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레 서울의 아파트 가격은 22주 연속 상승세를 타고 단지 곳곳에서는 신고가(新高價)를 경신 중이다. 매물의 씨가 마르고 바닥 상승 기대심리가 더욱 증폭, 비수기에도 강보합세가 이어지고 있다. 입주아파트의 평균 프리미엄이 3억~4억 원대에 달할 정도로 매매가는 물론이고 전세가, 분양권 시세까지 줄줄이 강세다.
당황한 것은 정부다. 약발은커녕 상승세가 커지자 추가 규제에 대한 언급이 잇따르고 있다. 분상제가 발표된 지 보름도 채 지나지 않아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을 비롯해 홍남기 경제부총리,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 등이 연달아 함포(?)를 쏘아대고 있다.
하지만 찍어 누르면 된다는 발상이 여전하다. 기업은 압력이나 위협을 가하면 요리가 가능할지 모르지만 시장은 그렇지 않다. 특히 부동산 시장은 자산투자시장이다. 변수도 많을 뿐만 아니라 이익이 최대 변수다. 이익이 있으면 쫓아간다. 사회주의가 아니라면 시장의 변수를 최대한 감안해 달래며 유도해야 안정이 가능하다. 이미 노무현 정부에서 강공 규제만 가지고는 되지 않는다는 것이 확인된 바 있다. 종부세 등 각종 정책을 총동원해 시장을 눌렀지만 서울 아파트 가격이 무려 19.11%가 상승한 게 이를 말해준다. 문재인 정부 역시 17번의 규제책을 내놓았지만 김영삼 정부이래 가장 높은 20.41%의 서울 아파트 가격 상승을 이미 가져와 가격으로만 보면 부동산 정책이 실패로 기울고 있다.
정부의 발표대로 주변 집값의 70~80%수준으로 분양가가 매겨져 집값 전체가 하향 평준화된다는 것을 믿을 순진한(?) 국민은 없다. 또 관계부처합동조사로 수요를 이탈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보는 발상도 과거 5~6공 때의 이야기다. 수도권 3기 신도시를 통해 30만가구가 공급된다면 시장이 안정될 것으로 보는 시각도 마찬가지다.
현재의 서울 주택시장은 가진 자들의 게임 판이다. 유동성이 넘쳐 나고 요지권의 주택일수록 안정된 자산이라는 인식이 시장을 달구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본다면 외곽지 주택 공급으로 서울의 주택시장을 안정시키기에는 역부족이다. 결국 관건은 재건축이다. 이를 적대적으로 인식하기보다는 무주택자의 주거 탈출구로 발상을 전환하는 게 절대 필요하다. 서울의 재건축 등 정비사업을 주택시장 전반을 과열시키는 불씨로만 여기기보다는 역으로 이를 활성화해 공급을 늘리고 취약계층 및 무주택 중산층에게 우선적으로 주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길을 트는 게 우선이다. 물론 다주택 보유자나 고가 주택을 가진 자가 세금을 더 내는 것은 당연하다.