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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인이 말하는 ‘김영란법’의 위헌성

법조인이 말하는 ‘김영란법’의 위헌성

기사승인 2015. 03. 04.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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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성요건의 명확성·평등원칙·가족제도 이념과 배치돼
법내용뿐만 아니라 법집행의 불평등도 우려
[포토] 김영란법 찬성 226인, 반대 4인, 기권 17인으로 가결
아시아투데이 이병화 기자 =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안)이 재석 247인 중 찬성 226인, 반대 4인, 기권 17인으로 3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가결되고 있다.
3일 국회를 통과한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일명 김영란법)’의 위헌성 논란이 뜨겁다.

앞으로 법이 시행되면 이 법에 따라 수사와 재판을 하고, 또 피의자를 변호해야할 법조계 인사들에게 김영란법에 대한 법적 관점에서의 개인적인 의견을 물었다.

대다수 법조인들은 공직사회의 부정청탁 관행을 근절하겠다는 입법취지에 공감하면서도 법 적용대상과 처벌구성요건에 내포된 위헌성을 지적했다. 법 내용상의 불평등뿐만 아니라 법 적용상의 불평등 문제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수도권 법원의 A판사는 “이 법에서는 직무관련성과 대가성을 따지지 않고 금품 등을 받으면 일률적으로 처벌하도록 하고 있다”며 “이 경우 개인 간 사적자치 영역을 침범할 수 있고 헌법상 ‘과잉금지 원칙’에도 위반될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A판사는 법에서 규정한 ‘부정청탁’의 개념과 관련해서도 “자신의 행위가 법에 위배되는 부정청탁에 해당하는지 예외사유에 해당하는지 등도 불분명해 ‘명확성의 원칙’에도 반할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법 적용대상 범위와 관련해선 평등성 원칙에 위반된다는 지적이 나왔다.

장영수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헌법학)는 “위헌의 논란이 있을 수 있는 부분은 언론인을 처벌 대상에 포함시킨 점”이라며 “사립학교 교원은 현행법상 국공립학교 교원에 준하는 규정이 있어 문제가 되지 않지만 공익성을 가진 민간 직역의 경우 언론인은 처벌하고 변호사와 의사는 처벌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명확성과 차별의 합리성에 어긋나는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검찰이나 경찰의 수사권 남용 등 법 적용 과정에서의 문제를 우려하는 의견도 많았다.

재경지법의 B판사는 “법 적용 범위가 너무 포괄적이다 보니 한정된 수사기관의 인력으로 모든 위반자를 상대로 법을 집행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집행상의 불평등이 생길 수도 있다”며 “이 경우 검찰의 표적수사와 수사권의 자의적 행사라는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헌법학 박사 이모씨 역시 “법의 취지는 좋지만 방법에서 잘못된 점이 있다”며 “우선 이 법에 따라 누가, 어떤 경우에 처벌될지 예측 가능하지 않으면 검찰이나 경찰의 자의적 판단 여지가 커져 소위 사또 마음대로 처벌할 수 있게 되는 등 형사법상 명확성의 원칙이 침해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어 “언론인이 금품을 받는 것은 윤리적으로 문제가 있지만 이런 경우까지 형사처벌로 해결하려는 것도 형벌의 최후수단성에 비춰 무리가 있다”고 덧붙였다.

배우자의 금품수수 사실에 대한 신고의무를 규정하고 이에 위반할 경우 금품을 직접 받은 것과 똑같이 공직자 등을 처벌하는 것에 대한 문제 제기도 있었다.

판사 C씨는 “공직자 비리근절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 그런 규정을 둔 것 같지만 가령 형법 151조 2항을 보면 범인은닉 행위를 처벌하면서도 친족이나 동거가족에 대해서는 처벌하지 않도록 하고 있다”며 “이것만 봐도 배우자를 신고하도록 적극적 의무를 지우는 것은 문제가 될 것 같다”고 우려를 표했다.

헌법학을 전공한 교수 D씨 역시 “배우자를 신고하지 않은 행위를 처벌하는 것은 행복추구권을 침해하거나 헌법이 보장하는 가족제도와 관련해서도 문제될 수 있다”며 “가족 간에 공동생활을 하면서 친밀함이나 관대함이 있는데 가족을 적극적으로 신고하라는 것은 가족생활의 보장이라는 헌법 이념에 위배되는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장유식 참여연대 행정감시센터 소장(변호사)은 “이 법은 공직사회 또는 공공의 직무에 대한 주권자인 국민의 신뢰가 워낙 떨어져 있었기 때문에 그에 대한 대응책으로 나온 것으로 기본적인 법 제정 취지는 헌법 정신에 부합한다”며 “사립학교 교원이나 언론 등이 대상에 포함된 것과 관련해 과잉입법이라는 얘기가 나올 수 있는데 과잉은 정도의 문제지 본질의 문제는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장 소장은 “법 취지에 맞게 제도를 정착시키기 위해 앞으로 18개월의 유예기간 동안 이 같은 부분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며 “이러한 논의가 계속되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법조팀 : 최석진, 이진규, 김승모, 김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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