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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선진화 길을 묻다](1) ‘정-관치 금융’의 그늘

[금융선진화 길을 묻다](1) ‘정-관치 금융’의 그늘

기사승인 2014. 07. 27.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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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장 교체 앞둔 A은행 임직권 정치권 줄대기 횡행
정치·관치금융 금융산업 후진성의 대표 사례 비판
올해 말 행장의 임기가 만료되는 A시중은행의 임직원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차기 행장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임직원들이 계파를 나눠 ‘정치권 줄대기’에 나선 것이다.

한 부행장은 지역 연고 의원들과 최근 자주 만남을 갖고 있다. 또 다른 부행장은 대학교 동문 의원들을 동원해 세력을 과시한다고 한다. 현 행장 측근 인사들도 물밑으로 정치권과 접촉을 갖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은행 B모 부행장은 “현 행장도 선임 당시 대학 동문이었던 박근혜 정부 핵심 인사의 입김이 작용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국내 은행의 행장·부행장에 오르기까지 정치 인맥이 없으면 불가능하다”고 했다.

국내 금융산업의 후진성을 얘기할 때 어김없이 등장하는 단어가 ‘정치금융’ ‘관치금융’이다. 정계-관료-금융사로 이어지는 유착 고리가 국내 금융산업 선진화의 발목을 잡는다는 지적이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민간 금융사에도 정권 측근 인사가 낙하산으로 내려오고, 금융사 직원들은 인사철만 되면 정치권에 줄서기 바쁜 실정이다.

27일 민병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실에 따르면 2010~2013년 중 금융권 낙하산 인사는 124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시중은행이 45명으로 가장 많았으며, 금융지주 41명·증권사 21명·보험사 17명 순이다.

이번 정부 들어서도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과 이건호 KB국민은행장·임종룡 농협금융지주 회장·홍기택 산은금융지주 회장 등이 낙하산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다른 산업에 비해 금융권은 유독 정권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한다. 금융사 내부 구조가 그만큼 취약하다는 방증이다. 정치권은 이를 악용해 금융사를 낙하산 투입 창구로 활용하고, 금융사들은 정권 눈치를 보며 낙하산 인사를 영입하기도 한다.

최근 금융당국이 금융사에 대한 대대적인 제재를 진행하려다 각종 로비에 의해 일정이 연기된 것이 ‘정치·관치금융’의 대표적 사례다. 이달 들어 금융당국으로부터 징계통보를 받은 금융사들은 태스크포스(TF)까지 꾸려 정치권과 금융당국에 로비를 펼쳤다.

모 금융사는 국회의원의 보좌진까지 학연·지연을 총동원해 로비를 벌였다는 얘기가 공공연하게 흘러나왔다.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이런 로비설은 금융권에 낙하산 인사가 많다보니 나타나는 또다른 관치금융의 어두운 그늘”이라며 “금융당국이 누구나 공감할 수 있게 징계 결정의 이유와 절차, 수위를 좀 더 투명하고 객관적으로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런 관행은 악순환으로 연결된다. 반대로 정치권의 민원에 금융사들이 자유롭지 못한 것.

한 금융사 인사 담당자는 “국회의원 이름의 추천서가 계속 들어오는데 국회의원 자녀에 의원실 보좌진, 의원 지역구 인사 자녀까지 다양하다”며 “아직 ‘금융사 취업은 국회의원 전화 한통이면 된다’는 얘기가 통용된다”고 했다.

‘정치금융’ ‘관치금융’은 금융사고를 부채질하는 원인이 된다. 금융권 인사가 시혜·특혜의 수단으로 활용되면서 금융사고의 빌미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금융선진화를 위해서는 관치·정치금융을 뿌리 뽑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김문호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위원장은 “관치금융과 낙하산 인사는 정상적인 금융감독을 어렵게 해 대형부실사태를 잉태시킨다”며 “낙하산 인사는 전문성과 책임성에 기반한 정상적인 경영이 아니라 과도한 실적주의를 지향하게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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