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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자살보험금에 대한 보험사 시효주장 권리남용 아냐”

대법 “자살보험금에 대한 보험사 시효주장 권리남용 아냐”

기사승인 2016. 09. 30.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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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1
예외적인 조건을 붙여 자살의 경우에도 재해보상금을 주기로 했더라도 보험사가 완성된 자살보험금의 소멸시효를 주장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앞서 금융감독원은 보험사가 사망보험금과 자살보험금을 동시에 지급하지 않고 사망보험금만을 우선 지급한 뒤 자살보험금의 소멸시효를 주장하는 것은 권리남용이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어 파장이 예상된다.

대법원 3부(주심 박병대 대법관)는 30일 교보생명보험이 고객 A씨를 상대로 낸 채무부존재 확인소송 상고심에서 “A씨의 자살보험금 청구권은 소멸시효 기간이 완성돼 존재하지 않는다” A씨의 상고를 기각,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채무자의 소멸시효 항변도 신의성실의 원칙과 권리남용금지의 원칙의 지배를 받는 것”이라고 전제했다.

그동안 대법원은 △채무자가 시효완성 전에 채권자의 권리행사나 시효중단을 불가능 또는 현저히 곤란하게 했거나 △객관적으로 채권자가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장애사유가 있었던 경우 △일단 시효완성 후에 채무자가 시효를 원용하지 않을 것 같은 태도를 보여 권리자로 하여금 그와 같이 신뢰하게 한 경우 △채권자보호의 필요성이 크고 같은 조건의 다른 채권자가 채무의 변제를 수령하는 등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 채무자의 소멸시효 항변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여 권리남용으로서 허용될 수 없다는 입장을 견지해 왔다.

하지만 재판부는 “다만 실정법에 정해진 개별 법제도를 신의칙과 같은 일반조항을 들어 배제 또는 제한하는 것은 법적 안정성을 후퇴시킬 우려가 있기 때문에 소멸시효 항변이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해 허용되지 않는다고 평가하는 것에는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원고(교보생명)가 이 사건 특약에 기한 재해사망보험금 지급의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지급을 거절했다는 사정만으로는 원고의 소멸시효 항변이 권리남용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본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다”고 밝혔다.

A씨의 부인 B씨는 2004년 5월 A씨를 보험수익자로 해 사망보험을 들었다. 가입 2년이 지난 후에는 자살한 경우에도 사망보험금과 특약에 따른 자살보험금을 지급하는 내용이었다.

2006년 7월 B씨가 빌라 옥상에서 뛰어내려 스스로 목숨을 끊자 남편 A씨는 보험금 지급을 청구해 사망보험금 5000만원을 받았다.

이후 뒤늦게 특약에 따른 자살보험금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안 A씨가 2014년 추가로 자살보험금을 청구하자 보험사가 소송을 냈다.

재판에서는 A씨의 자살보험금 청구권의 소멸시효가 지났는데도 보험사가 보험금을 지급해야하는지, 즉 보험사의 소멸시효 원용이 권리남용에 해당하는지가 쟁점이었다.

즉 보험사가 주계약에 따른 생명보험금만 주고 특약에 따른 자살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았는데 수익자가 보험금 청구권 소멸시효(당시 2년, 현재는 3년)가 지난 이후에 이를 청구하는 것이 허용될지가 다퉈졌다.

보험사는 B씨 자살 후 8년이나 지나 보험금을 청구해 A씨의 청구권은 이미 사라졌다고 주장했다.

반면 A씨는 자살보험금 지급의무가 있는 보험사가 자신을 속여 사망보험금만 줬기 때문에 청구권은 유효하다고 반박했다.

앞서 1, 2심은 “보험사가 A씨를 속였다는 증거가 없고, 보험사가 소멸시효를 주장하는 것이 권리남용에도 해당하지 않는다”며 보험사의 손을 들어줬다.

한편 감독당국인 금융감독원은 올해 5월 유사한 문제가 연이어 불거지자 소멸시효와 상관없이 자살보험금을 지급하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금감원은 애초 보험금 청구가 들어오면 사망보험금과 자살보험금을 동시에 지급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런데도 보험사가 주계약 보험금만 먼저 주는 형태로 상대적으로 적은 총 보험금을 주고선 소멸시효를 주장하는 건 권리남용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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