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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뒷담화] 현실판 ‘미생’의 마지막 당부

[취재뒷담화] 현실판 ‘미생’의 마지막 당부

기사승인 2014. 11. 27.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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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실명이 기사에 그대로 실리는 건 아니죠? 회사에서 혹시라도 알게 되면 제 입장이 정말 난처해지거든요.” 

 

동명의 웹툰을 소재로 한 케이블채널 tvN 드라마 미생이 직장인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현실 세계에 내던져진 진짜 미생들의 이야기가 궁금해졌다.

 

지난달 말 본격적으로 취재를 시작하고 가장 처음 만난 미생은 2011년 말 국내 유명 식음료기업에서 영업직 인턴사원으로 근무했던 안모씨(30)였다.

 

안씨는 해당 회사에 어떻게 입사하게 됐는지 그리고 어떤 이유로 그만두게 됐는지 털어놨다.

 

취업의 최종 관문은 면접이잖아요면접에서는 어떻게든 자신의 무기를 꺼내 보여줘야 하고요그때 당시 저의 무기는 애사심이었습니다.”

 

안씨는 최종 면접을 앞두고 설악산을 등반했다. 회사 로고가 박힌 깃발을 직접 제작해 정상에 꽂고 인증사진까지 찍었다. 그리고 그 사진을 최종 면접 때 면접관에게 보여줬다.

 

당시 면접관들이 그 사진에 담긴 저의 진정성을 높이 평가하셨던 것으로 기억합니다그렇게 입사에 성공해 착실히 직장 생활을 해나가고 있었는데 결국 회사는 정규직 조건으로 지방 발령을 얘기하더라고요정말 씁쓸했죠. ! 제 실명을 기사에 넣지 말아주세요혹시라도 지금 다니는 회사에서 알게 되면 불편할 수 있으니까요.”

 

두 번째 만난 미생은 첫 번째 미생보다 더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려줬다.

 

지난해 콘텐츠 관련회사에 다닌 신모씨(29)선배들이 업무를 떠넘기는 것은 기본이고 업무 시간에 사적인 심부름까지 시키는 일이 비일비재했다고 고백했다.

 

“‘차에서 뭐 좀 가져다 달라고 하는 건 일상이 됐고요언젠가부터는 제 차를 빌려달라고 하더니 자기 딸을 유치원에서 데려오는 용도로 쓰더라고요너는 어차피 내근직이니까 차 쓸 일이 없지 않냐면서요.”

 

신씨는 후배 차까지 빌려가는 악질 선배가 걸핏하면 술자리에 자신을 불러 내 매니저 또는 대리기사 역할을 하게 했다고 말했다.

 

과음한 선배를 댁까지 데려다 준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에요댁까지 곱게 가시는 것도 아니고 저를 향해 계속 모욕적인 말들을 쏟아내죠욕을 섞어서요너는 머리가 나쁜 거냐?’ ‘X, 똑바로 하라고 XX!’.”

 

신씨는 이보다 더 심한 이야기도 가감 없이 꺼냈지만 끝내 그 내용은 기사화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아직 그 회사, 그 선배와 연을 끊지 못했기 때문이다.

 

현실의 미생들은 직장에서 겪는 여러 고충들을 마음껏 풀어 놓지도 못했다. 아직은 그 더러운 곳에서 살아남아야 하기 때문에 자신을 숨겨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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