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한번 반전 이어간 노벨 문학상, 일본계 영국 작가 ‘가즈오 이시구로’ 수상 (종합)

사진=/트위터 캡처(@NobelPrize)

2017년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일본계 영국 작가인 가즈오 이시구로(63)가 선정됐다.

일본 마이니치신문, 영국 가디언 등 주요 외신은 5일(현지시간) 스웨덴 한림원이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일본 나가사키현 출신의 영국인 작가 가즈오 이시구로를 선정했다고 발표했다고 전했다.

스웨덴 한림원은 보도자료를 통해 이시구로가 “위대한 감정적 힘을 가진 소설을 통해 세계와 우리를 연결하는 환상적 감각 하의 심연을 발견하고 있다”며 선정 이유를 밝혔다.

지난해 노벨문학상은 싱어송라이터인 밥 딜런이 수상하면서 많은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이때문에 올해는 한림원이 보수적인 선택을 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으나 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이시구로가 깜짝 수상하면서 반전에 반전을 거듭했다. 이시구로의 수상이 발표된 순간 현장의 취재진들 사이에서는 놀라움의 함성과 박수가 터져나왔다.

가장 유력한 수상후보로 꼽혔던 케냐 출신 소설가 응구기 와 티옹오를 비롯해 일본의 무라카미 하루키, 한국의 고은 시인은 올해에도 모두 고배를 마셨다.

1954년 일본 나가사키에서 출생한 이시구로는 5살 때 아버지를 따라 영국으로 이주한 뒤 1982년 영국으로 귀화해 현재 런던에 거주하고 있다.

영국 켄트대학에서 영문학과 철학을 전공한 그는 스물 여덞 살이던 1982년,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나가사키의 피폭과 재건을 그린 ‘창백한 언덕 풍경(A Pale View of Hills)’을 발표하며 작가로 데뷔했다.

그는 세 번째 소설 ‘남아있는 나날(The Remains of the Days)’로 1989년 세계적으로 권위있는 문학상 중 하나인 부커상을 수상했으며, 이 작품은 제임스 아이보리 감독에 의해 동명의 영화로 만들어지기도 했다. ‘남아있는 나날’은 장원(莊園·봉건제 당시 영국 귀족들의 토지 소유 형태)을 세상의 전부로 여기고 살아온 달링턴 저택의 집사 스티븐스의 인생을 통해 가치관의 대혼란이 나타난 1930년대 영국의 격동기를 묘사한 소설이다.

그 외에도 1995년 ‘위로받지 못한 사람들(The Unconsoled)’, 2000년 ‘우리가 고아였을 때(When we were orphans)’에 이어 문제작 ‘나를 보내지 마(Never Let Me Go)’, 최신작 ‘녹턴(Nocturnes)’에 이르기까지 인간과 문명에 대한 비판을 특유의 문체로 잘 녹여낸 작품들을 선보였다.

이시구로는 2008년 더 타임스가 선정한 ‘1945년 이후 가장 위대한 영국 작가 50인’에도 들 만큼 현대 영미문학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작가로 손꼽히고 있다.

노벨문학상의 시상식은 오는 12월 10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릴 예정이며 수상자에게는 상금 900만크로나(약 12억원)가 주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