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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뒷담화]국민연금은 ‘증시 안전판’이 아니다

[취재뒷담화]국민연금은 ‘증시 안전판’이 아니다

기사승인 2018. 11. 0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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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진원
8월말 현재 운용자산이 650조원을 넘어선 국민연금은 국내는 물론 글로벌 시장에서도 기관투자업계의 ‘큰손’으로 불립니다. 이 기간 국민연금이 운용중인 국내주식 자산만 123조6000억원에 달합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증시가 침체에 빠질 때마다 늘 나오는 주장이 있습니다. 국민연금의 ‘구원투수’론입니다. 국민연금이 국내 증시 방어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죠. 김진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근 라디오 인터뷰에서 “정부의 5000억원 증시 안정 자금은 턱도 없는 수준”이라며 국민연금 등판론을 주장했습니다. 김 의원은 “국내주식 수익성이 낮아져서 운용 비중을 줄인다는 얘기는 너무 근시안적”이라며 “증시 안정을 위해 국민연금이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죠.

10월 31일 국회에서 열린 증시 관련 토론회에서도 비슷한 주장이 이어졌습니다. 키움증권 사장 출신인 권용원 금융투자협회장은 “국내 증시는 외국인 비중이 높은 반면 기관의 비중은 낮아서 외국인 급매도시 타격이 발생하는 구조적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럴수록 기관이 버팀목 역할을 해야 한다”며 국민연금 주식 비중 축소계획의 재검토를 요청했습니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이미 5월에 발표한 올해 기금운용계획을 통해 국내주식 투자비중을 지난해보다 0.5%포인트 낮은 18.7%로 잡았습니다. 반면 해외주식은 지난해 15.4%에서 올해 17.7%로 높였죠. 31일 토론회에 패널로 나선 이수철 운용전략실장은 “국민연금은 경제 정책에 의해 움직이지 않고 장기적인 운용 방향을 따른다”며 사실상 국내주식 투자확대 주장을 일축했습니다.

국내주식 투자를 줄이고 글로벌 시장 비중을 확대하는 건 비단 국민연금뿐만이 아닙니다. 세계적인 연기금들도 위험분산과 수익확대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해외주식 투자를 늘리고 있습니다. 국민연금도 마찬가지입니다. 수익률 확대를 통한 국민의 노후 대비가 투자의 목적이지, 지수 방어나 증시 부양을 위한 쌈짓돈으로 쓰려는 게 결코 아닙니다.

설상가상으로 8월말 현재 국민연금의 국내주식 부문 수익률은 -5.14%에 그치고 있습니다. ‘밑 빠진 독 물 붓기’가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연기금을 지수 방어에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은 자칫 무모해 보이기까지 합니다. 우연인지 몰라도, 국내 연기금은 26일 이후 6거래일 연속 코스피시장에서 순매수로 돌아섰습니다. 10월 30일 하루에만 2035억원을 쏟아붓기도 했죠. 국민연금은 증시 안전판, 나아가 급한 불을 끄는 소방수는 더더욱 아닙니다. 기금운용의 목적을 다시 한번 곱씹어봐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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