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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선진화 길을 묻다](16)눈치보는 금융당국 보험산업 발전 ‘발목’

[금융선진화 길을 묻다](16)눈치보는 금융당국 보험산업 발전 ‘발목’

기사승인 2014. 08. 20.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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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보험 건수제 도입됐지만, 당국 몸사리며 도입시기 늦춰지고 일부 취지도 '퇴색'
보험 당국의 ‘눈치보기’가 산업 발전의 발목을 잡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21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자동차보험 누적적자로 신음하고 있는 손해보험업계의 숙원이었던 ‘자동차보험료 할인·할증체계 개선안’을 전날 발표했다.

2018년 1월부터 사고의 크기에 따른 자동차보험료 할증기준을 현행 ‘사고의 크기(점수제)’에서 ‘사고의 빈도(건수제)’로 바꿔 무사고 운전자의 보험료를 낮추고 교통사고도 줄이자는 내용이다.

이는 재작년 11월 28일 첫 공청회가 열린 지 거의 2년 만의 발표다. 당국과 업계는 올해 2월 국회와의 정책토론회도 열고 지난달 11일 전문가 간담회도 열었다.

이처럼 발표가 늦춰진 것은 공보험 성격이 강한 자동차보험의 특성상, 제도변경으로 인한 여론의 반발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실제 그간 금융당국은 ‘잔잔한 물에 돌을 던지기는 쉽지 않다’는 입장을 피력해 왔다.

문제는 제도변경의 취지와 그 효과다. 금감원이 몸을 사리는 과정에서 교통사고를 줄여보자는 당초 취지가 무색해진 감이 있다는 것.

금감원은 당초안인 1회 사고 할증폭을 기존 3등급에서 2등급으로 낮췄다. 또 1회 50만원 이하의 경미한 물적사고는 기존 2등급 할증에서 1등급 할증으로 하향 조정했다.

당초안은 경미한 사고에 대한 할증액이 과도하고, 소액 사고의 경우 보험료 할증을 피하기 위해 자비로 처리하는 경우가 늘어날 수 있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아울러 연간 최대 12등급이던 할증 상한캡도 9등급으로 낮췄다. 그간 2016년 1월 도입하겠다던 계획도 정권이 바뀌는 2018년 1월로 늦춰졌다. 논의됐던 생계형 서민 운전자를 위한 제도변경 내용도 제외됐다.

개편안이 수정되면서 사고를 자주 내는 운전자에게 보험료를 더 거두고 무사고 운전자의 보험료를 낮춰 교통사고를 줄이겠다는 당초 취지가 일부 퇴색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손보업계 관계자는 “현실을 반영하는 건수제 도입은 적극 환영하지만, 금융당국이 지나치게 여론을 의식하고 뜸을 들이면서 발표가 늦춰짐은 물론, 기대효과도 반감된 감이 없지 않다”고 했다.

이에 대해 허창언 금감원 보험담당 부원장보는 “2016년 10월부터 2017년 9월까지의 통계를 바탕으로 2018년부터 보험료가 오르는 것이기 때문에 정권교체에 따른 도입 시점 늦추기라는 지적과는 무관하다”고 선을 긋고 “제도변경에 따라 보험료가 할증되는 사고자에게 준비기간을 주는 것이 옳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15만명 가량의 운전자가 이미 보험료가 저렴한 서민형 자동차보험 에 가입해 있다”고 덧붙였다.

금감원 특수보험팀 관계자는 “2000만 명에 달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이 있는 제도이기 때문에 최대한 다양한 여론을 수렴하는 과정이 필요했다”며 “교통사고를 줄이고 사고가 없는 운전자에게 혜택을 주자는 도입취지는 무색해지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른바 ‘자살보험금’ 논란도 비슷한 모습이다. 금감원은 지난달 24일 제재심의위원회를 열고 약관과 달리 자살을 재해로 인정하지 않았던 ING생명보험에 기관주의 등 경징계와 과징금 4900만원을 부과했다. 그러나 금감원은 보험사가 자체 판단에 따라 지급 여부와 액수, 대상자를 결정하도록 했다. 9개월이라는 숙고기간을 감안하면 예상 외의 경징계였다는 반응이다.

익명을 원한 업계 관계자는 “금융당국의 보험관련 제도 변경은 타 정부부처와의 협의시 진행이 매우 더디고, 협조를 이끌어내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자동차보험은 국토교통부, 의료보험은 보건복지부, 연금 등 각종 세제는 기획재정부 등과 연관이 있지만, 제대로 의견이 반영되는 경우는 드물다는 한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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