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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검찰, 경찰 특급호텔 8곳 헛발질 수사에 철퇴…‘기소의견’ 송치된 23명 전원 ‘혐의없음’ 불기소

[단독] 검찰, 경찰 특급호텔 8곳 헛발질 수사에 철퇴…‘기소의견’ 송치된 23명 전원 ‘혐의없음’ 불기소

기사승인 2014. 11. 05. 1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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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검찰 수사지휘 받는 대신 변호사에 자문…검·경 갈등 재점화 불씨될 듯
檢 "변호사가 수사지휘한 꼴" vs 警 "우리도 할 말 많다"
국내 특1급 호텔 이용객까지 수사…호텔 신뢰 추락 어떡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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렌터카를 이용해 공항에 도착한 외국인/사진출처=경찰청 블로그


경찰이 특급호텔과 렌터카 회사가 공모해 불법택시 영업으로 폭리를 취했다며 대대적으로 수사를 벌인 사건의 피의자들을 최근 검찰이 모두 무혐의 처분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경찰이 수사 과정에서 검찰의 수사지휘를 받는 대신 변호사에게 법률자문을 받아 수사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져 수사지휘권을 둘러싼 검찰과 경찰 간 갈등이 다시 불붙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승객을 뺏긴 모범택시 기사의 민원성 제보에서 시작된 경찰의 무리한 수사로 관광산업의 첨병이라고 할 수 있는 국내 특1급 호텔들이 수사 대상이 되면서 신뢰 추락 등 회복할 수 없는 피해를 입었다는 지적이다.

5일 검찰과 경찰 등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형사8부(안범진 부장검사)는 지난달 31일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위반 혐의에 대한 기소의견으로 경찰이 송치한 피의자 23명을 모두 무혐의 처분했다.

앞서 지난 6월 서울지방경찰청 교통범죄수사팀(팀장 김홍주 경위)은 신라, 하얏트, 롯데, 임피리얼 팰리스, 플라자, 리츠칼튼, 르네상스, 콘래드 등 국내 특1급 호텔들이 렌터카 회사와 공모해 무면허 여객자동차운수사업(불법 렌터카 영업)을 하고 있다고 수사를 진행했다.

이후 경찰은 특급호텔 8곳의 총지배인 등 관계자와 렌터카 업체 6곳의 관계자 등 모두 23명을 불구속 입건해 수사한 뒤 검찰에 ‘기소 의견’으로 송치했다.

이 과정에서 경찰은 “호텔이나 공항 주변에서 자가용을 이용한 불법영업을 적발한 사례는 있었지만 호텔과 렌터카 업체가 계약을 통해 조직적으로 불법영업을 한 사례는 전국적으로 이번이 처음”이라며 대대적으로 언론에 홍보하기도 했다.

심지어 경찰은 서울경찰청이 운영하고 있는 공식 블로그에 해당 수사의 성과를 자랑하는 내용의 글과 사진까지 게시하며 수사에 자신을 보였다. (http://smartsmpa.tistory.com/1506.) 


하지만 검찰의 판단은 달랐다.

경찰은 호텔이 불법적으로 차량과 기사를 제공했다는 전제 하에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위반이라고 판단했지만, 검찰 수사 결과 호텔 측은 렌터카 회사와의 업무 제휴를 통해 호텔 투숙객이 요청하면 렌터카 업체를 연결해줬을 뿐 차량 대여 및 운전기사 제공 계약은 투숙객과 렌터카 회사 사이에 체결돼 현행법상 문제가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더욱이 국내 호텔의 등급 결정에 관한 문화체육관광부 고시에서는 호텔이 투숙객에게 택시와 렌터카 서비스를 어느 정도 제공하는지에 따라 평점까지 매기고 있어 사실상 호텔에게 권유하는 사항이라는 사실도 확인됐다.

렌터카 회사 역시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시행령 18조에서 자동차 임차인이 외국인일 경우 운전자를 알선해 줄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는데 이번에 경찰이 문제 삼은 송영(送迎) 서비스(기사가 운전하는 렌터카를 타고 호텔과 공항 등을 오가도록 하는 서비스) 이용자는 대부분 외국인이었고 내국인이라도 외국 귀빈과 동행하는 수행원 등 관계자여서 위법성을 찾을 수 없었다.

한편, 이번 경찰의 수사 과정에서 경찰이 송영 서비스의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위반 여부를 수십만원의 자문료까지 지급해가며 정부법무공단 소속 변호사에게 문의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되고 있다. 검찰은 이례적으로 이 같은 사실을 불기소 결정서에 기재하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검찰 안팎에서는 “경찰이 검찰의 수사지휘를 피해 변호사에게 수사지휘를 받은 꼴”이라는 반응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경찰은 이런 검찰의 반응에 발끈하는 모습이다.

이번 수사를 진행한 김홍주 서울경찰청 교통범죄수사팀장은 “검경 수사권 갈등 이후에 경찰이 검찰에게 (수사)지휘를 받진 않자나요. 별도의 지휘를 받지 않고 자체적으로 판단해서 보내면 그쪽 나름대로 분석, 적용해서 문제가 있다, 없다는 자기들이 판단할 사항이고…. 어차피 검사의 고유권한이니까 왈가왈부할 사항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 변호사에게 자문을 요청한 것에 대해서는 “자문을 받은 것은 법률해석에 관한 문제에서 참고를 하기 위한 것이었지 수사를 하는 과정에서 꼭 (자문 내용대로) 적용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저희가 풀어야 할 내용이 있어서 그 부분을 법에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확인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검찰이 (이번 사건 수사에 대해) ‘사전지휘가 없어서 그렇다’라고 얘기한다면 우리도 할 말이 많다”며 “법이야 그쪽이 더 전문가 입장인 건 맞는 거고 우리야 하나의 집행기관이지만 (이번) 수사과정에서 그(검찰 측) 주장이 옳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은, 반박할 수 있는 자료는 충분히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경찰은 이번 수사 과정에서 렌터카 업체들의 ‘보험사기’ 혐의도 함께 수사를 진행했다. 렌터카는 영업용 자동차보험 가입 대상이 아니어서 유상(有償) 운송영업 중에 교통사고가 발생해도 보험 적용을 받을 수 없는데, 입건된 업체의 렌터카 73대가 보험적용 면책사유를 속이고 136회에 걸쳐 보험금을 청구한 것은 사기에 해당한다는 판단이다.

보험사기 혐의에 대해서는 경찰이 아직 검찰에 사건을 송치하지 않았다. 경찰은 “아직 수사가 진행 중”이라는 입장인 반면, 검찰은 “이번 사건은 모두 종료됐다고 보고 받았다”는 입장으로 서로 얘기가 엇갈리고 있어 향후 수사 귀추가 주목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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