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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철도 영욕의 60년]코레일 빚이자만 年 2600억원

[한국철도 영욕의 60년]코레일 빚이자만 年 2600억원

기사승인 2011. 02. 13. 2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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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력 강화엔 '무능' 요금인상엔 '박사' 악순환
구현화 기자 ] 한국 철도산업이 만성적자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13일 한국철도공사(코레일)에 따르면 2009년까지 코레일의 누적 적자는 무려 8조7000억여원이다. 이에 따르는 이자 비용만 연간 2600억원에 이른다.

2010년 8월 예산정책처가 제공한 '2009 회계연도 결산분석서'에서는 철도시설공단(11조332억원)과 철도공사(7조3420억원)의 금융부채가 공기업 금융부채 상위 5위와 6위를 나란히 차지했다.

그러나 두 공사의 부채를 합하면 종합 2위로 껑충 뛰어오른다. 공기업 금융부채 1위인 토지주택공사가 주택분양사업 등 국가사업 때문에 빚을 떠안은 것을 감안하면, 철도산업의 부채는 매우 심각한 수준이다. 또 같은 조사에서 철도공사는 최근 6년간 차입금 의존도 증가율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철도공사는 수익성을 이유로 KTX 요금을 올리고 또 배차도 늘리고 있지만 적자를 메꾸기에는 역부족이다. 철도공사 적자가 해결되지 않는 근본적 이유는 무엇일까?

철도공사 부채 현황(2009 철도공사 재무제표, 단위: 억원)
◇ 빈약한 철도 인프라…이용객들에게만 부담 전가

한국 철도의 가장 큰 라이벌은 도로다. 1970년 7월 경부고속도로 개통 이후 80년대 국도와 국도대체우회도로를 닦으면서 서울-부산을 4시간 반에 주파할 수 있는 고속도로 및 국도 체계가 정비되었다. 자연스럽게 국민들은 도로에 기반한 '일일생활권'을 형성하였다.

전국 KTX 지도(코레일 제공)
전국 고속도로 지도
2002년 노무현 정부 시절부터 비로소 국가 차원에서 철도 인프라 투자가 본격화됐다. 고속철도인 KTX 도입은 시간 단축을 통해 도로보다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측면, 그리고 세계적으로 성장가능성이 큰 고속철 사업을 성장시키겠다는 점을 고려해 이루어졌다.

 2006년 3월 당시 건설교통부에서 낸 '국가철도망구축계획'은 2006-2015년까지 전국 철도망 구축을 목표로 세웠다. 보고서는 "경부선을 제외한 나머지 노선에서는 90km 이하로 운행하여 도로부문과 경쟁력 확보가 곤란하다"며 "속도를 높이는 것이 관건"이라고 지적했다.

철도기술력 개발에도 많은 투자가 있었다. 최근 KTX-II 산천호를 국내 기술로 개발하였으며, 카자흐스탄·아제르바이젠·브라질 등에 철도 기술을 수출하려 노력하고 있다. 

물론 아직 걸음마 수준이라는 평가도 있다. KTX-II의 경우 핵심 부품은 프랑스에서 조달해 오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처음부터 철도를 해외수출용 사업으로 생각하고 투자하다 보니 실제로 필요한 수요와는 거리가 있어 적자를 초래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정부는 이런 악순환을 모면하기 위해 KTX 개통 당시 요금을 높게 책정했고 당연히 '비싸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KTX 요금은 처음 출범할 당시부터 안고 있었던 KTX 개발 부채 4조 5000억원과 투자원금, 운영비용 등 '원가보전'을 감안했다.

이런 문제점은 이미 지적됐다.삼성경제연구소는 KTX를 도입할 때조차 철도의 도로교통 대체율은 크지 않을 거라고 분석했다. KTX 요금이 높게 책정되어 철도요금이 도로교통을 대체할 만큼 싸지 않아 이용객 신장에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KTX는 개통 첫해부터 적자규모가 당초 예상치를 50%정도 웃돌았고, 2년차 이후 적자폭이 한층 확대됐다. 2006년 국가철도망계획의 원안에 따르면 2010년부터는 원가 보전을 하여 흑자로 돌아설 상황이었으나, 적자폭은 이미 2009년 8조7000억에 이르는 등 이미 천문학적인 수준에 와 있다.

승용차와 요금 비교(2004 삼성경제연구소)
철도공사는 이런 적자폭을 줄이기 위해 가격이 낮은 새마을호와 무궁화호 배치는 점점 줄이고 KTX 배치를 더 늘렸는데 이는 결국 비싼 요금을 소비자에게 강요하는 꼴이 되고 있다.

철도공사의 영업수익 중 고속철도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40%로, 일반철도와 광역철도를 합친 수익보다 크다. (2009 철도공사 제무제표, 단위: 억원)
◇ 호남선 KTX "안 할 수도 없고..." 무리한 시설 확장으로 빚만 떠안아

철도공사는 수익성을 늘리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밝히면서도 적자가 뻔히 보이는 사업을 울며 겨자먹기로 추진하고 있다. 그리고 이로인해 늘어나는 적자는 고스란히 국민들의 부담으로 다가오고 있다.

2009 국감 자료에 따르면 소요시간을 159분에서 93분으로  66분 단축하는 광주-오송 간 호남KTX는 사업비 11조 2720억원을 들여 2017년 완공된다. 

그러나 2004년 호남선 KTX가 개통된 이후 지금도 경부선KTX보다 호남선KTX는 이용하는 고객이 매우 적어 수익성이 낮다.

전체 KTX이용객 중 경부선 이용 고객이 86%가 넘고 호남선 이용 고객은 매우 미미하다.(2009 통계청) 
그런데도 철도를 신설하는 이유는 국토균형발전이라는 큰 틀에서다.

윤장호 한국교통연구원 연구위원은 “(호남선 고속철은) 수요뿐 아니라 네트워크 측면에서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수익성과 재무성 면에서뿐만 아니라 공익성 측면에서 살펴야 한다는 뜻이다.

박정수 동양대학교 철도경영학과 교수 역시 “철도 같은 사회간접자본은 수요가 적더라도 확충해 놓아야 한다”고 했다. 호남선 개설은 전국의 균형발전을 목표로 전국적인 국토시스템을 구축하는 정책의 일환이라는 것이다.

박 교수는 철도 소외 지역을 줄이기 위해서 전국을 그물망 같은 철도생활권으로 묶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박 교수는 “철도의 지역 편중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7개 광역철도를 만들어 비수혜 지역을 커버하고, 경전철 네트워크를 만들어 철도망을 형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처럼 도시와 도시를 잇는 광역철도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의정부 경전철처럼 경부선, 울산, 포항에 신 교통수단인 정부 지원 경전철을 놓는 안을 제시했다. 경전철 사업은 이미 전국적으로 시행되고 있다. 용인과 부산김해, 의정부 경전철이 만들어졌고 부산3호선이 시공 중이다.

그러나 현재까지 시설공사를 확장하고 철도망을 더욱 늘리는 방안은 철도공사와 철도시설공사의 부채를 더 늘리는 악순환으로 되돌아아 오고 있다.

의정부 경전철의 경우 정부가 50%를 지원했지만, 나머지 사업은 고스란히 철도시설공사의 부담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 일은 정부가 벌이고 부채는 철도공기업이 떠안고 있는 셈이다. 

정부가 부채를 철도시설공사에 떠넘긴 대표적인 사례는 공항철도 사업이다. 2010년 시범 민영화 사업이었던 공항철도 민자사업이 당초 예측 수요의 7%대에 그쳐 만성적자로 민간 투자자들이 철수한 후, 정부가 10조원 규모의 건설부채를 한국철도시설공단으로 이관했다.

이런 비용 부담은 고스란히 국민 몫으로 돌아온다. 지난해 12월 동대구-경주-부산을 잇는 KTX 경부 2구간이 개통될 때도 요금을 4000원 안팎 올려 5만5500원으로 책정했다.

따라서 철도공사의 경부고속철 2단계 개통이 요금 올리기를 위한 수단이라는 비난이 나오고 있다. 이 같은 사례로 봤을 때 전남고속철 개통 이후 대폭적인 요금 상승이 또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국토균형발전이라는 정부의 정책 기준에 맞춰 시행된 공공사업이 적자폭만 늘리고 고스란히 국민의 요금 부담으로 귀결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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