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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FTA연계 없어도 美의지 관철…3無 통상 도마위

환율·FTA연계 없어도 美의지 관철…3無 통상 도마위

기사승인 2018. 03. 30. 0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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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FTA·환율 이면합의 논란 진실공방
기재부 "별도 트랙으로 협의, 미국에 항의"
"美 범부처 통상 연계전략에 韓 속수무책"
정부가 한미 FTA와 연계된 환율의 이면합의설을 부인하며 미국 재무부에 정정보도를 요청했다. 그러나 철강·FTA·환율을 묶어 ‘패키지 딜’로 국익을 극대화한 미국 전략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일 뿐 외환시장 개입 공개로 미국 의도가 관철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기획재정부 고위 관계자는 2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환율과 한·미 FTA는 별개 문제로 환율은 미국만 관련되는 문제가 아니라 다자간 문제”라며 “다자 문제를 양자 통상문제에 엮어 진행할 수 없다”고 밝혔다. 환율 이면합의 의혹은 내달 예정인 환율보고서 발표와 맞물려 논란이 커졌다. 한국은 대미무역수지와 경장수지 흑자에서 기준치를 초과해 ‘관찰대상국’ 명단에 올라 있다. 한국이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미국 요청으로 한미 FTA에 환율 문제를 연계시킨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로이터 등 외신들은 전날 “미국이 한·미 FTA 개정서 경쟁적 통화평가 절하를 하지 않기로 하는 부가합의를 맺었다”고 보도해, 패키지 협상을 진행한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일었다.

이날 아침에도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양국은 무역과 투자에 공정한 경쟁의 장을 마련하기 위해 ‘경쟁적 통화 평가 절하’와 ‘환율 조작’을 금지하는 내용의 양해각서(MOU) 형태의 합의가 막바지 단계에 있다”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 기재부 관계자는 “4월 미국 환율보고서 발표 등을 앞두고 관련 사항을 협의 중”이라며 “이번 협의는 타결된 한·미 FTA 개정협상과 별개로 양국 재무당국, 국제통화기금(IMF) 등과 논의가 진행 중인 사항”이라고 말했다. 김현종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도 “한미 FTA에서 환율은 언급하지 않았다”며 “미국이 11월 중간선거에서 극적인 효과를 높이려고 묶어서 발표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백악관도 홈페이지에 사실관계 보고서를 올려 “한·미 간 외환 논의는 한·미 FTA와는 별도로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한미FTA와 철강관세, 환율 문제를 각각 다른 부처가 협상했다고 해도 큰 관점으로 보면 결국 한국과 미국의 ‘패키지 협상’ 으로 정부가 유리한 것만 공개하려 했다는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강명헌 단대 경제학과 교수(전 금통위원)는 “외신이나 USTR이 없는 사실을 만든 건 아니지 않겠느냐”며 “환율이 워낙 민감해 협상의제로 다뤘다는 것만으로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발표를 미루려 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무역적자를 줄이려는 미국의 통상정책이 사실상 한국의 외환시장 개입 내용 공개로 이어져 FTA와 연계 여부는 본질이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미국은 지난해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에서 환율 조항을 넣으려고 시도한 데 이어 올해 초에도 FTA협상시 연계하려 했다. 기재부 관계자도 “미국이 올 초 한미 FTA 재협상에 환율을 연계하려는 시도가 있었지만 받아들일 수 없어 강력히 거부했다”고 답했다.

하지만 정부는 환시 개입 내역을 공개하기로 방향을 잡았다. FTA와 무관하다고 주장하지만, 시기적으로 맞물릴 수밖에 없다. IMF 등이 수년간 외환시장의 투명성 문제를 지적했음에도 이제와서 외환시장 개입 내역을 공개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USTR이 주장한 MOU 체결에 대해서도 기재부 관계자는 “MOU를 체결할지, 약속을 할지 등 다양한 옵션을 검토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해 가능성을 열어뒀다.

아울러 정부 대응을 놓고 전략·전문가·컨트롤타워가 없는 ‘3무(無) 통상외교’ 가 또다시 확인됐다는 비판도 나온다. 미국은 한미FTA와 철강 관세, 환율 등 다양한 현안과 방위비 분담까지 하나의 큰 협상으로 접근하는데, 한국은 산업부와 기재부 외교부 등이 제 각각 부처별 협상을 벌이며 큰 전략을 놓치고 있다는 것이다. 익명을 주문한 통상 전문가는 “기술적으로 보면 이면합의는 아니지만, 내용을 보면 ‘싱글 패키지 협상’이 진행되고 있다”며 “무능한 통상외교로 미국의 연계전략을 보지 못해 문제가 커졌고, FTA타결 후에도 통상조직이 유기적으로 공조하지 못해 미국발 언론플레이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캡처
트럼프 대통령/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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