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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선진화 길을 묻다](10)증권사, ‘양치기 소년’ 그만 둬야

[금융선진화 길을 묻다](10)증권사, ‘양치기 소년’ 그만 둬야

기사승인 2014. 08. 07.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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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제공 소홀·불건전영업행위 여전…리서치 신뢰도도 바닥
금융선진화
#1. 이모(70)씨는 A증권사 직원의 추천으로 매수한 종목의 주가가 하락해 불안감을 표시했다. 하지만 직원은 장밋빛 전망만 내놓으면서 해당 종목의 추가매수를 권유했다.

이씨는 결국 큰 손실을 봤다. 나중에 이씨가 주식을 보유한 기간 동안 A증권사는 해당종목에 대해 ‘매도’의견을 내놨고, 주식매수를 권유한 직원은 같은 기간 그 종목을 매도해 손실을 회피한 것으로 밝혀졌다.

#2. 주식투자경험이 없던 60대 주부 김모씨는 B증권사 직원과 일임거래를 하다가 3개월만에 전액 손실을 입었다.

과도하게 빈번한 매매가 손실의 주요 원인 중 하나였다. 투자기간 동안 매매수수료는 손해액 대비 47.3%로 절반에 가까웠다. 월평균 매매회전율은 9500%에 달했다. 한달에 예탁자산의 95배에 달하는 규모의 매매를 한 것이다.

금융투자업계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는 바닥으로 떨어진 지 오래다.

전문지식을 가진 경우가 아니라면 이해하기 어려운 상품에 대한 투자를 권유하면서도 제대로 된 설명은 소홀히 하고 때로는 고객들을 기만하는 사례도 적지 않게 발생하고 있어서다.

금융투자업계 안팎에서는 투자자에 대한 신뢰를 회복해야만 증권사들의 지속가능한 성장이 가능하다고 입을 모은다.

◇“말로만 투자자 최우선”

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접수된 증권·선물 투자관련 분쟁조정 신청건수는 39건이며 이 중 71.8%인 28건이 증권사 직원의 불건전영업행위로 인한 악성분쟁이었다.

악성분쟁 중에서는 부당권유가 16건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임의매매(8건), 일임매매(4건) 순이었다.

증권사 직원들이 투자판단을 위한 정보를 제대로 제공하지 않거나 고객의 의사와 상관없이 주식 등을 매매하는 것과 관련해 이의를 제기하는 사례가 많다는 의미다.

악성분쟁 발생 비율은 2012년 하반기 이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특히 70대 이상 고령자 비중도 2012년 7%, 2013년 8%에서 올해 상반기 15.3%로 늘어났다.

고령투자자들은 상대적으로 자신의 판단보다 증권사 직원에 의존하는 성향이 강하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증권사 직원에 대한 믿음이 큰 투자자들이 분쟁을 제기하는 사례가 많다는 것은 ‘고객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겠다’는 증권사들의 외침이 ‘공(空)약’이라는 방증이다.

증권사들은 상품판매에서도 투자자에게 필요한 정보를 제대로 제공하지 않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올해 초 파생결합증권 미스터리쇼핑 결과 “시나리오별 투자손익 및 과세방법 설명 평가결과가 타 평가 항목에 비해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금감원이나 투자자보호단체 등에서 실시한 조사에서 투자자들은 손실 가능성 및 한도 등에 대한 설명에 만족하지 못한다는 답변을 계속해서 내놓고 있다.

국내 증권사 관계자는 “회사에서 요구하는 수준의 실적을 채우기 위해서는 중장기적 관점에서 투자자의 이익을 생각하기 쉽지 않은 경우가 많다”며 “영업을 위해서는 투자에 대한 위험성보다는 수익 부분에 대한 긍정적 전망 위주로 설명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증권사 보고서 믿으면 바보”

“증권사에서 나오는 보고서를 보고 투자하는 바보가 어디 있나?”

인터넷 주식관련 카페 등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이 말은 국내 증권사 리서치센터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증권사 보고서가 일반투자자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것보다 영업수단에 가깝게 이용되다 보니 벌어진 결과다.

보고서 작성에 정확하고 객관적인 분석보다 이해관계가 있는 기업의 ‘입맛’이 더 큰 영향을 미치다 보니 정확도가 부족해지는 것은 당연하다.

올해 들어 여러 증권사들이 이런 관행을 깨고 리서치센터의 신뢰회복을 선언했지만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인다.

지난해 L증권사가 보고서를 냈다가 해당 기업의 항의를 받고 철회한데 이어 이번 달에도 비슷한 사례가 발생하는 등 리서치센터가 기업의 영향력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모 증권사 임원은 “일부 증권사들이 매도 보고서를 내놓겠다고 선언하는 등 쇄신에 대한 열망이 높지만 업계 전반적으로 소신 있고 신뢰성 높은 보고서가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리서치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리서치센터가 다른 사업과 독립돼 운영돼야 한다”며 “질 높은 투자정보는 더 많은 투자자들을 시장으로 끌어들일 수 있다는 점에 대해 업계 경영진들이 되새길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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