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발명가 인정 소송’ 항소심도 패소…“아시아 최초 2심 판결”

1심 이어 2심도 원고 패소…"AI는 '물건'"
특허청 "6월 IP5 회의에서 발표 예정"

사진은 기사내용과 관련없음. /게티이미지

인공지능(AI)을 특허출원자로 볼 수 없다는 판단이 항소심에서 재차 나왔다. AI를 발명자로 인정할 수 없다는 2심 판결은 이번이 아시아 최초다.

서울고법 행정7부(부장판사 구회근)는 16일 미국 국적 AI 개발자 스티븐 테일러씨가 특허청을 상대로 낸 특허출원 무효처분 취소 청구 소송 항소심 선고기일을 열고 "원고의 항소를 기각한다. 소송 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고 판결했다.

앞서 테일러씨는 자신이 개발한 AI '다부스'가 지식을 학습한 뒤 식품용기 등을 스스로 발명했다며 우리나라를 포함한 16개국에 특허출원했다.

국내 특허청이 "AI를 발명자로 인정할 수 없다"며 출원을 무효 처분하자, 테일러씨는 서울행정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지난해 6월 1심은 "특허법상 발명자는 발명한 '사람'으로 명시돼 있고, 이는 자연인만을 의미하는 것이 분명하다"면서 "법령상 AI는 '물건'에 해당할 가능성이 높아 권리 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며 테일러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테일러씨 측 항소로 지난달 18일 열린 2심 첫 재판에서 재판부는 "테일러씨 본인 이름으로 등록하면 되는 것 아닌가. 굳이 왜 AI를 발명자로 하려는 것인가"라고 물었다.

이에 테일러씨 측은 "발명품은 다부스가 만든 것"이라며 "인간이 조금이라도 관여하면 AI를 발명자로 인정하지 못한다고 하는데, AI가 99% 기여한 경우도 그러한지 의문이다. 심지어 이번 사건은 AI가 100% 발명했다"고 답하기도 했다.

특허청은 이날 판결에 대해 "이미 미국, 유럽, 호주, 영국 대법원에서도 AI를 발명자로 인정하지 않는 것으로 확정했다"며 "현재 주요국 법원 판결들은 AI를 발명자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하지만 수개월 걸리던 반도체칩을 6시간 만에 완성하는 등, 사람이 하던 기술개발을 AI가 대체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어, 인공지능의 발명자성에 대한 검토가 요구되는 상황"이라며 "오는 6월 서울에서 개최되는 IP5(한국, 미국, 유럽, 일본, 중국 등 5개국 특허청) 특허청장 회의에서 이날 판결까지 반영한 조사결과에 대해 발표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