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금융시장 참여자들이 모두 재닛 옐런 미 연준의장과 스탠리 피셔 부의장의 입에 쏠려 있다.
26일 옐런 의장이 잭슨 홀 심포지엄에서 "최근 금리인상의 근거가 강화됐다"는 발언을 내놓았지만 작년 12월 금리인상 후 언제나 하던 말이라고 만 보고 뉴욕증시의 다우존스지수와 나스닥 지수가 오히려 소폭 상승하였지만 스탠리 피셔 부의장이 연내 두 번의 금리인상도 가능하다는 발언을 내놓자 다우존스 지수는 1%, 2년 만기 국채의 단기금리는 0.06%포인트 상승했다. 주요 6개국 대비 달러화의 환율도 0.79% 상승했다.
이제 국제금융시장은 연준의 금리인상 시점과 횟수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당장 채권을 비롯한 자산의 수익률, 환율 등이 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어서 그렇다.
최근에는 미국의 8월 고용동향에 따라 9월 금리인상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는 견해가 가장 지배적인 것 같다. 만약 고용이 꾸준히 증가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미 연준이 9월중 금리인상에 나설 것이라고 보는 전망이 부쩍 늘었다.
과연 그렇게 결정될 것인지는 여전히 미지수지만 말이다. 신흥국에 투자된 달러화도 신흥국을 떠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이에 대한 불확실성 또한 높아지고 있다.
사실 미 연준의 금리 결정이 매우 과학적일 것 같지만 그런 것도 아니다. 특정 고용률과 특정 물가상승률을 정해두고 이 선에 도달할 때까지 인하한 금리를 유지시킨 채 상황이 어떤지 살펴보는 정도다. 왜 다른 목표치가 아니라 특정 고용률과 물가상승률을 목표치로 삼는지도 특별한 과학적 근거는 없다. 낮은 금리를 통해 일정 수준 이상 실업이 줄고 고용이 개선되기를 바라는 동시에 금리를 인하하고 돈을 푼 결과 혹시 물가상승률이 일정수준 이상이 되면 화폐 자체에 대한 불신이 커질까 조심하고자 하는 것일 뿐이다.
그래서인지 미 연준의 통화정책에 대한 반발도 심하다. 금융가에서는 공연히 금리를 인상시켜 투자자들에게 손실을 입히고 있다며 미연준(FED)이 "지겹다"(fed up)는 볼멘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다른 일부에서는 연준이 국채 이외에도 회사채 등을 사들이면서 돈을 푸는 양적완화를 함으로써 산업구조를 자의적으로 왜곡시킬 수 있다는 우려마저 터져나오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신용보증기금이 신속회사채인수제도를 통해 한진해운에 4300여억원의 보증을 제공했는데 한진해운이 법정관리로 갈 경우 이 돈이 회수되지 못한 채 국민세금으로 메워야할 처지가 된 바 있는데 미 연준이 특정 좀비기업을 특별히 배려해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입법부보다 힘센 연준에 대한 로비 문제가 외신에서 언급되기도 한다.
소수의 사람들이 회합을 통해 금리를 엿장수처럼 올렸다 내렸다할 수 있고 그 결과에 따라 무수한 사람들의 경제적 지위에 엄청난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면, 이는 정치권력의 집중 못잖게 엄청난 권력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지금 미 연준의 영향력이 그렇다. 사실 그렇게 허용되려면 그런 시스템이 무수한 사람들에게 주는 편익이 엄청나게 커야 할 터인데 과연 지금의 국제금융통화 시스템이 그런지는 매우 의심스럽다. 한두 사람의 입만 쳐다보는 현행 국제금융시스템을 바람직하다고 보는 경제학자들은 별로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경제학자들은 침묵하고 있다. 어쩌면 이론이 없어서일 수도 있고 지금 가지고 있는 이론이 한계가 있어서일 수도 있으며, 용기가 없어서일 수도 있다. 아무튼 여러 가지 이유로 현재 경제학이 위기에 처한 것은 분명해 보인다. 경제학자들이 분발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