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없는 살인자 폭염’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

[특별기고] 박인용 국민안전처 장관, 고령자·홀로노인·어린이·고혈압 등 만성 질환자 취약, 국민 적극 관심...시골 부모님 집안서 쉬도록 안부 전화...폭염 환자 발생땐 119 즉시 신고, 병원 신속 이송

박인용 국민안전처 장관

최근 중국 장쑤 성 우시에서는 길거리에서 팔던 달걀이 스스로 부화했다. 병아리가 부화하는 온도 37도 보다 높은 날씨가 이어지면서 병아리들이 껍질을 깨고 나왔다.

우리나라도 예년 보다 짧은 장마 기간에 이어 긴 무더위로 사람은 사람대로, 가축은 가축대로 찜통더위에 전국이 온통 몸살을 앓고 있다.

올해는 폭염으로 온열환자가 지난해 보다 두 배 이상 급증했다. 무더위가 계속되면 잠시 휴식을 취하거나 무더위 쉼터를 찾는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질병관리본부 자료에 따르면 최근 2011~2015년 5년 간 폭염으로 4239명의 온열환자가 발생했다. 이 가운데 47명이 숨졌다.

올해는 지난 7월 8일 경북 의성에서 89살 고령의 A씨가 자신의 밭에서 일하다 쓰러져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결국 숨졌다. 지금까지 8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전 세계가 더위와의 전쟁을 치르고 있다. 중국 남부는 낮 기온이 40도를 웃돌면서 최고 단계 폭염 경보가 발령됐다.

중동은 50도가 넘는 살인적인 폭염으로 ‘절절’ 끓고 있다. 미국은 ‘열돔 현상’이라는 말까지 등장한 가운데 27개 주에 폭염경보가 발령됐다.

국민안전처도 지난 5월 15일부터 폭염으로 인한 인명과 재산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관련 부처,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폭염에 대비하고 있다.

무더위 쉼터 운영을 비롯해 건강관리사·노인돌보미 같은 재난도우미의 취약계층 보호활동과 폭염취약 지역 예찰, 홍보, 교육 등 범정부적인 대응체계를 갖추고 있다.

방송과 라디오 같은 매체와 안전디딤돌 앱을 통해 국민들에게 폭염에 대한 정보도 제공하고 있다.

전국 소방관서 1317대 모든 구급차에 아이스 팩과 아이스 조끼, 구강용 전해질 용액처럼 폭염대비 응급처치 장비를 갖추고 폭염환자가 신속하게 응급처치를 받을 수 있도록 출동 대기하고 있다.

특히 구급차 출동으로 인한 공백에 대비하기 위해 필요할 경우 소방차도 출동에 지장이 없는 경우에는 폭염대비 응급처치장비를 싣고 출동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폭염으로 인한 인명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국민의 적극적인 동참이 필요하다. 폭염특보 발령 때 가정이나 직장, 학교, 산업현장 등에서 행동해야 할 요령을 숙지하고 무더위가 계속될 때는 텔레비전과 라디오 등을 통해 기상 상황에 귀 기울여 폭염에 대비해야 한다.

인도네시아와 태국 같은 동남아시아 국민들은 고온 날씨 적응이 일상화돼 잇다. 하지만 우리나라 국민 대다수는 폭염을 단순히 여름철에 거쳐야 할 일시적 현상으로 쉽게 생각하는 것 같다.

폭염특보가 발령돼도 국민 스스로 대비나 취약계층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가 아직까지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특히 고령자와 홀로노인, 어린이, 고혈압 등 만성 질환자는 폭염에 취약할 수 있으므로 이들에 대한 적극적인 관심이 필요하다. 무더위가 지속될 땐 시골에 계신 부모님께 집안에서 쉴 수 있도록 안부전화를 하는 것도 좋은 실천방법이다.

혹시라도 주위에 폭염으로 의심되는 환자가 발생하면 의식이 없는 응급환자의 경우에는 119에 즉시 신고해 병원으로 신속히 이송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의식이 있으면 그늘진 곳이나 에어컨이 있는 실내로 옮기고 얼음주머니를 목과 겨드랑이에 대는 등 체온을 낮추도록 한다. 시원한 물과 이온음료를 섭취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좋다.

살인적인 무더위가 심해지고 있다. 지금이라도 폭염에 대비한 안전수칙과 행동요령을 숙지하여 안전하고 즐거운 여름 보내시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