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투데이 로고
[금융선진화 길을 묻다](2) 불합리한 관행이 은행을 망친다

[금융선진화 길을 묻다](2) 불합리한 관행이 은행을 망친다

기사승인 2014. 07. 28. 14:18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톡 링크
  • 주소복사
  • 기사듣기실행 기사듣기중지
  • 글자사이즈
  • 기사프린트
수백억 출연금 제공하는 관행, 금융선진국에는 없는데...
캡처
서울 여의도 지역 한 시중은행 영업점의 입구
은행업이 침체의 골로 빠져 들고 있는 데는 각종 불합리한 관행과 후진적 시스템들이 여전히 계속되고 있는 것도 하나의 요인이다.

◇영업 압박에 시달리는 간부들, 그리고 금융사고

특히 문제가 되는 부분은 일선 은행 영업점에서 벌어지고 있는 과도한 실적 경쟁이다. 국내 주요 은행들의 지점장 임기는 평균 2년 안팎이다. 문제는 이 기간 동안 어떤 실적을 보여주느냐로 지점장들의 향후 진로가 결정된다는 것이다.

대다수의 시중은행의 경우 지점장들의 2년 실적을 종합평가해 실적이 저조한 지점장들을 ‘후선 배치’하고 있다.

후선 배치는 지점 없이 지역본부 소속으로 1인 영업을 시키는 사실상의 퇴출을 의미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실적이 안 좋은 지점장들은 보임을 받지 못하고 영업점 소속이 아닌 지역본부 소속으로 혼자서 영업하도록 후선배치된다”고 설명했다.

이러다 보니 지점장들의 실적압박은 다른 문제들을 발생시키고 있다. 영업점을 진두지휘하는 지점장의 실적 압박은 고스란히 직원들에게 전달되고, 직원들은 무리를 해서라도 실적을 높이려는 유혹에 빠져 들고 있는 것이다.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지점장들이 무리를 하게 되는 구조이다 보니 직원들도 과도하게 실적 위주의 영업을 한다. 종종 금융사고가 발생하는 것도 이런 과정에서 벌어지는 게 많다”고 전했다.

실제 최근 문제를 일으킨 주요 은행들의 일본 도쿄지점 불법대출 사건 등도 지점장 등 간부급 인력이 주를 이뤄 불법행위를 저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문제점들을 감안해 KB국민은행은 최근 영업점 실적을 인사고과에서 배제하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과도한 실적 위주 경쟁과 관련, 금융당국 관계자는 “금융사들의 문화와도 관련이 있다”며 “최근에 점검해서 그런 부분들은 장기성과, 고객중심의 문화가 정착될 수 있도록 바꿔가려고 하고 있다”고 전했다.

◇정부에 수천억원씩 제공하고는 은행들, 출혈경쟁 중

적게는 수십 억 원에서 수천 억 원씩 제공하는 리베이트 성격의 출연금도 은행의 기형적인 관행이다.

한 시중은행은 최근 서울시에 350억원을 출연했다.

이 은행은 2011년부터 올해까지 4년간 시금고를 운용하면서 이번에 제공한 돈을 포함, 모두 1500억원을 서울시에 제공했다.

매년 제공된 금액은 이 은행의 연간 단기 순익의 10%에 가까운 막대한 금액이다.

한 은행 간부는 “시금고나 도금고 경쟁이 굉장히 치열한 것으로 안다”며 “출연금 관행이 굉장히 오래됐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연구기관의 한 연구위원은 “해외에서는 이런 사례가 없다”며 “이런 돈을 내고도 서로 경쟁을 하고 있는 것은 같이 망하자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은행 수익은 계속 줄고 있지만 거대 고객인 지방자치단체에도 일정액을 상납해야 하는 구조인 셈이다.

한 외국계 은행 관계자는 “싱가포르의 경우 국가기관 등과 관련해서 거래를 하기 위해 돈을 주고받는 행위를 하지 않는다”며 “홍콩의 경우에도 기부금을 받지 않고 경쟁 입찰로 관련 업무를 진행한다”고 말했다.

금융 선진국에서는 불합리한 관행이 발을 붙이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반면 국내 금융당국과 정부는 당연히 돈을 지급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공정거래위원회 등은 지자체와 은행간의 거래는 ‘사적계약’이라는 입장이다. 돈을 제공하기 싫으면 은행이 거래를 하지 않으면 된다거나, 돈을 제공해야만 거래의 투명성이 있을 수 있다는 주장을 반복하고 있다.

정부가 필요에 의해 금고를 관리받는 금융서비스를 이용하면서 막대한 이익을 취하는 기형적 구조가 계속되는 이유다.
후원하기 기사제보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