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투데이 로고
유병언 사망 미스터리 재확인…영구 미제 가능성(종합)

유병언 사망 미스터리 재확인…영구 미제 가능성(종합)

기사승인 2014. 08. 19. 16:17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톡 링크
  • 주소복사
  • 기사듣기실행 기사듣기중지
  • 글자사이즈
  • 기사프린트
경찰이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 변사사건과 관련, 시신이 유 전 회장이라는 과거 수사결과만 확인시켜 줬을 뿐 사망시점·원인·경위 등 그동안 숱한 의혹이 난무했던 부분에 대해서는 뚜렷한 결과를 내놓지 못했다.

이에 따라 유 전 회장 사망과 관련해서는 영구 미제로 남을 가능성이 커졌다. 경찰은 추후에도 유 전 회장의 사망규명을 위한 수사를 진행할 방침이라며 강한 의지를 드러냈지만 이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을지 미지수다.

◇유병언, 6월2일 이전 사망 가능성

백승호 전남지방경찰청장은 19일 오후 순천경찰서에서 브리핑을 열고 “유병언의 시신은 2차례의 부검을 통해 정확한 사인과 사망 시기는 판명되지 않았지만 6월 2일 이전이 유력한 것으로 분석됐다”며 “골절 등의 외상과 체내 독극물 등은 발견되지 않았다는 감정결과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으로부터 회신 받았다”고 밝혔다.

경찰은 5월 25일 유 전 회장이 송치재 별장에 숨어 있었다는 측근 신윤화씨의 진술, 별장에서 채취한 DNA 등을 통해 유 전 회장이 5월 25일까지 생존해 있었던 것으로 확인했다. 이에 사망 시점은 5월 25일에서 6월 1일 사이인 것으로 추정된다.

◇자연사 추정…“타살 혐의·시신 이동 흔적 없어”

백 청장은 “유병언의 의복류에 대한 손상흔과 충격흔 감정 결과 예리한 도구 또는 둔기 등에 의한 손상은 없었다”며 “타격 등 외부 충격시 발견되는 섬유 손상이나 잠재흔적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백 청장은 또 “독극물에 의한 사망 가능성은 배제됐으며 저체온사로 판단한 전문가도 있었지만 정확한 사인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경찰은 사망시기와 원인을 보다 구체적으로 추정하기 위해 전문가의 의견을 구했다. 국과수, 고려대학교, 전북경찰청 등은 변사현장에서 법곤충학기법을 통한 실험·분석을 진행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뚜렷한 결론을 내지 못했다.

강병화 고려대 생태환경공학과 명예교수는 “변사체에 눌려있는 풀과 주변 풀 이삭 상태 등을 비교해 발견시점으로부터 10일 이상, 1개월 이내 사망한 것”이라고 추정했다.

이윤성 서울대 법의학과 교수는 “변사현장 사진상 외상·변사체를 옮긴 증거는 없다”고 자문해 누군가 시신을 강제로 이동한 흔적 가능성을 배제했다.

강신몽 카톨릭대 법의학과 교수는 “유병언 변사체의 탈의 현상은 저체온에 빠져 사망에 이를 때 나타나는 이상탈의 현상으로 보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라며 최종사인을 저체온으로 판단했다.

경찰은 이번 수사결과 발표에서 유 전 회장의 시신임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우선 변사체 현장의 천가방 안에 있던 녹색 소주병의 주입구, 점퍼에 있던 스쿠알렌 병 주입구, 별장에서 압수한 스쿠알렌 빈병 등에서 유병언의 DNA가 검출됐다.

또 DNA 정밀분석을 통해 지난달 25일 국과수 발표 당시 검출되지 않았던 보해골드 소주병, 막걸리병, 매실씨앗과 청미래덩굴 열매, 육포, 머스터드 소스통 등에서도 유병언의 DNA가 추가 검출됐다는 것도 그의 시신임을 확인할 수 있는 증거로 제시했다.

◇유병언, 잠잘 때도 항상 모자 착용

경찰은 유 전 회장 측근을 통해 유 전 회장이 2005년 이후 대부분 금수원 2층 작업실에서 망원렌즈를 이용해 사진을 찍으며 시간을 보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진술을 통해 현장에서 발견된 육포 등이 일치하다는 정황증거를 확인할 수 있었다.

평소 잘 걷지 않았고 별장에 은신한 이후에도 대부분 별장 내에만 있었다. 양회정 등 측근들이 햇빛이라도 보게 움직이라고 권유했지만 이 역시 거절하고 칩거했다는 것이다.

또한 체온관리를 해야 몸이 건강하다며 연중 내복을 입었고 잠을 잘 때 항상 모자(비니)를 착용했으며 평소 적은양의 식사를 했는데 별장 은신 이후 이마저도 줄어 종이컵 2/3 분량씩 하루에 두끼만 먹었다고 했다. 평소에 스쿠알렌이나 육포를 즐겨 먹었다는 점도 현장에서 발견된 제품과 일치한다.

이와 함께 현장에서 발견된 돋보기 역시 정황증거로 보고 있다.

백 청장은 “유병언이 평상 시 안경을 쓰지 않는다고 측근 등이 일치된 진술을 하고 있다”며 “외부 강연 시에는 보안경을 쓰고 책을 볼 때만 돋보기를 사용하는 정도라고 했다. 항상 수행원이 있어 지갑이나 휴대폰, 신분증 등은 평소 휴대하지 않는다고 진술했다”고 말했다.

◇김엄마, 돈가발 4~5번 가지고 와

경찰은 이날 유 전 회장의 도피자금 출처에 대해서도 유 전 회장 측근들을 통해 확인한 내용을 공개했다.

유 전 회장의 측근들은 4월 22일 유 전 회장으로부터 금수원 2층 집무실에 있는 돈 등을 챙기라는 지시를 받고 집무실 책상 밑에 있던 현금과 유병언의 애장품(만년필·미술도구·도금 공예품 등) 등을 여러 개의 가방에 나눠 담아 따로 보관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측근 신윤화씨는 5월 4일 유병언이 별장으로 은신처를 옮겼고 며칠 후 김명숙 등 또 다른 측근들이 돈가방 2개를 별장으로 가지고 왔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유 전 회장은 이를 2층 밀실에 보관한 것으로 확인했다.

경찰은 인천지방검찰청의 협조로 감식한 결과 김명숙이 별장에 보관하던 돈 가방에 있던 현금 묶음 띠지의 은행과 일자가 각기 다른 점으로 보아 수년간 모아둔 현금이었던 것으로 보고 있다.

백 청장은 “결국 유병언의 사망이 범죄에 기인한 것이라고 판단할 단서나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다”며 “향후 순천경찰서에 수사전담팀 체제를 유지하며 새로운 제보나 단서를 중심으로 사실규명을 위한 수사를 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 6월 12일 변사체 발견 당시 유병언과의 연관성을 가지고 면밀히 조사했으면 사건의 실체 파악에 도움이 됐을 것이라는 점에서 국민 여러분께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덧붙였다.
후원하기 기사제보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