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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시진핑 사상 무엇이고, 중국 ‘주변국’ 전락 우려 한국에 던지는 메시지는

[칼럼] 시진핑 사상 무엇이고, 중국 ‘주변국’ 전락 우려 한국에 던지는 메시지는

기사승인 2018. 01. 17.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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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사상, 시대 진단, 공산당 및 정부의 역사적 정체성, 통치이념, 국정목표, 지도층 및 민간 기업의 역할 명확히 제시
한국 100년 정당 비전 및 목표, 거시적 전략 없이 표류
하만주
하만주 베이징 특파원
시진핑(習近平) 중국 당 총서기 겸 국가 주석의 ‘시진핑, 국정운영을 말하다(習近平談治國理政)’ 제2권의 해외발행 부수가 1000만부를 넘었다. 제1권과 중국 국내까지 합하면 2000만~3000만부가 발행됐을 것이라는 추산이 가능하다.

중국 관영매체들은 연일 시 주석의 동정과 언급을 톱뉴스로 전하면서 심층분석 및 특집기사를 내보내고 있다. 중국 어디를 가도 ‘초심을 잃지 말고 사명을 명심하자(不忘初心,牢記使命)’ ‘시진핑 신시대 중국특색사회주의’ 등 시 주석 관련 슬로건을 볼 수 있다.

시 주석의 언급은 ‘알파요 오메가’라고 할 만큼 중국 사회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요체다. 서방 국정 최고책임자의 언급과 격이 다르다. 중앙 및 지방정부와 기관의 고위층, 8900만 공산당 당원 등 중국 사회 지도층과 전 국민을 대상으로 시진핑 사상을 배우자는 운동이 전개되고 있다.

오는 18~19일 베이징(北京)에서 열리는 공산당 19기 중앙위원회 2차 전체회의(19기 2중전회)에서 논의될 개헌에서 ‘시진핑 사상’이 헌법에 명기될 것이 확실시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중국 매체와 ‘시진핑, 국정운영을 말하다’를 보면 시진핑 사상은 시대에 대한 진단, 공산당 및 정부의 역사적 정체성, 통치이념, 국정목표, 지도층 및 민간 기업의 역할 등을 명확히 제시하고 있다.

시진핑 사상은 중국이 개혁개방 이후 40년 만에 서방국가가 수백년 동안 걸어온 길을 걸었다며 지금이 중국특색사회주의라는 시진핑 신시대로 진입하는 시기라고 진단한다. 그러면서 ‘사회·역사적 분기점’이며 ‘천재일우(千載一遇)의 역사적 기회’라고 규정한다.

‘5000여년 역사의 대하 속에서 중화민족에게 수많은 기회가 있었으나 진정으로 그것을 잡아 태평성대를 연 것을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며 ‘천재일우는 아차 하면 사라지고, 그 결과는 감히 상상조차 어렵다’며 위기의식도 강조한다. 유신시대 국민교육헌장을 연상케 하는 대목이다.

시진핑 사상은 ‘2018년 개혁개방 40주년, 2019년 신중국 수립 70주년, 2020년 총체적 샤오캉(小康)사회(기본 의식주가 해결된 사회) 건설, 2021년 중국공산당 100주년, 2035년 기본적 사회주의 현대화의 실현, 2050년 총체적 사회주의 현대화 강국의 실현’이라는 중국의 정체성과 국정운영 목표를 분명히 하고 있다.

시진핑 사상은 공산당 창당과 관련, ‘97년 전 마르크스주의 핵심을 파악한 선진 지식인들이 중국혁명의 면모를 일신했다’고 하고, 건국에 대해선 ‘60여년 전 중공이 신민주주의 혁명의 승리로 신중국을 수립, 중국 역사상 가장 깊고 위대한 사회변혁을 실현했다’고 말한다.

아울러 개혁개방에 대해 ‘40년 전 공산당이 인민을 이끌어 개혁개방 강국의 길을 열고, 세상을 놀라게 한 기적을 만들어냈다’고 설명한다.

특히 개혁개방에 대한 언급은 감성을 자극한다. “40년 전 ‘강바닥 돌을 더듬으며 강을 건너는(막막한 신천지를 조심스럽게 개척해가는 자세를 지칭한 덩샤오핑의 표현)’ 용기를 가지고 ‘피눈물 나는’ 결단 속에 개혁개방의 거대한 막을 열었다는 것이다.

한국 내에서 이승만 대통령의 건국과 박정희 대통령 시대의 산업화를 폄하하는 사회풍조가 만연한 것과 대조적이다.

시진핑 사상
‘시진핑 신시대 중국특색사회주의 사상을 행동지침으로 삼아 중화민족 중흥의 중국몽 실현을 위해 부단히 분투하자’는 슬로건./사진=하만주 베이징 특파원
시진핑 사상은 ‘주의는 모두가 지향하는 바를 제시하는 하나의 깃발’이라며 마르크스 레닌주의·마오쩌둥(毛澤東) 사상·덩샤오핑(鄧小平) 이론 및 3대 중요사상과 중국특색사회주의를 제시한다. 중국특색사회주의는 마오 전 주석의 ‘마르크스주의의 중국적 적용’의 21세기 버전이면서 유신시대 ‘한국식 민주주의’를 떠올리게 한다.

아울러 시진핑 사상은 총체적 샤오캉 사회 건설에서 기초적 현대화 단계를 거쳐 총체적 사회주의 현대화 강국을 실현해 중국 인민들이 물질적 기본욕구가 충족되고, 상대적 박탈감으로 고통 받지 않는 ‘좋은 삶(美好的生活)’을 향유하게 한다는 뚜렷한 목표를 제시하고 있다.

이를 위해 당 간부·정부 관료 등 사회 지도층이 탁상공론이 아닌 실질적 노력으로 ‘속전속결’ ‘못박기 정신(釘釘子精神)’으로 개혁을 완수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다.

시진핑 사상은 중국특색사회주의를 강조하면서도 전통 사회주의와 달리 민간 기업이 기술혁신의 주체라고 명확히 하고 있다. 중국 정부가 지난해 134개 국유기업에 대해 혼합소유제라는 일중의 민영화 정책을 실시한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 나온 것이다.

중국 공산당
‘공산당이 없으면 신중국도 없다’는 슬로건./사진=하만주 베이징 특파원
한국과 중국을 동일선상에서 비교할 수는 없다. 다만 시진핑 사상은 역사가 영광과 굴종의 변증법적 발전을 통해 연속한다는 인식을 내포하고 있지만 우리는 ‘사상의 빈곤’ 속에서 역사를 ‘단절’로 인식하고 이를 ‘리셋’하는 것이 개혁과 발전이라고 보는 경향이 강하다는 것은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아울러 모든 정당이 100년 정당으로의 비전과 장기적인 목표, 거시적인 전략도 없이 시류에 따라 표류하고 있다는 사실도 중국의 ‘주변국’으로 전락하고 있는 한국의 현 상황과 맞물려 국민을 비통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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