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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생 신드롬]<중> “살아남아야 하니까…” 현실판 ‘미생’, 그들의 속풀이

[미생 신드롬]<중> “살아남아야 하니까…” 현실판 ‘미생’, 그들의 속풀이

기사승인 2014. 11. 17.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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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배들의 책임전가는 기본, 갑작스런 회식, 술자리서 가벼운 폭행까지…"
본지-인크루트 설문조사 결과, 현실판 미생 67.5%, 입사 6개월 안 돼 이직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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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블채널 tvN의 금토드라마 ‘미생’의 한 장면. 박과장(김희원)에게 추궁 당하는 장그래(임시완)의 모습. / 사진=tvN 제공
케이블채널 tvN 드라마 ‘미생’에는 주인공 장그래(임시완분)를 포함해 여러 유형의 신입사원이 등장한다.

묵묵히 자신에게 주어진 일 그리고 그로 인한 스트레스를 감내하는 장그래, 선배보다 뛰어난 능력을 갖고 있지만 여자라는 이유로 상사로부터 갖은 무시와 핍박을 받는 안영이(강소라분), 회사나 선배가 자신의 능력을 제대로 인정해주지 않고 하찮은 일만 시킨다고 생각해 이직을 고민하는 장백기(강하늘분)까지.

드라마 속 ‘미생’들은 저마다 다른 모습과 생존법으로 전쟁 같은 직장 생활을 버텨내고 있다. 현실 세계의 장그래·안영이·장백기 역시 드라마 속 이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임시완
tvN 드라마 ‘미생’의 장그래역을 맡고 있는 임시완. / 사진=tvN 제공
◇ 장그래 “부끄럽지만 일단, 내일은 살아남아야 하니까요….”

2011년 국내 유통기업에 영업관리직으로 입사한 김모씨(30)는 신입사원 시절, 자신의 모습이 장그래와 비슷했다고 털어놨다.

김씨는 “드라마 ‘미생’의 장그래를 보면 누가 무슨 일을 시키든 군소리 없이 하지 않냐. 당시 내 모습이 장그래 같았다”며 “이 회사에 취직을 하면서 처음 사회에 발을 내디딘 것이기 때문에 그때 당시에는 허드렛일이라도 감사해하면서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선배들이 자신의 일을 자주 떠넘길 때는 불만스러웠다”며 “드라마 미생을 보면 장그래가 ‘다면기’(바둑 고수가 여러 명의 대국자와 바둑을 두는 것)라는 말을 한다. 선배는 내게 하나의 일을 떠넘기는 것이지만 내가 상대하는 선배는 그 선배뿐만이 아니다. 당연히 부하직원인 나는 그 일들에 치일 수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아시아투데이가 의뢰해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지난달 29일부터 30일까지 직장인 115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이메일 설문조사(표본오차 ±2.98%P · 95% 신뢰수준) 결과에 따르면 ‘인턴·신입사원 시절 가장 이해하기 어려웠던 점’을 묻는 질문에 422명(36.47%)이 ‘선임의 책임 전가’를 우선적으로 꼽았다.

이어 △원하지 않는 회식 및 동호회(321명·27.74%) △회사 내 라인서기(248명·21.43%) △공동책임지기(91명·7.87%) 등의 순이다.

2013년 콘텐츠 관련 회사에 인턴사원으로 근무했던 신모씨(29)는 선배들이 업무를 떠넘기는 것은 기본이고 심지어 업무 시간에 사적인 일까지 시키는 경우가 허다했다고 토로했다.

신씨는 “회사 업무에 필요할 것 같아 중고차 한 대를 구입했는데 상사가 업무시간에 차를 몇 번 빌려가는 것은 기본이고 나중에는 나에게 자기 딸을 유치원에서 데려오라고 까지 지시했다”고 푸념했다.

그러면서 “상사가 갑작스럽게 회식을 잡는 것은 기본이었고 술자리에서는 언어폭력 및 가벼운 폭행이 이어졌다”며 “그럼에도 끝까지 참고 견뎠던 이유는 상사가 버릇처럼 ‘원하는 부서에 보내주겠다’고 한 거짓 약속을 믿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강소라
tvN 드라마 ‘미생’의 안영이역을 맡고 있는 강소라. / 사진=tvN 제공
◇ 안영이 “여자라서 죄송합니다….”

2013년 한 의류기업에서 계약직 직원으로 근무했던 박모씨(34·여)는 드라마 속 안영이처럼 “죄송합니다”라는 말을 달고 살았다고 고백했다.

박씨는 “이쪽 일이 처음이었기 때문에 입사 당시 실수가 많았다. 한번은 남자 동기와 똑같은 실수를 한 적이 있었는데 남자 선배가 유독 내게만 더 가혹하게 굴어 남몰래 화장실에서 한참을 울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무래도 보통 직장에 남직원이 여직원보다 많고 남직원끼리는 휴식 시간에 담배를 함께 피우거나 술자리 등을 자주 가지면서 어울릴 기회가 많다보니 친분이 더 돈독한 것 같다”며 “이로 인해 여직원들이 괜한 차별을 받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강하늘
tvN 드라마 ‘미생’의 장백기역을 맡고 있는 강하늘. / 사진=tvN 제공
◇ 장백기 “도대체 저한테 왜 이러십니까…저는 회사 관둘 겁니다….”

이번 설문조사 결과, 입사 6개월이 안 돼 이직을 고민한 인턴·신입사원이 전체 응답자 1147명 중 781명(67.5%)에 달했다.

세부적으로는 △입사 3개월 차 27.14%(314명) △입사 6개월 차 18.32%(212명) △입사 1개월 차 16.51%(191명) △입사 1주일 차 5.53%(64명) 순이었으며 나머지 32.5%(376명)는 입사 1년 후부터 이직을 고민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이직이나 사직을 고민한 이유가 무엇이었냐?’는 질문에 25.24%(292명)가 ‘회사 급여 및 복지가 마음에 들지 않아서’라고 답했고 23.16%(268명)는 ‘인간관계’ 때문이었다고 고백했다.

2013년 5월 서울 모 병원에서 사무직 인턴사원으로 근무했던 김모씨(30)는 “궁금한 점이 있을 때마다 선배에게 물었다. 그런데 선배가 귀찮아했고 ‘한 번에 질문하라’고 면박을 주기도 했다”며 “그런 일들이 쌓이면서 선배와의 관계가 껄끄러워졌고 자연스레 이직을 고민, 2달 반 만에 회사를 그만뒀다”고 말했다.

2011년 국내 한 제약회사에서 인턴사원으로 근무했던 강모씨(33)는 “인턴 기간 내내 선배들 뒤치다꺼리만 했던 것 같다”며 “도전적이고 기획적인 업무를 맡기기보다는 잔심부름이 전부였다. ‘내가 아직 인턴이라서 이런 대우를 받는 것인가’라고 생각도 했지만 다른 인턴들과 비교하면 확실히 내 능력을 과소평가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 3달 만에 회사를 그만뒀다”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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