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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삼성 채용 개편, 벼락치기 취준생 ‘넘사벽’

[기자의눈]삼성 채용 개편, 벼락치기 취준생 ‘넘사벽’

기사승인 2014. 11. 0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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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무 관련 전공 우수자, 한큐에 간다
직무적합성평가 등 명확한 기준 제시해야
김성미
산업부 김성미
우리나라 3대 시험으로 대학수학능력시험·토익·삼성직무적성검사(SSAT)가 꼽힌다. SSAT는 한해 응시자가 20만명이 넘을 정도다. 이런 인기에 수험서·학원·동영상 강의·족집게 과외가 난립하며 사교육계의 돈벌이 수단으로 활용됐다. SSAT 시행에 따른 사회적 비용도 수백억원 규모로 커졌다.

이에 따라 삼성그룹은 대졸 채용제도에 대대적인 손질을 감행했다. SSAT를 보기 전 ‘직무적합성평가’를 먼저 통과해야 한다. 연구개발(R&D)·기술·소프트웨어(SW)직군은 전공 이수 과목 수·전공 난이도·취득 성적 등이 기준이다. 영업·경영지원직군은 직무 에세이를 제출한다.

이에 삼성 공채 20년만에 서류전형이 부활했다는 목소리도 있다. 삼성은 통상적인 의미의 서류전형처럼 출신대학·평균학점·자격증·어학성적을 보는 것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원하는 직군에 필요한 역량을 쌓기 위해 전공 공부 등을 열심히 한 학생이라면 따로 준비할 스펙은 없다.

특히 R&D·기술·SW직군의 전공 우수자들은 2단계 SSAT도 쉽게 간다. R&D·기술직군은 전공을 충실히 이수한 지원자에게 ‘상당한’ 가산점을 부여한다. SW직군은 SSAT 대신 코딩·알고리즘 등 SW 역량테스트를 본다. 언어-수리-추리-시각적 사고-상식 등 SSAT에 목숨 걸 필요가 없다.

대학 취업 담당자들은 과열된 SSAT 응시가 줄어들어 부작용도 완화될 것이라며 삼성이 채용개편안에 고심한 흔적이 보인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취업준비생들이 ‘어떻게’ 통과할 것이냐가 문제다. 기계공학과 전자공학이 같은 평가를 받는 건지, 서울대와 지방대에서 받는 학점을 같다고 보는 건지 등 명확한 기준을 제시해줘야 한다는 것.

우리나라 대학교육이 기업의 직무와 일치하는 건 아니다. 어떤 과목이 어떤 직무로 연결되는지 알기 어렵다. 또 취준생들도 직무에 대해 자세히 모르는 경우가 많은데 전공은 저학년 때 이미 결정된다. 즉 삼성생명·화재 등에 입사하기 위해선 상경계열을 전공해야 유리함에 따라 어문학계열 학생들은 복수전공, 전과 등을 하거나 최악의 경우 편입을 결정해야 한다.

결국 삼성은 맡은 직무를 잘 수행할 만한 준비된 인재를 찾는다. 토익 990보다는 직무 관련 전공 A+가 중요해졌다. 3년을 놀다 뒤늦게 계절학기와 재수강으로 학점을 업그레이드하고 벼락치기로 만들어낸 토익 점수와 자격증으로 스펙을 만든 취준생들에게 삼성 고시는 ‘넘사벽’이 됐다.

그러나 4학년이 돼야 기업에 어떤 직무가 있는지 알게 되는 우리나라 대학생들에겐 낯선 채용제도일 수 있다. 4년의 내공을 쌓은 취준생들이 ‘한큐’에 가는 채용제도가 될 수 있도록 삼성이 객관적 지표와 명확한 기준을 제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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