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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에 이용되는 증권계좌…대출사기 무방비

범죄에 이용되는 증권계좌…대출사기 무방비

기사승인 2014. 05. 28.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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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과 계좌정지 정보 공유 안되는 점 악용
#자금이 필요했던 박태웅(36, 교수)씨는 은행으로부터 대출을 받기 위해 상담을 받았지만, 추가 대출이 불가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 때 마침 대출이 필요하지 않냐는 내용의 전화를 받았고 솔깃해진 박씨는 친절하고 구체적인 상대방의 설명에 대출을 결심했다. 해당 업체는 정식 업체가 아닌 만큼 확인을 위해 퀵 서비스 직원을 보낼테니, 증권사 계좌 카드와 가족관계증명원을 제출하면 원하는 만큼의 돈을 보내주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의심이 들기 시작한 박씨는 거래를 중단하겠다고 의사를 전달했고, 기존의 친절한 목소리와는 반대인 격앙된 목소리의 욕설을 들으며 통화를 마쳤다.

이렇듯 최근 국내 대출사기를 시도하는 이들 중 상당수가 증권사 계좌를 이용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28일 복수의 저축은행 대출상담사에 따르면 비등록 대출업체에서 불법으로 대출을 받기 위해 은행권 계열사가 아닌 증권사의 계좌를 요구받은 이들이 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기존에 은행계좌를 이용했던 것과는 다른 방식인 만큼 방치할 경우 피해자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 3월 이슈가됐 던 증권계좌를 이용한 인터넷 판매사기도 이와 비슷한 맥락이다.

당시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인터넷 중고물품거래 사이트에서 물건을 팔 것처럼 속여 돈만 가로챈 20대 남성을 구속했다. 이 과정에서 사용된 계좌는 증권계좌였다.

이처럼 증권계좌가 각종 범죄에 활발히 이용되는데는 지급정지 정보가 은행권과 연계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 지주사에 은행과 함께 계열사로 있는 증권사는 경우가 다르지만, 독립적인 증권회사이거나 대기업 계열 증권사의 경우는 은행권과 보이스피싱·파밍(악성코드에 감염된 PC를 조작해 범죄자가 개인 금융 정보 등을 몰래 빼가는 수법) 등으로 인한 지급정지 정보 등이 공유되지 않기 때문에 범죄자들의 표적이 됐다.

문제는 정상계좌를 활용해 범죄에 악용될 경우 피해액을 보상받기 어렵다는 점이다. 또한 자칫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범죄자가 될 수도 있다.

이 같은 사건이 빈번하게 발생하면서 사정이 어려운 저축은행 대출상담사들의 시름도 깊어가고 있다. 자신들까지도 ‘사기꾼’으로 몰려 낭패를 본 적이 한 두번이 아니라는 것.

A저축은행에서 대출상담사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관계자는 “본인에게 찾아오는 고객들 중 대다수가 대출사기와 관련된 경험이 있는 것으로 안다”며 “최근들어 증권계좌를 개설하라는 방식으로 접근하는 이들이 늘어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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