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턴 전 대통령 방북, ‘북핵문제 새로운 전기’

북미간 대화재개 물꼬, 한반도 문제해결도 기대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의 방북이 5일 마무리된 가운데 정체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던 북핵문제를 비롯한 한반도 문제에서 새로운 전기가 마련될 수 있을지 기대되고 있다.

우선 억류중이던 여기자들의 석방을 표면적 이유로 했던 클린턴 전 대통령의 이번 방북은 북미간 대화재개의 물꼬를 텄다는 의미를 지닌다.

사실 여기자들의 석방과 귀환은 클린턴 전 대통령 방북 이전에 북미간 이미 합의된 사안이라 할 수 있다.

클린턴 전 대통령의 위상으로 볼 때 여기자들의 석방과 동행 귀환이라는 북한의 ‘선물’ 보장이 없었다면 방북 자체가 성사되기 어려웠을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제 관심의 초점은 클린턴 전 대통령이 이번 방북에서 북한과 무엇을 주고받았느냐에 모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클린턴 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간 회동 소식을 전하면서 “조미 사이의 현안 문제들이 진지한 분위기 속에서 허심탄회하고 깊이 있게 논의되였으며 대화의 방법으로 문제를 풀어나갈 데 대한 견해일치가 이룩되였다”고 보도했다.

구체적인 대화 시기나 방법에 대한 언급은 없지만 생존과 번영을 위해 미국과의 관계개선이 절실한 북한이 클린턴 전 대통령의 이번 방북에 대한 기대감을 내비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북한의 대외적인 입장을 대변하는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 기관지 조선신보도 4일 클린턴 전 대통령의 방북과 관련, “전직 대통령의 방문을 계기로 평양에서 벌어지는 협상은 실무적인 수속을 취하는 차원에 머무르지 않을 것”이라면서 “조미대결의 근본문제와 관련된 보다 폭넓은 의제를 다루지 않을 수 없다”며 북한의 기대를 반영했다.

일각에선 북미가 미국이 앞서 제시한 대북 압박과 대화를 병행하는 투트랙(Two Track) 전략인 ‘포괄적 패키지’에 대해 큰 틀에서 합의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백학순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미국 정부의 양궤(two-track) 정책이란 대화라는 목표를 위해 압박을 수단으로 한다는 것”이라며 “클린턴 전 대통령 정도의 중량급 인사의 방북은 오바마 대통령이 대화와 협상으로 북핵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원칙을 뚜렷이 했다는 의미고, 북한이 방북을 받아들인 것은 미국의 입장을 이해하고 수용하겠다는 것이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북미대화가 본격화되고 북핵문제 및 북미관계정상화 등이 해결되기까지는 난항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만 하더라도 북미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대북메시지를 둘러싸고 “전달했다”, “아니다”라며 엇갈린 입장을 밝히는 등 미묘한 신경전을 벌였다.

또 북한이 북핵 6자회담에 대한 불참 의사를 여러 차례에 걸쳐 강하게 피력한 가운데 북한이 6자회담에 복귀할지 아니면 새로운 형태의 대화틀이 마련될지도 불투명하며 주변국들과의 조율이라는 쉽지 않은 과정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