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투데이 로고
[금융선진화 길을 묻다](3) 은행업 경쟁력이 떨어지는 이유들

[금융선진화 길을 묻다](3) 은행업 경쟁력이 떨어지는 이유들

기사승인 2014. 07. 29. 14:21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톡 링크
  • 주소복사
  • 기사듣기실행 기사듣기중지
  • 글자사이즈
  • 기사프린트
은행들, 이자마진에 의존하고 동남아서 '동네혈전' 중
art_1308876994-tile
국내은행들은 중국 등 주로 동아시아 지역에 대거 지점, 사무소 등을 설립하고 있다. 이 지역은 전세계 금융시장에서 가장 수익성이 낮은 지역으로 꼽힌다.
은행업계는 최근 수익성 급감과 각 종 금융사고 빈발 등으로 산업의 경쟁력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

실제 은행업 내부에서도 이런 비판은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은행업의 이익을 대변하고 있는 박병원 전국은행연합회장조차 “우리 은행들은 아주 원시적(primitive)인 금융서비스밖에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을 하는 상황이다.

이자마진에만 의존하는 업무행태와 글로벌 경쟁력이 없는 인력구조 등이 이제 산업의 존립 자체를 위협하는 수준까지 다다른 것이다.

◇은행 금융중개기능 악화 일로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은행산업의 가장 큰 문제는 은행 존립의 이유인 금융 중개기능이 현저히 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기업에 대한 정보를 토대로 정밀한 신용평가를 해서 돈이 필요한 곳에 금융지원을 하는 것이 은행 본연의 업무이지만, 제대로 된 평가를 하지 못하고 담보와 국책기관들의 신용보증서만을 믿고 대출을 내주고 이자를 받아 챙기는 구태한 관행이 점점 더 심화되고 있다.

김동환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최근 발간한 ‘은행의 금융중개기능과 금융통제에 관한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이런 경향은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이후 점점 더 강해졌다.

윤창현 금융연구원장은 “외환위기 이후 신용대출 비중이 하락세를 이어가고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에는 중소기업대출 역시 줄곧 감소하고 있는 등 정보생산에 기초한 은행의 금융중개기능이 저하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연구위원도 “기업금융 업무가 축소되고 담보대출을 위주로 한 가계금융 업무가 확대되면서 은행의 정보생산 기능이 취약해진다”고 밝혔다.

김 연구위원이 분석한 금융감독원 자료에 따르면 1996년 당시 은행의 담보대출비중은 41.68%, 보증대출비중은 7.38%, 신용대출비중은 50.94%를 각각 차지했다.

하지만 2012년에는 신용대출비중이 37.74%까지 내려앉았다. 전체 은행 대출에서 신용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13.2%포인트 낮아진 셈이다.

IMF 외환위기, 글로벌 금융위기 등을 겪으며 은행들이 대출에서 보증이나 담보 등 안전성을 강화했기 때문이다.

◇글로벌 은행 전혀 없고 시장성 없는 동아시아 혈전 중

담보 위주의 대출을 주로 하면서 국내 시장에서 이자 마진에만 의존하는 구조의 이면에는 국제시장에서 경쟁력이 없다는 치명적 약점이 존재한다. 글로벌 시장에서 마땅한 설 자리가 없기 때문에 좁은 국내 금융시장을 두고 안전한 금리장사를 벌이고 있는 것.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말 국내총생산(GDP)규모는 1조3045억원으로 세계 14위 수준을 기록했다.

하지만 기본자본을 기준으로 세계 25대 은행을 따져보면 국내 은행은 단 한 곳도 여기에 끼지 못했다. 세계 1000대 은행에 10개가, 100대 은행에 6개가 포함되는 것이 초라한 국내 은행의 글로벌 성적표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기준 국내 은행들의 해외지점과 현지법인의 당기순이익은 2억8270만달러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14.5%나 줄었다.

이처럼 취약한 국제 경쟁력을 보이는 이유는 무엇보다도 시장성이 떨어지는 아시아지역에 국내 은행들이 대거 진출하기 때문이다.

중국, 베트남, 홍콩 등지에 진출한 해외 영업점은 지난해 9월말 기준 100개로 전체 해외 영업점의 67.6%를 차지한다.

지난해 1~9월 기간 중에도 무려 6개의 지점, 법인, 사무소가 이 지역에 신설됐다.

하지만 아시아 금융시장은 전세계적으로 봤을 때 가장 수익성이 떨어지는 곳으로 지목되고 있다.

금융전문지 ‘더 뱅커’에 따르면 지역별 금융시장 수익성(ROA)비율에서 아시아태평양 지역 시장은 1.13%를 기록했다.

아프리카(1.93%), 중동(1.52%), 북미(1.24%), 중남미(1.74%), 중동부 유럽(1.49%) 등 보다 수익성이 극히 떨어지는 지역에만 국내 은행들이 몰려 있는 것이다.

지난해 기준 아시아태평양 지역보다 금융시장 수익성이 떨어지는 곳은 글로벌 금융위기의 진앙지인 유럽(0.22%)이 유일했다.

시장성이 떨어지는 아시아지역에서 ‘동네 혈전’을 벌이고 있는 상황인 것이다.

김진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은행의 해외자산 규모는 지난해 4분기 기준 1361억7000만달러로 일본 은행들의 해외자산 규모 3조3000억달러에 비해 크게 작은 수준이다.

이와 관련 임일섭 우리금융경영연구소 금융연구실장은 “남미도 그렇고 유럽도 그렇고 이미 시장에 자리 잡은 글로벌 강자들이 있으니 들어가기 힘든 부분도 있다”며 “현지에 진출한 국내 기업들을 상대로 영업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글로벌 금융사와의 경쟁을 피해가며 국내 기업들이 많이 진출해 있는 동남아 시장에서 나눠먹기식 경쟁을 하고 있어 글로벌 경쟁력은 꿈도 꾸기 어려운 상황인 셈이다.
후원하기 기사제보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