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양궁이 리우올림픽에서 전종목 금메달을 석권했다. 28년 동안 여자 양궁이 왕좌를 지킨 것도 놀라운데, 남자 양궁도 단체전에 이어 개인전에서도 접전 끝에 '할 수 있다'는 집중력으로 금메달을 땄다. 가슴 졸이며 우리 선수들을 응원하던 우리 국민들도 자신이 금메달이라도 딴 것처럼 기뻐했다. 우리 양궁의 성공 비결에 대한 대내외의 관심도 높았는데 한마디로 한국 양궁의 영광은 선수 개인들이 흘린 땀과 '자유경쟁' 원칙을 지켜나간 시스템의 승리였다.
유혹을 참고 이겨내면서 자신을 갈고 닦는 일에 매진하기는 누구에게나 어려운 일이다. 문형철 양궁 총감독이 "우리보다 열심히 한 팀이 있으면 메달을 돌려주겠다"고 공언했는데 그만큼 피나는 노력을 다했다는 뜻일 게다. 날씨나 소음에도 흔들리지 않고 사선에 설 수 있게 운동장 소음 속에서의 훈련은 일반인에게도 널리 알려져 있다. 어려운 훈련을 모두 이겨낸 우리 선수들이 자랑스럽다.
우리를 더 주목하게 하는 것은 이런 선수들의 노력을 이끌어낸 자유경쟁의 힘이다. 작년 10월 시작된 양궁대표 선발전은 올 4월까지 무려 6개월간 진행됐다고 한다. 선수 1인당 쏜 화살만 무려 4000발이라고 한다. 그리고 리그, 토너먼트, 기록경기 등 다양한 경기방식을 채택하고, 바람 속, 빗속 등 다양한 상황 아래 경기를 치르게 해서 예기치 못한 상황에 대처하는 능력도 평가했다. 아무튼 대표 선발의 핵심은 철저하게 성적에만 의거한 선발 원칙이었다. 누구의 아들이고 딸인지, 누가 추천했는지, 과거 어떤 기록을 내어 메달을 땄는지를 따지지 않았다. 한마디로 양궁 대표선발은 기득권을 철저히 배제한 냉혹한 자유경쟁 시스템이었던 셈이다. 기득권을 전혀 인정하지 않는 냉혹한 자유경쟁은 여기에 참여한 사람들로 하여금 자신도 모르던 잠재력을 최대한 끌어내는 장치이기도 하다. 최근 '복면가왕'이란 프로그램의 인기도 결국 얼굴을 가린 무한경쟁과 이를 통한 잠재력 끌어내기에 있는 게 아닐까.
이런 원칙을 철저하게 보호했던 게 한국 양궁 불패신화의 비결이었다. 이는 간단한 것 같지만 지켜내기는 쉽지 않다. 외부의 간섭이나 압력이 있을 수 있고, 무엇보다 원칙의 보호는 단기적 이익의 유혹을 극복해야 달성할 수 있는 장기적 이익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런던올림픽 대표선발을 끝내고 양궁협회는 원칙의 고수와 올림픽 메달 획득 사이에서 원칙의 고수를 선택했다. 대표로 선발된 최현주 선수가 극도의 부진을 보여 그를 컨디션이 좋은 선수로 대체하는 대안이 떠올랐지만 금메달의 유혹을 떨쳤다. 당시 장영술 대표팀 감독 말이 인상적이다. "원칙을 한번 깨면 선발전 자체가 흔들리기 때문에 금메달을 포기하는 한이 있더라도 원칙을 지켜야 했다."
이는 자유경쟁에 기초한 질서 속에 사는 우리 모두, 특히 그런 질서를 보호할 책임을 지고 있는 정치인들이 가슴에 깊이 새겨야 할 말이다. 특정 집단을 약자로 예단하고 경기에 나설 때 특별히 유리하게 해주면 사람들에게 진정한 '실력'보다는 약자라는 읍소가 시장에서 살아남는 괜찮은 방법이라고 생각하게 만든다. 그래서는 우리 사회의 개개인들이 세계 속에 경쟁력을 지닐 수 없다. 그게 장 감독의 메시지다. 장 감독이라면 아마도 새로운 사업 아이디어를 가진 신참 '약자'가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려고 했을 때 기존 업자들이 이를 방해하는 걸 묵인하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는 세계를 제패할 실력이 길러지지 않기 때문이다.
자유경쟁 원칙의 중요성을 이해하고 이를 지켜낸 양궁협회에 찬사를 보낸다. 우리의 다른 스포츠 종목도 마찬가지지만 우리 경제가 살아날 비결도 바로 양궁협회의 이런 원칙의 보호라는 안목 속에 있다. 양궁의 경우 화살을 쏘아 만든 점수라는 명확한 잣대가 존재하기 때문에 다른 스포츠에 비해 선발의 객관성을 확보하기가 용이하다. 시장에서의 경쟁도 소비자들로부터 받는 호응의 지표인 수익과 장기적 성장성의 지표인 주가라는 명확한 지표가 있다. 어쩌면 한국 양궁의 교훈이 다른 스포츠 종목보다 경제 정책을 다루는 정치에서 더 빛을 발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