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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저금리 시대…은퇴 계층, 고정금리 대출자 ‘한숨’

초저금리 시대…은퇴 계층, 고정금리 대출자 ‘한숨’

기사승인 2014. 08. 17. 0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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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낮아질 대로 낮아진 은행 예금 금리가 더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노후자금을 안정적으로 운용하려는 은퇴 계층의 한숨이 깊어지게 됐다.

고액 금융자산가들은 이미 은행 예금상품에 미련을 버리고 안정적인 투자상품을 찾아 떠난 지 오래됐다는 게 프라이빗뱅커(PB)들의 설명이지만, 서민들 입장에서는 돈 굴릴 곳을 찾기 힘든 게 현실이다.

변동금리형 은행 대출을 가진 사람은 금리 인하로 이자 부담을 다소 덜게 됐지만, 고정금리 대출자는 해당 사항이 없어 희비가 엇갈리게 됐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14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연 0.25%포인트 낮춘 2.25%로 조정하면서 은행들은 예금금리 추가 인하를 검토하고 있다. 은행들이 예금금리를 더 낮추면 2% 초중반대의 금리 상품도 귀해진다.

금리 인하 소식에 노후자금을 예금으로 맡겨놓은 이자생활자의 마음은 편치 않다. 김모(68·여)씨는 1년 전 5000만원을 저축은행의 3% 초반대 정기예금에 묻어뒀다가 이달 만기를 앞뒀지만 돈을 다시 맡길 곳을 찾지 못해 고민이 깊다.

김씨는 “1년 새 금리가 더 떨어져 이제는 예금을 해도 물가를 고려하면 사실상 마이너스 금리인 것 같아 걱정”이라며 “펀드나 주식은 반 토막 난 기억이 있어 엄두를 못 내는데 마땅한 대안이 안 보인다”고 푸념했다.

저금리 심화가 마음이 불편한 것은 목돈을 마련하려는 20∼30대도 마찬가지다.

회사원 이모(32)씨는 결혼자금으로 모아둔 저축액 3000여만원을 최근 2% 초반대 금리를 적용받는 한 은행의 수시입출금식 예금에 넣었다. 이씨는 “정기예금과 고금리 수시입출금식 통장 금리를 비교해보니 차이가 거의 없었다”며 “워낙 저금리이다 보니 이자 수익은 이제 기대를 접었다”고 말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투자액 규모와 상관없이 안정적이면서도 수익률이 좀 더 높은 투자형 상품들도 있지만 노년층이거나 서민층일수록 전통적인 예·적금 상품만을 찾는 경우가 많다”며 “금리가 계속 떨어지다보니 은행 입장에서도 마음이 편치 않다”고 말했다.

반면 대출자들은 금리 인하가 일단 좋은 소식이다. 대출금리 인하로 이자 부담이 덜어지기 때문이다.

변동금리형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은행 수신금리를 가중평균해 산출하는 코픽스(COFIX)를 기준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예금금리 인하에 따라 순차적으로 추가 금리 하락이 예상된다.

신용대출도 기준금리가 되는 은행간 단기금리기준(Koribor)이 한은 기준금리 변화에 즉각적으로 반응하기 때문에 금리가 추가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고정금리형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대출자는 금리 인하 뉴스에 오히려 속만 타들어간다. 고정금리 대출은 금리 상승기에는 이익이지만 금리 하락기에는 손해이기 때문이다. 회사원 박모(37)씨는 지난 2월 주택담보대출을 변동금리에서 고정금리로 갈아탔다가 속이 쓰리게 된 경우다.

박씨는 “변동금리를 고정금리로 갈아타면 대출금리는 다소 오르지만 소득공제 혜택이 늘어난다는 소식에 고정금리로 전환했다”며 “그 후로 대출금리가 내렸다는 기사를 접할 때마다 속이 상한다”고 말했다.

정부가 가계부채 안정화 대책 차원에서 고정금리형 주택담보대출 비중을 확대하라고 지도하면서 고정금리 대출자 비중은 높아지고 있는 추세다.

한 시중은행 여신담당부서 관계자는 “상반기만 해도 금리가 오른다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던 데다 정부가 고정금리를 장려하다 보니 고정금리 대출이 크게 늘었다”며 “금리 인하 소식에 고정금리 대출자들은 억울한 생각이 들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기준금리 추가 인하 가능성이 높지 않고 중장기적으로는 금리상승이 예상되는 만큼 현 시점에서는 고정금리로 대출받는 것이 유리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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