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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십조 공적자금, 성과는③] 춤추는 공적자금 운용 전략…“올바른 원칙 세워야”

[수십조 공적자금, 성과는③] 춤추는 공적자금 운용 전략…“올바른 원칙 세워야”

기사승인 2022. 07. 25.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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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나 전환사채 중도상환 요청 수용
'최대 실적 달성' HMM 요청은 거부돼
공적자금 회수율 증가세 5년째 저조
정부, 민영화 등 안 나서며 혼란 키워
"공적자금 고강도 회수대책 필요" 지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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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관성 없는 공적자금 운용 전략에 대한 우려가 시장 안팎에서 쏟아지고 있다. '회수 극대화'와 '최적의 매각 시기'를 오가며 시장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예컨대 막대한 자금회수 수익을 거둘 수 있는 매각 기회가 눈앞에 있어도 '경쟁력을 더욱 키우면 나중에 더 비싼 값에 팔 수 있다'며 중도 포기하는 식이다.

공적자금의 더딘 회수 속도에 공공기관 경영평가를 재무성과 중심으로 손질에 나선 정부 눈치를 살피는 관료주의가 발목을 잡았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이에 따라 공적자금 운용에 있어 고강도 회수 대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25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공적자금 누적 회수율은 지난해 70.3%로 10년 만에 60%대를 벗어났다. 공적자금을 투입하기 시작한 1997년 이후로는 24년 만이다. 공적자금 회수율 증가세는 2016년 이후 1%포인트를 넘지 못하고 있다.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전년 대비 0.3%포인트에서 0.8%포인트 늘어나는 데 그쳤다.

속도를 내지 못하는 회수율에 공적자금 운용전략의 원칙 부재가 문제로 거론된다. 회수 금액과 최적의 매각 시기에 연연하다 15년 넘게 지연된 우리금융 민영화가 대표 사례다. 최근엔 HMM과 아시아나항공 사례가 있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은 이달 초 아시아나항공의 전환사채(CB) 중도상환 요청을 받아들이면서 3000억원 규모 CB 중 1800억원을 회수했다. 주식 전환 후 매각했다면 70억원대 시세 차익을 추가로 거둘 수 있던 사안이다.

이는 주식전환을 포기하면 '배임'이라던 HMM 사례와 다른 행보다. 앞서 산은과 해양진흥공사는 지난해 HMM의 중도상환 요청을 거부하고 주식전환권을 행사했고, 지난달 대한항공 사례도 마찬가지였다. 산은은 HMM 주식전환 이유에 대해 "이익 기회가 있는데 그걸 포기하면 배임이라 주식전환을 안 할 수 없다"고 밝힌 바 있다.

HMM과 대한항공 모두 당시 주가가 주당 전환가액을 크게 상회했다. 이를 고려하면, 주식전환권을 행사한 것은 정부가 제시한 공적자금 회수 3대 원칙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 '빠른 민영화' '국내 금융산업 발전' 가운데 회수 극대화를 우선 순위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아직까지 매각에 나서지 않으면서 시장 혼란을 키우고 있다.

공적자금 지원·회수를 종합 심의·조정하는 기관인 공적자금관리위원회에 따르면 공적자금 운용 기본 원칙은 최소 비용과 신속한 회수다. 국민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최소 비용을 투입하고, 기업이 회생 수준까지 올라오면 '가능한 한 빨리' 공적자금을 회수하겠다는 것이다. 국민 세금으로 조성된 공적자금을 회수하는 것은 재정건전성 차원에서도 중요한 사안이다.

5조원의 정책금융자금이 투입된 HMM의 경우 2020년 4분기부터 6분기 연속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지난해 순이익은 5조3000억원대로, 전년 대비 무려 4205% 증가했다. 이 덕분에 1년 새 결손금 4조4439억원을 털어냈다. 이에 힘입어 약 5년간 1만원을 넘기지 못했던 주가도 고공행진했다. 2020년 3월 2100원대였던 주가는 같은해 하반기부터 오르기 시작, 2021년 5월 5만원대로 1년 3개월 만에 2310% 급등했다. 올해 실적 전망은 더 좋다. 매출 18조원대에 영업이익 11조원대, 순이익 10조원대로 전년대비 각각 34%, 50%, 93% 증가할 것으로 시장은 보고 있다.

그럼에도 담당 정부부처와 국책 금융기관은 HMM 민영화가 시기상조라며 공적자금 회수에 대한 의지를 드러내지 않고 있다. 새정부 들어 취임한 조승환 해양수산부 장관은 "HMM이 번 돈도 있지만 선복량 확대, 물류 터미널 확충 등 투자를 더 해야 한다"며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뜻을 밝혔다. 김경배 HMM 사장 역시 최근 개최한 기자 간담회에서 "아직 시기나 방법에 대해서는 대주주들(해진공, 산은 등)과 논의한 바가 없다"고 말했다.

공적자금은 한국 경제 붕괴를 막기 위한 일종의 국가적 비용인 만큼 무조건 빠른 회수가 능사는 아니다. 하지만 국민 혈세로 마련된 자금이기에 가능한 한 신속하게 회수해 국민 부담을 줄여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채권단 관리 체제에선 기업 경영의 자율성이 보장되지 않아 성장기회를 빼앗는 상황에 이를 수 있다. 부실기업에 대한 구조조정 체계가 재무 중심에서 사업 구조조정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어서다. 구정한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글로벌 저성장 국면에 접어들면서 신사업 재편에 전문성이 부족한 국책 금융기관 주도 구조조정이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며 "정책 금융자금은 최대한 빨리 회수해야 하며 매각 시한을 정해놓고 회수를 극대화하는 방안도 고려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회생한 기업에서 조속하게 자금을 회수하지 않으면 지원금이 필요한 다른 기업에 기회 박탈이라는 문제를 야기하기도 한다. 실적이나 업황 개선으로 기업으로서의 가치를 회복했다면 회수에 적극적으로 나서 공적자금을 효율적으로 배분해야 한다는 얘기다.

일각에선 친시장 기조의 정부와 달리 소극적인 공적자금 회수는 관료들의 보신주의적 사고의 결과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정부가 공공기관 경영평가시 현재 100점 중 10점인 재무성과 지표 비중을 대폭 늘린다는 소식에 헐값 매각시비를 피하거나, 평가기이익 및 배당으로 인한 순이익 증대를 꾀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산은의 작년 1분기 순이익은 사상 최대 규모인 1조4000억원으로, 이 중 HMM 평가이익만 9000억원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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