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속음악 보존·연구에 평생을 보낸 이보형 기증자료전 열려

국립중앙도서관, 내년 2월 24일까지 특별전

‘민속음악 연구의 개척자, 이보형 기증자료전’이 열리고 있는 국립중앙도서관 본관 1층 전시실 전경./제공=국립중앙도서관

전북 김제 출신 국악 연구가 현정(玄丁) 이보형 한국고음반연구회장(83)은 민속음악 자료를 모으는 데 평생을 보냈다.

이 회장은 전국 각지를 다니며 녹음기로 민속음악을 녹음하고, 채록 노트에 무당 의복이나 연주자 몸동작을 그리는 한편 독특한 리듬과 선율을 빠짐없이 적었다.

특히 김홍도 그림 ‘무동’에 묘사된 민속음악 ‘삼현육각’(三絃六角)은 그가 1970년대 말에 원로 악사를 만나 인터뷰하고 녹음한 덕분에 명맥이 이어졌다. 삼현육각은 피리 2개, 대금, 해금, 장구, 북으로 연주하는 전통 음악이다.

국악 가운데서도 소외된 분야라 할 수 있는 민속음악 자료를 모아온 그는 “국악계에서 황무지로 남아 있던 분야에서 쓰레기통을 뒤져가며 귀한 자료를 찾아내서 조금이라도 보존에 기여한 것이 살면서 가장 보람된 일”이라고 돌아봤다.

국립중앙도서관은 이 회장이 기증한 자료 1만3000여 점 중 일부를 선보이는 특별전 ‘민속음악 연구의 개척자, 이보형 기증자료전’을 11일부터 내년 2월 24일까지 본관 1층 전시실에서 선보인다.

이 회장이 지난 2월 도서관에 기증한 유물 중에는 1911년 경기잡가 장기타령 음반을 비롯해 이왕직 아악부가 1928년 취입한 궁중음악 장춘불로지곡(보허자) 음반, 명창 송만갑이 부른 동편제 판소리를 녹음한 1937년 음반 등 희귀 자료가 포함됐다.

이번 전시는 이 회장이 모은 자료의 가치와 그가 연구한 민속음악을 많은 사람에게 알리기 위해 기획됐다.

‘민속음악 연구의 개척자, 이보형 기증자료전’이 열리고 있는 국립중앙도서관 본관 1층 전시실 전경./제공=국립중앙도서관

전시는 이 회장의 채록 활동을 조명한 ‘현장의 연구자 이보형’ 공간으로 시작한다. 서울 노원구 공릉동 자택 서재를 재현하고 다양한 채록 노트를 공개한다.

도서관 측은 “노트들 속에 빼곡히 기록한 내용을 읽다 보면 50년 전 한국음악의 매력에 빠진 젊은 학자의 학문에 대한 열정을 느낄 수 있다”고 했다.

두 번째 전시 공간 ‘이보형이 사랑한 민속음악’에서는 판소리·산조·민요·농악·굿을 소개하고 연구 업적을 선보인다.

이어 ‘음악수집가 이보형’에서는 이 회장이 수집한 음반과 유성기를 살피고, 마지막 체험공간에서는 다양한 민속음악을 감상할 수 있다.

1974년 1월 시작해 4년 8개월간 지속한 뿌리깊은나무 판소리 감상회 녹음 음원과 이 회장이 수집한 유성기 음반 노래를 들려주는 공간이 별도로 마련됐다.

박주환 국립중앙도서관 관장은 “이보형 선생이 발로 뛰면서 기록한 자료를 후대에 잘 전승하겠다”며 “음원 디지털화를 추진해 많은 학자가 쉽게 이용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