늘은 손님이 30% 이상 줄어들었다”며 “점심이야 밥을 팔면 되지만 저녁은 고기 위주라 한우를 취급하는 우리 같은 식당은 정말 난감하다”고 말했다.

또 “김영란법이 시행되기 전 이런저런 고민을 많이 했지만 결국 수입육을 들이는 것 외엔 따로 방법이 없다”며 “한우농가도 죽고 우리도 죽는데 정부에서는 말로만 서민경제를 외치는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서울시청 바로 뒤쪽에 위치한 유명한 K 고기집도 주로 2만5000원 정도의 메뉴를 판매하지만 사정은 마찬가지다. 식당 주인은 “김영란법에 대비해 새로 개발한 메뉴가 있냐는 식의 문의 전화만 걸려올 뿐 오는 손님은 거의 없다”고 밝혔다.

김영란법 시행에 맞춰 살길을 모색하는 음식점도 눈에 띄였다. 은행권이 몰려 있는 서울 중구 을지로 D음식점은 3만원 이하 메뉴 준비 작업에 들어갔다. 음식점 관계자는 “저녁에도 3만원 이하 메뉴를 준비 중에 있다”며 “2만9000원에 가격을 맞추면서 이 가격에 룸을 이용할 수 있게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반면 같은 시각 1만원 미만의 메뉴를 판매하는 일반 대중음식점은 손님이 걱정만큼 줄지 않았다. 김치찌개를 파는 K음식점 김모 사장(47)은 “걱정을 많이 했는데 첫날 손님이 크게 안 줄어 다행”이라고 말했다.

서울시청과 정부종합청사 등 관공서 구내식당은 찾는 사람이 늘기는 했지만 크게 붐비지는 않았다. 구내식당을 찾은 한 공무원은 “초기 불편과 혼란은 불가피하다”면서도 “깨끗한 사회를 위해 거쳐야 하는 과정”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일반 시민들도 김영란법으로 인해 하루속히 부정부패 없는 나라가 되기를 바랐다. 시청 옆 대중음식점을 찾은 천모씨(53·여)는 “초기엔 여러 모로 불편하겠지만 꾸준히 시행하면 선진국처럼 청렴한 행동이 습관화돼 깨끗한 사회가 앞당겨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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