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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란서생’, ‘방자전’의 김대우 감독이 연출한 ‘인간중독’은 베트남전이 막바지로 치닫던 1969년, 엄격한 위계질서와 상하관계로 맺어진 군 관사 안에서 벌어지는 남녀의 비밀스럽고 파격적인 사랑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임지연은 ‘인간중독’에서 남편 상사인 김진평(송승헌)을 사랑하게 되는 인물 종가흔 역을 연기했다. 그는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기과에 재학 중으로 연극 ‘택시 드리벌’ ‘해무’ 등을 통해 연기 이력을 쌓았다. 임지연을 만나 ‘인간중독’에 대한 애정과 연기에 대한 열정 등을 들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배우로서 첫 작품을 내놓게 됐다. 감회가 남다를 텐데.
“아직 실감이 안 난다. 하루하루 새롭게 지내고 있다. VIP 시사회 때는 가족, 친구들이 격려를 많이 해줘서 뿌듯하면서도 울컥했다. 연기적인 면에서는 아쉬움이 많다. 첫 작품이라 부족한 점이 많은 게 사실이다. 혹평과 호평, 많은 이야기를 듣고 있는데 어떤 평가든 감사하다. 관심을 가져준 것만으로도 감사할 따름이다.”
-김대우 감독의 작품에 어떻게 참여하게 됐나.
“김대우 감독의 작품을 좋아했다. 설레면서 시나리오를 읽었는데 가슴이 울컥하더라. 아직도 그 순간을 잊을 수 없다. 무엇보다 종가흔 캐릭터가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감독은 첫 미팅에서 내게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나중에 들어보니 일부러 쳐다보지 않았다고 한다. 감독이 ‘임지연이 배우로서 어떤 모습을 갖고 있는지 알고 싶다’고 해서 놀랐다.”
-종가흔의 어떤 부분에 매력을 느꼈나, 가장 표현하고 싶었던 부분은.
“종가흔은 나와 성격이 많이 달라 다가가는데 쉽지 않았다. 또 유부녀이기도 해서 사람 임지연으로서 힘든 부분이 있었다. 하나하나 감독과 많은 이야기를 나눴던 것 같다. 놀랄 정도로 냉정하면서도 차분한 모습에서부터 한 남자가 모든 걸 버릴 정도로 사랑할 수 있는 매력적인 부분까지 말이다. 중점은 둔 건 종가흔의 과거다. 어떤 상처가 있었느냐에 대해 연구를 많이 했다.”
-종가흔과 김진평이 첫 눈에 반해 사랑에 빠지는 과정에 어떻게 몰입하려 했는지.
“두 사람다 첫 만남에서 미묘한 끌림을 느꼈다. 종가흔은 누군가를 사랑해본 적 없는 사랑에 낯선 인물이다. 그런 여자가 사랑하는 남자를 만났을 때 본능적으로 말하고 행동했을 거라 생각했다. 나 또한 가슴 아팠던 사랑을 겪었다. 그때의 경험들이 조금은 도움이 됐다.”
-사랑방식이 종가흔과 비슷한 편인가.
“나는 사랑을 표현하는데 있어 솔직한 편이다. 밀당이라는 것을 해본 적이 없다. 그래서 내 주변사람들도 그렇고 나를 종가흔처럼 봐주는 게 신기하다. 내가 몰랐던 나의 또 다른 모습을 발견한 것 같아 배우로서 신기한 감정을 느꼈다. 이번 작품을 하면서 사랑에 대해 생각해보게 됐다. 사랑 없이 사는 사람이 있을까. 사랑하게 된다면 그 순간 최선을 다해야 하고, 그것만으로도 감사해야하는 것 같다. 관객들도 이런 감정을 느꼈으면 하는 바람이다.”
-김진평은 목숨을 내걸 정도로 종가흔을 사랑하는데, 김진평이 총을 쏘는 장면이 인상 깊었다.
“나는 그 당시에 촬영할 때 김진평과 같이 죽고 싶었다. 종가흔이 김진평을 사랑하지 않는다고 마음에 없는 소리를 했는데, 김진평이 나 때문에 숨 쉴 수 없다며 죽기까지 하니 얼마나 고통스러웠을까 싶었다. 영화로 봤을 때는 그 상황이 무섭게 느껴지기도 했다. 이 장면과 엔딩신은 특히 기억에 많이 남는다.”
-노출연기에 도전했다. 베드신에 초점이 맞춰진 게 부담스럽지는 않나.
“베드신은 액션신 찍는 것처럼 힘들었다. 깊은 감정선을 표현해야 했기 때문에 심리적인 어려움도 있었다. 그러나 둘이 사랑을 나누는 건 행복한 일이고, 감독이 아름답게 그려줄 거라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에 최대한 즐기면서 임하려고 했다. 영화를 보고 나면 베드신만 있는 게 아님을 알거라 생각한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기과 출신이다. 주변 연기자들을 보면서 데뷔에 대한 조급함을 느낀 적이 있나.
“스스로 조급해하지 않았다. 주위에 조급한 친구들도 있지만 그런 마음이 있으면 힘들 것 같아서 천천히 배워가면서 경험을 쌓으려고 했다. 그런데 생각했던 것보다 데뷔가 빠른 것 같다. 좋은 기회를 주셔서 감사할 따름이다.”
-데뷔를 하면서 스스로 다짐했던 부분이 있다면.
“‘힘든 것도 즐기자’라는 마인드가 있어서 어떤 역할을 맡든, 힘든 부분이 있든 그때마자 ‘즐기자’라는 생각이다. 항상 즐길 수 있는 마음은 변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인간중독’이 나에게 단단한 발판이 됐으면 좋겠다. 훌륭한 감독, 선배들과 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다. 감사함을 잃지 않고 좋은 모습 보여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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