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투데이 로고
[르포] “옥시만 봐도 무서워” 불안…불신…확산되는 ‘화학제품 포비아’

[르포] “옥시만 봐도 무서워” 불안…불신…확산되는 ‘화학제품 포비아’

기사승인 2016. 05. 18. 14:27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톡 링크
  • 주소복사
  • 기사듣기실행 기사듣기중지
  • 글자사이즈
  • 기사프린트
이마트 옥시관련
이마트 응암점에서 옥시 제품을 대신할 세탁세제 제품을 고르고 있는 주부들(사진 위)과 합성세제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구연산 및 베이킹소다 등 천연성분 대체제들.
“살인기업 제품을 아직도 팔고 있네.”
“요즘엔 옥시라는 단어만 봐도 무서워요.”

17일 오후 6시 서울 은평구에 위치한 이마트 응암점 2층 세탁세제 코너. 제품을 고르던 주부들이 매대에 진열된 옥시크린과 옥시싹싹 등 옥시 제품을 보고 싸늘한 목소리로 한마디씩 던졌다.

저녁 장을 보려는 인근 주민들로 마트 매장 안이 붐비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세제나 탈취제 등 생활화학용품 코너는 비교적 한산했다. 이따금 세제를 구입하려는 소비자들도 대부분 옥시 제품은 거들떠보지 않고 다른 브랜드 제품을 선택했다.

주부 김혜성(37)씨는 “가습기 살균제 사건으로 이렇게 시끄러운데 아직도 옥시 제품을 판매하는 것을 보고 놀랐다”며 “아이를 키우는 부모로서 구입이 꺼려지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가습기 살균제 사태 이후 대형마트들이 옥시 제품의 재고 소진 후 신규 발주를 하지 않겠다고 나섰으나 옥시 제품을 찾는 소비자가 줄면서 아직까지 옥시크린이나 파워크린, 물먹는 하마 등 옥시 제품이 진열대 한구석을 차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시장에서는 옥시 제품을 대체할 품목이 수혜를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지만 경쟁사들 역시 반사이익을 기뻐하기보다 긴장하는 모습이다. 한 생활용품업체 관계자는 “표백제나 탈취제 등은 생활에 필수적인 제품이 아니고 시장도 한정돼 있어 반사이익이라고 할 만큼 매출에 큰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면서 “오히려 생활화학제품 전반에 대한 불안과 불신으로 번질까봐 더욱 우려스럽다”고 토로했다.

실제로 옥시 제품뿐 아니라 표백제와 제습제·방향제 등 화학성분이 든 생활용품의 전반적인 매출도 떨어지고 있다. 이마트의 경우 지난달 18일부터 이달 11일까지 표백제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38% 감소했다. 제습제 매출도 44% 급감했고, 탈취제와 방향제도 각각 18%, 19% 줄어들었다.

화학성분의 생활용품에 대한 불안감이 높아지면서 합성세제 대신 천연세제를 직접 만들어 쓰려는 소비자도 늘고 있다. 이날 찾은 이마트 매장의 세탁세제 코너에서도 과탄산소다·베이킹소다·구연산 등 ‘친환경 3종 세트’로 통하는 제품들이 매대 한 가운데 눈에 잘 띄는 위치에 진열돼 있었다.

베이킹소다 제품을 고르던 주부 최희경(34)씨는 “신발탈취제 등 몇몇 제품에서 옥시 가습기 살균제와 같은 성분이 나왔다는 뉴스를 보고 더욱 불안해졌다”면서 “생활 속에 화학 제품이 많다보니 전부 바꿀 수는 없겠지만 가능한 부분은 천연 재료로 대체하는 등 신경을 써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G마켓에서는 지난달 15일부터 이달 15일까지 베이킹소다·구연산 판매가 전년 동기대비 23% 증가했고, 친환경 세제로 이용 가능한 식초 판매도 69% 증가했다.
후원하기 기사제보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