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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美 대화 가능성…한국, 외교·안보 소외 우려

北·美 대화 가능성…한국, 외교·안보 소외 우려

기사승인 2016. 11. 11. 0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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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핵동결 대가로 평화협정·주한미군 철수 요구할 수도
트럼프
제45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된 도널드 트럼프가 9일(현지시간) 뉴욕 맨해튼의 힐튼미드타운호텔에서 ‘포용’과 ‘화합’을 역설하는 수락 연설을 하고 있다. / 사진 = 뉴욕AP=연합뉴스
미국의 제45대 대통령으로 당선된 도널드 트럼프가 북한과 직접 대화를 시도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한국이 대북 외교·안보 분야에서 ‘왕따’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북미 대화가 주한미군 철수, 북미 평화협정 체결 등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지만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외교·안보 대비 태세를 확립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정영태 동양대학교 군사연구소 소장은 10일 아시아투데이와의 전화인터뷰에서 “트럼프가 북한과 대화에 나설 가능성이 있으며 북한도 이를 원하고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외국의 북한 전문가들도 북미 대화 가능성이 높아진 것으로 평가했다. 10일 미국의소리(VOA) 방송에 따르면 영국 국제전략연구소(IISS)의 마크 피츠패트릭 미국사무소장은 “트럼프는 예측 불가능하지만 협상 능력이 있는 인물이어서 대북 협상에 나설 수 있다”고 전망했다. 피츠패트릭 소장은 또 “트럼프 행정부 국무장관으로 거론되고 있는 밥 코커 공화당 상원의원이나 국방부 장관 물망에 오르고 있는 스티븐 해들리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등은 과거 북한과 대화에 나선 전력이 있는 인물들”이라고 설명했다. 두 사람은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 정책에 비판적이면서 북한과의 대화를 찬성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도 트럼프 행정부와 대화를 시도하는 모습이다. 10일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미국의 대조선 제재·압살 책동은 파산을 면할 수 없다’는 제목의 기명 논평에서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전략적 인내’에 대해 “새 행정부에 주체의 핵강국과 상대해야 할 더 어려운 부담을 들씌워 놓은 것 뿐”이라고 비판했다. 이는 표면상으로는 핵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보이지만 차기 미국 정부와 핵을 놓고 대화하고 싶다는 뜻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북한의 이 같은 접근은 트럼프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다. 트럼프는 북한의 핵 보유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에는 현 오바마정부와 차이가 없지만 북한을 철저하게 고립시키고 비핵화 이전에는 절대 대화하지 않겠다는 노선을 견지했던 오바마정부와는 다른 접근법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선전매체인 ‘조선의 오늘’가 지난 6월 1일 “트럼프는 ‘현명한 정치인’이고 ‘선견지명 있는 대통령 후보감’”이라고 호평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때문에 북한이 앞으로 한국 정부를 배제한 채 트럼프 행정부와 직접 대화를 시도하는 ‘통미봉남’ 전략을 펼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북한은 핵개발 동결을 약속하는 대가로 주한미군 철수, 북미평화협정 체결 등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 한 대북 소식통은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완성하는 시간이 다가올수록 미국도 뭔가 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으로 몰릴 것”이라며 “미국은 대북 제재는 유지하면서도 북한과 탐색적 대화는 얼마든지 벌일 수 있다”고 예상했다. 다만 정 소장은 “기업가 출신인 트럼프는 북한과 협상을 하는 것을 제일 우선으로 삼을 것이지만 북한의 요구를 들어주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진단했다.

특히 정 소장은 “한국도 심각한 안보적 문제가 한국을 배제한 채 정해지지 않도록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통미봉남’보다 더 큰 문제는 미국과 북한의 협상이 결렬돼 미국이 즉각 군사적 대응 카드를 꺼내는 것이다. 트럼프는 지난 2000년 북한의 영변 핵시설을 정밀 타격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트럼프가 아직 뚜렷한 대북 정책을 제시하지 않았고 돌출 발언이 많은 점을 감안하면 한국이 북미 대화에 소외된 채 구경만 하다 군사적 충돌 사태를 경험할 수도 있는 것이다.

정 소장은 “한국은 주한미군의 존재를 상수가 아닌 변수로 보는 시각도 필요하다”며 “대화에서 우리가 소외되지 않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런 때일수록 한미동맹 약화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군사력 증강 등 여러가지 방안을 준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한국 정부도 차기 트럼프 행정부와의 소통을 강화하며 대북 정책에 차질이 없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조준혁 외교부 대변인은 10일 정례브리핑에서 “앞으로 인수위 및 외교·안보팀 구성 과정에서 (미국이) 북한 핵·미사일 위협의 심각성에 대한 분명한 인식을 바탕으로 대북 압박을 한층 강화하고 이를 위한 중국의 보다 적극적 역할을 촉구해나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조 대변인은 또 “가급적 조속한 시일 내 한반도본부장 등 유관 인사들의 방미를 통해 트럼프 측 외교·안보 분야 주요 인사들과 협의를 가속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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