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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홍어’ 떼려야 뗄 수없는 정치사

‘DJ=홍어’ 떼려야 뗄 수없는 정치사

기사승인 2009. 08. 19.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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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식 홍어’는 얼마 삭히지 않고 쫄깃하고 찰진 것
DJ와 정치역정을 함께한 홍어. DJ는 얼마 삭히지 않고 쫄깃하고 찰진 것을 좋아했다.
‘정권창출’ 대명제 아래 삭힌 홍어처럼 인동초 세월
영국 유배시절엔 홍어박스 선물받고는 기뻐서 울어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이 홍어를 좋아한다는 것은 대한민국 국민이면 대부분 아는 사실이다.

하지만 DJ와 홍어는 어떤 연관성을 가지고 있는지를 아는 이는 드물다.

DJ가 전남 신안군 하의도 출신이어서 가까운 흑산도 홍어를 좋아 했을 것이란 것은 미루어 짐작할 수 있지만 DJ와 홍어는 뗄레야 뗄 수 없는 정치적 고리로 연결돼 있다.

정치적 흥망성쇠를 홍어와 같이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라도를 대표하는 인물을 꼽으라면 의당 김대중 전 대통령이고, 여기에 DJ가 홍어를 좋아한다는 것을 매치시키면 전라도 대표음식이 곧 홍어로 연결되고 'DJ=홍어'는 지극히 자연스러워진다.

서울에 홍어가 처음 자리를 잡고 거래된 것은 지난 1980년대 초반 영등포시장에서 였다. 그동안 전라도에서 올라온 사람들이 알싸한 맛을 느끼기 위해 알음알음 찾아다녔지만 대중에게 알려지게 된 것은 불과 20여년에 지나지 않는다.

홍어가 본격적으로 알려지게 된 계기는 호남정치 세력의 성장이 그 기저에 깔려 있다.

1987년 DJ가 사면복권 되면서 홍어의 역사도 시작됐다.

DJ가 이끄는 평화민주당이 출범하면서 DJ와 관련된 자리는 늘 홍어가 그림자처럼 따라 다녔다.

당시 김대중 총재가 대변인실이나 기자실로 홍어를 공수하면서 'DJ=홍어'가 알려지게 됐다.
정치적 라이벌 관계인 김영삼 전 대통령이 'YS=멸치'로 대변되던 시절이었기 때문에 더했는지도 모른다.

그 뒤 큰 아들인 김홍일 씨가 바통을 이어받아 홍어를 공수했고, 당 이름이 바뀌면서도 주요 행사나 고비 때는 늘 홍어가 상징물로 대변됐다.

특히 DJ가 몇 번이나 대권에 실패하면서 '정권창출'이라는 대명제 앞에는 '홍어정신'이 깃들여졌다.

삭힌 홍어.
그후 DJ가 대통령에 당선된 뒤에는 아예 행사 때마다 홍어가 귀중한 손님이었고, 서울시내에 무수히 많은 전문점들이 생겨난 것도 이때였다.

당시 흑산도에서 잡히는 홍어는 청와대나 정치적 행사에 쓰기에도 물량이 모자라 '잡으면 무조건 서울로 올려 보낸다' 해서 되레 흑산도에서는 홍어가 귀했다고 한다.

당시 어떤 사람이 홍어를 사려고 시장에 갔는데 주인이 "무엇에 쓸려고..."고 묻자 이 사람이 "DJ 한테 선물하려고 한다"고 하자 늘어놓은 홍어대신 다른 곳에서 진품홍어를 갖다 줬다는 소리도 있다.

DJ가 좋아하는 홍어는 얼마 삭히지 않고 쫄깃하고 찰진 것을 으뜸으로 쳤다.

그래서 DJ식 홍어는 아는 사람이외에는 잘 모른다.

'DJ=홍어' 백미는 지난 1992년이다.

DJ가 대선에서 실패하고 "다시는 정치를 하지 않겠다" 선언하고는 영국으로 사실상 유배를 떠났을 때였다. 한번은 지인이 목포에서 홍어를 아이스박스에 담아 영국으로 보냈는데 DJ가 홍어를 보자 눈물을 뚝뚝 흘리며 그렇게 반가워했다는 후문이다.

DJ는 그러면서 삭힌 홍어를 보고 분을 삼켰고, 절치부심(切齒腐心)하면서 인동초 같은 세월을 보냈다.

마침내 1997년 DJ가 대통령에 당선되고는 홍어가 그 진가를 발휘했다.

호남권 한 정치인은 "홍어는 민주당의 상징어족이고, 당헌에는 없지만 관습당헌"이라고 회상했다.

정치권이 홍어에 관심을 보이면서 홍어는 자연스레 전국적인 스타로 떠올랐고, 가는 곳 마다 홍어가 넘쳐났다.

그러기에 'DJ=전라도=홍어'는 당연시 됐다.

노무현 대통령을 배출한 짬뽕 열린우리당은 홍어 대신 '부산 도다리'를 공수해 '도다리시대'를 열었고, 이명박 대통령은 인수위시절부터 틈나는 대로 '포항 과메기'로 대신했다.

낚시에 걸려 올라오는 홍어.
2003년 민주당 김홍일 의원이 홍어를 다시 부활시켰지만 예전만큼 명맥을 유지할 수 없었고, 2008년 9월 통합민주당이 꾸려지고 박지원 전 대통령비서실장이 무소속으로 당선돼 복당한 후 홍어회 파티를 열면서 다시금 부활을 알리고 있다.

올해 4월25일 DJ는 고향인 신안군 하의도를 14년 만에 방문했다. 이날 DJ는 하의도 초등학교 동창, 주민 등 1500명과 함께 점심으로 삼합을 먹었다.

삭히고 썩힌 홍어는 그 특유의 톡 쏘는 맛과 홍탁삼합(洪濁三合)이라 해 ‘막걸리+홍어’에 묵은김치와 삶은 돼지고기가 곁들여져 찾는 사람이 제법 많아졌다.

전국을 가리지 않고 홍어가 인기를 끄는 것은 그만큼 DJ가 정치를 잘 했다는 평가로 받아들여져 이제는 국가대표급 음식으로 손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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