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투데이 로고
[취재뒷담화] 흙수저 임대아파트 금수저 임대아파트

[취재뒷담화] 흙수저 임대아파트 금수저 임대아파트

기사승인 2016. 01. 20. 13:45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톡 링크
  • 주소복사
  • 기사듣기실행 기사듣기중지
  • 글자사이즈
  • 기사프린트
e편한세상 테라스 위례
‘e편한세상 테라스 위례’ 견본주택을 찾은 손님들. /제공=대림산업
계약 나흘 만에 완판된 뉴스테이(기업형 임대아파트) ‘e편한세상 테라스 위례’ 계약 현장에는 결혼 적령기 자녀를 동반한 부모들이 유독 많았다고 합니다. 요즘 하는 말로 ‘흙수저’들의 전유물인 임대아파트에 고급화 전략을 쓰니 부모에게 3억~4억쯤은 물려받을 수 있는 ‘은수저’ 이상의 사람들도 관심을 갖고 몰려들게 된 것입니다.

임대아파트에 흙수저만 사는 것이 아니라는 발상의 전환은 분명 필요합니다. 자가(自家)가 아니면 월세를 내는 게 자연스러운 외국과 달리, 임대아파트에는 하층민이 산다는 고정관념 때문에 우리 사회에는 소모적인 갈등이 너무 팽배한 것도 사실이기 때문입니다. 그런 점에서 정부가 뉴스테이를 도입해 임대아파트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바꾸려고 한 것은 높이 살만 합니다.

그럼에도 한편으로 뉴스테이가 불편한 이유는 정부가 어렵고 힘든 사람들보다 여유 있는 사람들 편에 서서 주택정책을 시행하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어서 입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주 업무보고에서 올해 뉴스테이 공급을 지난해 두배인 5만가구로 늘리고 내년까지 총 13만가구를 지을 수 있는 땅을 확보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공공임대주택 확충 등 서민을 위한 정책도 이번 보고에 포함됐지만 주된 내용은 아니었습니다.

사실 ‘e편한세상 테라스 위례’(보증금 4억5000만원·월세 40만원) 보증금 정도면 서울 웬만한 곳에서 전셋집을 얻을 수 있습니다. 물론 전세난으로 매물 찾기에 다소 시간이 걸릴 수 있고 강남권의 경우 낡은 소형 아파트 정도만 가능하겠지만, 정부가 나서서 도움을 줘야할 만큼 어렵지는 않습니다.

정부가 전세의 월세 전환을 부추기고 있다는 인상도 부정적입니다. 작년 한해 전세 거래량은 전년보다 5.1% 줄어든 반면 월세 거래량은 8.3% 증가해 임대차거래에서 월세가 차지하는 비중이 50%에 육박했습니다. 서울 도심지 인근 다세대 주택 단지, 빌라촌 등지에서는 전세 매물을 거의 찾아볼 수 없는 등 현장에서 느끼는 월세전환 속도는 더욱 빠릅니다. 정부의 뉴스테이 장려는 이런 상황을 받아들이고 빨리 월세로 갈아타라는 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뉴스테이가 현 주택 시장에 필요한 하다는 것은 인정합니다. 다만 정부가 급격하게 뛴 보증금을 감당하지 못해 수도권 외곽으로 밀려나는 서민에 대한 관심을 더 기울이고, 월세시장 연착륙에 대한 고민을 더 깊이하는게 우선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후원하기 기사제보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