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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벗겨진 미네르바 베일‘과 남은 의혹

`벗겨진 미네르바 베일‘과 남은 의혹

기사승인 2009. 01. 10. 1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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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을 통해 맹활약하며 그럴 듯한 경제전망을 내놓고 정부정책을 날카롭게 질타하던 `미네르바'가 10일 검찰에 구속됐다.

검찰은 `인터넷 경제 대통령'으로 불리던 미네르바가 공고와 전문대를 졸업한 31세의 무직자인 박모씨이며, 그가 논란을 야기했던 수 많은 글을 인터넷에 올린 장본인임을 밝혀냈다.

그러나 박씨가 200여건의 글을 작성한 동기나 공범 여부 등에 대해서는 의혹이 여전한 상황이어서 향후 수사에서 검찰이 풀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 미네르바 누구인가 = 포털 사이트 다음 아고라에서 미네르바가 선보인 초기 글의 적중력과 전문성, 설득력 등을 근거로, 네티즌들이 그린 그의 모습은 `50대 초반의 증권사 퇴직간부' 또는 `해외유학을 다녀온 50대 경제 전문가', `증권업계 유명 최고경영자(CEO)'였다.

그런 미네르바가 최근 본인의 신분을 드러내는 듯한 글을 올려 네티즌 사이에서 본격적으로 정체성 논란이 일었다.

미네르바는 지난 5일 아고라 경제 토론방에 올린 글에서 "저는 30대 중반 이후 미국에서 석사학위를 받고 기업 인수·합병과 서브프라임(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자산설계에 발을 담그면서 일반가계 대출 수익 모델링, 환율에 따른 주가 모델링을 했다"고 썼다.

많은 네티즌은 이 말이 사실이라면 미네르바가 80대 전후 노인이라서 여럿이거나 전문지식이 없는 가짜일 것이라는 의심을 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그를 긴급체포한 검찰은 미네르바가 특별한 직업과 경력은 물론 출국 경험 조차 없는 무직자라고 밝혔다.

◇ 박씨, `미네르바' 맞나 = 검찰이 박씨를 미네르바로 지목했을 때 진위 공방이 거세게 일었다.

`전문대졸 출신의 31세 무직 남성'이라는 검찰 설명이 네티즌들이 그렸던 미네르바의 모습과는 너무나도 달랐기 때문.

검찰은 미네르바가 줄곧 `211.178.***.189'와 `211.49.***.104'라는 주거지의 고정 인터넷 주소(IP)를 사용, 다른 사람일 가능성이 극히 작으며 박씨도 검찰 조사에서 자신이 미네르바임을 시인했다고 밝혔으나 의구심은 가라앉지 않았다.

초기에 미네르바의 필명으로 인터넷에 게시한 글과 최근 글의 수준차가 크다는 점도 `진짜 미네르바'가 따로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을 증폭시켰다.

결국 그가 검찰 요구에 따라 인터넷 서핑과 `자료 짜깁기'를 통해 40여 분만에 `뚝딱' 만들어낸 A4지 2쪽 분량의 `2009년 경제전망 예측'이 공개되면서 검찰 설명이 어느 정도 먹히기 시작했다.

그는 10일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앞서 취재진에게 "내가 바로 미네르바"라고 밝혔으며 "다음 아고라에 `미네르바'라는 이름으로 글을 썼느냐"는 영장전담판사의 질문에도 "예"라고 대답했다.

◇ 왜 그랬을까 = 박씨가 `미네르바'라는 이름으로, 검찰이 구속영장에 `허위사실'이라고 적시한 내용을 포함해 각종 글을 인터넷에 올린 동기도 관심사다.

박씨는 기자들과 만나 "IMF(국제통화기금) 위기 때 손해를 입었던 소상공인, 서민과 같은, 정부로부터 소외된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어 글을 올렸다"며 "인터넷의 특성상 정제되지 못한 표현이 있었지만 경제적 이득을 취하거나 그럴 목적으로 글을 올린 게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또 "(사회적) 약자를 위한다는 순수한 의도였는데 혼란을 일으켜 죄송하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변호인도 "온라인 특성상 강한 표현을 사용했지만 정부가 당시 달러 매수를 자제하라는 요청을 한 정황이 있지 않느냐"며 나름대로 근거가 있었다고 밝혔다.

검찰은 그러나 그가 공공연히 국민의 불안 심리를 자극하기 위해 각종 허위사실을 퍼뜨렸다고 보고 있다.

검찰은 그 근거로 미네르바가 올린 글 가운데 지난해 7월30일의 "외환 예산 환전 업무 8월1일부 전면 중단"과 12월29일 "정부가 금융기관의 달러 매수를 금지하는 명령을 내렸다"는 내용 등을 들었다.
그가 지난해 대선 때 이명박 후보 퇴진 운동을 벌였던 단체에 속해 있었다거나 노무현 전 대통령이 만든 토론 사이트 회원이라는 의혹도 나오고 있어 재판 과정에서 형량에 영향을 줄 `동기' 부분을 놓고 법정 공방이 거셀 것으로 전망된다.

◇ 공범 없나 = 박씨는 영장심사를 받기 전 "혼자 글을 다 썼나. 다른 사람은 없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예, 예"라고 답했다.

검찰 조사에서도 "내가 미네르바의 이름으로 글을 모두 썼고, 지어내거나 전문서적을 베껴 조합하기도 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도 "언뜻 보면 글이 상당히 전문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그가 새로 만들어낸 예측이 아니라 인터넷에서 모두 구할 수 있는 정보"라며 "일반인이 잘 모르는 경제 전문 사이트와 블로그 같은 데서 글에 쓸 대목을 찾아 수집해 놓고 적절히 인용했다"고 설명했다.

인터넷 검색 및 `짜깁기' 실력이 깜짝 놀랄 수준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미네르바가 초기 글에서 보여줬던 날카로운 비판과 얼추 들어맞았던 각종 전망, 주식·환율 등 경제 전반에 걸친 해박한 지식 등이 최근 글에서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가짜라거나 공범이 있을 것이라는 지적은 계속 나오고 있다.

특히 박씨가 지난해 12월 한 월간지와 인터뷰한 `미네르바'는 자신이 아니라고 이날 밝혀 네티즌 혼란은 가시지 않고 있다.

변호인도 "박씨는 그 월간지와의 인터뷰가 거짓이고, 한국경제의 위기를 전망한 그 인터뷰 때문에 미네르바의 글이 사회불안을 조장하는 심각한 문제로 두드러졌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전했다.

따라서 국민적 의구심을 완전히 씻어내려면 공범 여부와 함께 이 월간지와 인터뷰한 `미네르바'의 실체도 검찰이 밝혀내야 할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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