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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리긴 늘려야겠는데… 중후장대, 풀기 어려운 ‘일자리 창출’ 미션

늘리긴 늘려야겠는데… 중후장대, 풀기 어려운 ‘일자리 창출’ 미션

기사승인 2017. 05. 24. 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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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화학·철강·조선 등 중후장대 기업들이 일자리 창출 압박 속에서 여력이 없어 전전긍긍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기업 협조 없인 불가능한 대규모 일자리 창출을 최우선 국정과제로 삼으면서 다른 통신 및 서비스업종에서 일자리 늘리기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것과 비교되는 상황이다.

23일 금융감독원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SK이노베이션·LG화학·포스코·현대중공업 등 중후장대 업종별 1등기업 4개사의 매출액 합계는 152조5806억원으로, 2012년 215조1709억원에서 4년새 29.08%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업종별로 편차가 크지만 전체적으로는 약 4.72% 늘었고, 매출액은 4사가 모두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정세에 따른 유가흐름 등 업종별 특수성이 작용했지만, 표면적으론 급감한 매출에 맞춰 허리띠를 졸라 매고 투자를 줄여 만들어진 불황형 흑자다.

불황형 흑자는 위축된 경영활동을 펼치고 있다는 의미로, 일자리 만들기와는 거리가 있다. 중후장대 산업은 최근 냉탕과 온탕을 넘나 들었다. 사상 최대 실적을 올리고 있는 정유업계는 불과 3년전인 2014년 유가 급락에 따라 수천억원대 적자를 봤고, 조선업은 업황 침체와 해양플랜트 부실로 2년여간 천문학적 손실을 보다 이제야 흑자를 내기 시작했다. 최근 호실적을 내고 있는 화학과 철강도 불과 2~3년 전인 2014~2015년엔 침체를 면치 못했다.

한치 앞을 내다 볼 수 없는 경영환경이 계속되고 있는 게 문제다. 중후장대 기업들의 사업 투자는 번복이 거듭됐고 신사업군에 관심을 보이고 투자에 나서고 있지만 아직 뚜렷한 성과로 나타나진 못하고 있다. 사례로 LG화학은 지난해 대규모 폴리실리콘 생산설비와 가스기반 에탄크래커(ECC) 관련 사업투자를 철회하고 바이오 등으로 눈을 돌렸다.

또 업종의 특성상 장치산업인 정유·화학은 다른 제조업에 비해 근로자 숫자가 많지 않아 대규모 인력 확충이 어렵고, 조선업의 경우 일감 확보가 불규칙해 일자리를 늘리거나 하청업체 직원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게 어렵다는 평가다.

특히 조선·중공업은 수년째 있는 자산을 다 내다 팔고 인력도 대거 감축하는 등 고강도 구조조정이 한창이다. 정유화학과 철강도 정부가 경기 민감업종으로 지정해 공급과잉 해소 나설 것을 권유하는 등 기존에 있던 사업도 접고 있는 판이라 오히려 근로자를 늘리는 조치를 따르긴 어렵다는 분석이다.

중후장대 기업들은 일자리 창출을 위해선 규제 보단 인센티브를 통해 국내외 기업들의 투자를 유도·유치 하고, 해외에 나가 있는 기업들을 다시 본국으로 불러들이는 리쇼어링 정책도 병행해야 한다는 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현재 한진중공업의 경우 필리핀 현지법인인 수빅 조선소를 거점으로 조선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필리핀 정부는 한진중공업측에 7년간 모든 세금을 면제해주고 기본 50년에 연장 25년 동안 월 임차료 1000만원에 약 90만평의 조선소 용지를 임대해 주는 파격적인 조건을 제공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실적 기복이 크고, 조직 슬림화를 추진해 온 중후장대 기업들로선 일자리 창출 여력이 크지 않은 게 사실”이라며 “또 일자리 정책 대부분이 중소·중견기업에 맞춰져 있어 대기업에 대한 유인책이 부족한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일자리를 늘리려면 규제를 풀어 국내기업은 물론, 외국기업들의 투자를 유치하고, 해외 나가 있는 국내기업의 사업장을 본국으로 불러 들일 수 있는 리쇼어링 전략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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