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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암 원인 ‘헬리코박터’ 제균 치료 효과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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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시영 의학전문기자

승인 : 2024. 05. 16. 10:32

제균 치료 후 위암 발생률 유의하게 낮아..심혈관질환·당뇨·치매 연관
김범진 중앙대병원 교수, "과학적 연관성 높아 개인 상황 따라 치료"
사진
김범진 중앙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가 위내시경검사를 하고 있다. /중앙대병원
# 직장인 윤성구(가명·45세·남) 씨는 건강검진에서 위내시경 검사 후 헬리코박터균 양성으로 제균 치료가 필요하다고 해 지난해 치료를 시행했다. 최근 검사에서 헬리코박터균 양성으로 진단돼 제균 치료가 다시 필요해졌다. 윤씨는 1차 헬리코박터균 제균 치료 후 설사 증상과 함께 체중도 줄어 굳이 다시 제균 치료를 해야 하는지 고민이다.

16일 의료계에 따르면 헬리코박터 파일로리(Helicobacter pylori)는 위장 내 서식하는 세균으로, 위장 점막에 주로 감염되고 전 세계 인구의 50% 이상이 감염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위염, 위궤양, 십이지장궤양, 위선암, 위림프종 등을 유발하는 원인으로 유명하다.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감염 유병률은 조사 시기와 지역·검사 방법에 따라 15%에서 80%까지 다양하게 보고된다. 우리나라처럼 위암 발생률이 높은 국가에서의 감염률이 더욱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성인 헬리코박터균 감염률은 약 55% 정도다. 특별한 증상이 없고, 높은 감염률 대비 위암 발생률과의 상관관계나 제균 치료에 따른 항생제 내성 문제 등으로 헬리코박터균 감염자에 대한 일률적 제균치료가 맞는지에 대한 의문이 있어왔다.

제균 치료 부작용으로 설사·무른 변 등이 발생할 수 있다. 구역감이나 복통 등의 증상도 보이고 쓴맛·금속 맛 등의 미각 이상, 발진이나 두드러기 등의 피부 과민반응 등이 발생하기도 한다.
국내 헬리코박터 진료 지침에 따르면 소화성 궤양의 병력·림프종·조기 위암의 내시경 절제술 후에는 반드시 제균 치료가 필요하다고 밝히고 있다. 위축성 위염 환자, 위암의 가족력이 있는 환자, 일부 기능성 소화불량증 환자는 제균 치료가 도움이 될 수 있다는게 의학적 설명이다.

헬리코박터 제균 치료가 위암 발생 위험을 낮출 수 있고 위암에 따른 사망을 줄일 수 있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국내 한 대학병원에서 대한소화기학회지에 발표한 연구논문에 따르면 헬리코박터 양성인 건강한 사람과 위 신생물로 내시경 절제술을 시행한 헬리코박터 양성 환자를 대상으로 약 2년 이상 조사한 결과 헬리코박터 제균 치료가 위암 발생 위험을 약 50%가량 유의하게 낮췄다.

미국 카이저 퍼머넌트 노선 캘리포니아 단 리 박사 연구팀이 지난 1997~2015년 사이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 검사 또는 치료를 받은 71만 6567명을 대상으로 2018년 12월 31일까지 추적 관찰한 결과, 일반인과 비교해 제균 치료 10년 후에는 위선암 발생 위험이 49%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건강보험공단 빅데이터 연구에 따르면 위선종으로 내시경점막하박리술 후 헬리코박터 제균 치료를 한 경우 평균 5.6년의 추적 관찰 기간 동안 이시성 위암 발생 위험이 12% 낮았다.

헬리코박터균 위암이나 위장질환뿐 아니라 심혈관계질환·당뇨병·퇴행성 신경질환을 일으킬 수 있다는 연구결과도 있어 헬리코박터균 제균 필요성은 더욱 높아졌다.

김범진 중앙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균에 의해 촉발된 만성적 감염이 혈관벽 손상 및 죽상판 발생에 영향을 미쳐 죽상경화증 초기 단계에 작용하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며 "우리나라에서도 약 6만 명의 건강검진 수검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여러 종류의 지질 수치 분석을 통해 헬리코박터균 감염이 심혈관계 위험요인과 연관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고, 급성 관상동맥증후군의 발생 위험도 증가시키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고 말했다.

당뇨병과 헬리코박터균의 연관성도 주목할 부분이다. 당 조절에 있어 헬리코박터균 감염이 악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인슐린 저항성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결과가 나와서다. 헬리코박터 감염이 인간과 동물 모두에서 간의 인슐린 저항성을 유도한다는 주장도 있고, 제균 치료 후 당뇨 환자의 미세알부민뇨가 호전됐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김 교수는 "지금까지 헬리코박터균 제균 치료 여부에 대한 다양한 찬반 주장이 있지만 무증상 보균자 전체에 대해 제균 치료를 시행함으로써 위암 발생률을 줄일 수 있다는 주장의 과학적 근거가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2020년 발표된 한국인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감염 치료 근거 기반 임상 진료지침 개정안에 따르면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양성인 환자가 철분 결핍성 빈혈, 위선종의 내시경 절제 후 이시성 위암의 발생 예방, 기능성 소화불량증 환자, 만성 위축성 위염 및 장상피화생 등이 있는 경우 제균 치료가 권고된다.
김시영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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